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축생전

3. 코끼리 (하)

浮萍草 2013. 6. 21. 07:00
    밀렵·온난화로 멸종 위기 처한 세계의 기둥 
    경남 함양 견불사의 코끼리.
    끼리는 사실 겁이 많다. 무섭고 위험스러운 포식동물들로부터 새끼를 지켜오며 오랜 야생생활을 해온 탓에 신중함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 모르는 대상에 대해서는 항상 경계심을 보이기 일쑤다. 때문에 나이 많은 코끼리에 의지하며 무리 생활을 한다. 경험이 많은 코끼리는 그만큼 야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갖고 있으며 당연하게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 무리의 코끼리들은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먹이와 물을 찾는 지혜를 빌리는 셈이다. 진리를 갈구하는 우리 역시 한 무리의 코끼리 아닐까.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는 “거대한 코끼리 비루파크샤는 산과 숲을 비롯한 지구 전체를 머리로 떠받치고 있었네”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 코끼리가 피곤한 머리를 흔들자 지진이 일어났다고도 하는데 이는 코끼리를 ‘세계의 기둥’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세계를 떠받치는 법이 인과법이니 코끼리는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억겁의 윤회에서 업장을 소멸하고 고통과의 연을 끊는 지혜를 발견한 부처님이나 그 지혜나 모두 ‘세계의 기둥’인 셈이다. 1700여년의 역사를 지켜온 한국불교. 그 오랜 세월동안 문화와 풍습에 녹아든 불교는 지명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코끼리도 빠질 수 없다. 코끼리는 범어로 ‘가야’라고 한다. 경상북도 성주군과 합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곳에 가야산이 있다. 산 정상이 바로 ‘상왕봉(象王峰)’인데, ‘상왕’이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말한다. 인도남부의 가야(Gaya)를 음역했다는 설도 흥미롭다. 인도 보드가야의 주요 설법 장소로 신성시 되던 가야산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도 한다. 조선 8경 중 하나로 추앙받아 온 가야산이 예전엔 ‘상왕산’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코끼리는 한국불교의 사찰에도 그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동 쌍계사에는 코끼리를 탄 보현동자가 불자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경남 함양 견불사에는 흰 코끼리 등에 탄 아기 부처님 상과 코끼리 상이 있다. 그러나 이제 코끼리는 불교 안에서만 숭상 받는 존재인 듯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5월 1시간에 3종, 하루에 130종의 생물이 지구에서 멸종한다고 발표했다. 덩치가 커서 크게 위협이 되는 천적이 없는 코끼리도 현재 멸종위기에 처했다. 환경 개발에 따른 목초지 파괴와 상아를 노린 밀렵 때문이다. 2세기께 중국 후한(後漢) 시대의 삼대 저작 중 ‘잠부론’에 이런 말이 있다. “코끼리는 상아 때문에 죽는다.” 예부터 상아는 값지고 귀했으며 여러 용품으로 거듭(?)났다. 장식품부터 빗,지팡이,체스의 말,바느질 도구나 화장품 용기 등등. 특히 피아노 건반에는 다른 동물의 뼈를 사용해도 되지만 상아가 다량 쓰인다. 결국 상아를 얻으려고 인간은 코끼리를 죽였다. 지금도 해마다 2만여 마리의 코끼리들이 밀렵과 마구잡이 개발로 인한 보금자리 파괴로 죽어가고 있단다. 워싱턴 대학 새뮤얼 와서 박사는‘보존 생물학 저널’에서 상아를 노린 무분별한 밀렵으로 2020년에는 아프리카 코끼리가 완전히 멸종 하게 될 것이란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현대와의 조우가 아쉬운 불교와 멸종위기의 코끼리. ‘세계의 기둥’ 코끼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법보신문 Vol 1085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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