萍 - 창고 ㅈ ~ ㅎ/축생전

4. 쥐(상)

浮萍草 2013. 6. 28. 07:00
    다산·풍요 상징…폭군으로 비유되기도
    지리산 홍서원 스님들과 공존하는 쥐
    울,아랫목의 온기가 사라질 때면 으레 연탄불을 갈러 부엌 아궁이로 향했다. 그곳에는 어김없이 덫에 걸린 쥐가 요동을 쳤다. “찍, 찍”하는 소리가 거북했다. 까만색 털과 여기저기 묻은 오물은 더럽다는 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아직까지 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혐오스런 동물로 취급된다. 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우선 “찍, 찍” 소리와 시궁창이 연쇄적으로 상기되고 불결하다는 느낌이 엄습한다. 튀어나온 앞니와 꼬리, 온갖 더러운 곳을 밟고 다녔을 발까지. 어미 쥐를 줄줄이 따르는 그 많은 무리의 쥐들. 한 마디로 ‘불결 종결자’라고나 할까. 쥐에겐 불행할 따름이다. 다행인지 몰라도 우리가 불결하다 여기는 이미지로 인해 쥐는 특별한 영물로 추앙 받는다. 약 3600만년 전부터 서식해온 것으로 알려진 쥐는 약 1800여종에 달한다. 쥐는 출산횟수나 한 배에 낳는 새끼의 수가 엄청난데 특히 임신기간이 짧다. 실제 사향쥐(22~30일),붉은쥐(23~26일),집쥐(21일),생쥐(17~20일) 등 한 달도 안 돼 후손들을 낳는다. 집쥐는 출산 후 몇 시간만 지나면 발정해 교미하고 임신한다고 한다. 한 번에 6~9마리를 1년에 6~7회 정도 출산한다.
    왕성한 번식력이다. 때문에 쥐는 다산(多産)과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글자만 놓고 봐도 그렇다. 십이지의 첫 번째 동물인 쥐는 자(子)다. 자는 자(滋)를 뜻하며 ‘번식하다’,‘더하다’,‘보태다’를 의미한다. 중국 민간에서는 늙은 쥐가 음식을 훔쳐 먹는 모습을 그려 사내아이의 출산을 기원하기도 해 흥미롭다. 그림에서는 여러 마리의 쥐가 항아리 주둥이에 올라 음식을 훔쳐 먹는 장면이 주로 묘사된다. 여기서 항아리는 자궁, 여러 마리의 쥐는 아기씨나 남성을 상징한다. 심심치 않게 사람 주위에서 쥐가 눈에 띄는 이유는 먹을거리가 있어서다. 먹을거리 주변을 동분서주하는 작은 몸의 쥐는 부지런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먹이를 한 곳에 모으는 습 때문에 ‘부(富)의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 또 배에서 쥐들이 내리면 그 배가 큰 재앙을 맞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예지의 동물로 여겨진다. 이런 예지 본능은 악운을 막아주는 수호신으로 추앙받는데 일등공신이다. 이런 연유로 쥐는 우리나라 세시풍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연급 동물 중 하나다. 반면 부정적인 의미도 적지 않다. 일단 사람의 곡식을 나눠먹는다기보다 ‘뺏어 먹는다’는 인간 중심의 사고는 쥐를 간신과 수탈자로 비유하기에 이른다.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고양이’에서“백성들은 쥐 등쌀에 나날이 초췌하고”라고 했는데 백성의 재물을 수탈하는 아전을 쥐로 표현 했다. 또‘시경’위풍편‘석서(큰 쥐)’라는 시에서도 백성을 고달프게 하는 폭군의 상징으로 쥐가 등장한다. 현재의 대통령이 이에 빗대어 많은 말들이 전해지는 점은 걱정거리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과 지척에 살아서인지 스님들과의 인연도 제법 있다. 지리산 홍서원 스님들은 골칫거리였던 쥐에게 밥그릇을 따로 마련해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 외에도 쥐는 선지식 경봉 스님과 ‘무소유’ 법정 스님의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법보신문 Vol 1087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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