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축생전

8. 소 (하)

浮萍草 2013. 7. 26. 07:00
    보은·간경 공덕 상징…지명과도 연관
    우두나찰. 통도사성보박물관.
    는 수행자와 자주 얽힌다. 보은과 경전 간경의 공덕을 기릴 때 심심찮게 등장한다. 수행자가 환생한 까닭부터 보자면 이렇다. 조선 성종 3년 지리산 쌍계사엔 우봉 스님이 살고 있었다. 스님은 지리산을 넘어 화엄사로 가던 중 몹시 배가 고팠다. 길가의 보리밭에 들어가 보리이삭 3개를 꺾었다. 그리고 손으로 비벼 먹었다. 이때부터 스님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주인 허락도 없이 보리이삭을 훔쳐 먹었기 때문이다. 결국 승복과 바랑을 벗고 바위 아래 숨겨두고 소로 변했다. 금생에 빚을 다 갚아버리겠다는 분연한 결단과 뉘우침에 따른 것이었다. 임자 없는 소는 보리밭 주인이 기르게 됐다. ‘업둥이’란 이름을 받은 소는 3년 간 부지런히 일했다. 어느 날 ‘업둥이’는 ‘내일 밤 마적들이 떼로 몰려올 것이니 기껍게 대접하라’는 말을 남겼다. 사실, 똥으로 남긴 글씨였다. 주인은 소의 당부대로 했고 그 이야기를 마적들에게 했다. 마적들은 똥을 확인하러 외양간으로 갔다. 그러자 소는 사라졌고 스님이 소가 된 사연과 당부가 쓰여 있었다. 마적들은 감동했고 화엄사로 가서 출가했다. 진실 혹은 거짓에 나올 법한 얘기다. 그러나 얘기가 전해지는 지역에선 다르다.
    쇠똥에서 밝은 빛이 나왔다는 방광면 소가 똥 눈 마을을 우분리 즉 쇠똥마을이라 부른다고 한다.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콧김 덕에 천상계에 오른 소도 있다. 어느 날, 소 한 마리가 천상으로 올라왔다. 놀란 하늘의 왕이 “어떻게 그대는 이곳에 올 수 있었는가” 물었다. 대답이 기가 막히다. “풀을 뜯다 우연히 옆에 떨어져 있는 경전을 콧김으로 뒤적였는데 그 공덕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소가 뒤적인 경전이 바로 ‘화엄경’이었단다. “시줏돈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시주하는 마음을 기리는 뜻이다. 우습게 시줏돈을 사용한 스님들에 대한 경책에 소가 나온다. 옛날 중국 한산 스님이 주지 스님과 길을 나설 때 일이다. 두 스님은 수십 마리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곳에 이르렀다. “어느 절 아무개 스님은 이리, 무슨 절 아무개 스님은 저리….” 한산 스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들이 자리를 잡았다. 주지 스님은 놀랐고 다시는 절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는 웃지 못 할 얘기도 전해진다. 실제 소들은 절 돈을 마구 써 소로 환생한 스님들이었다고. 소머리를 한 나찰도 있다. 우두나찰은 말 머리를 하고 있는 마두나찰과 저승문을 지킨다. 두 나찰은 죽은 자가 저승문에 이를 때 돈을 달라고 조른단다. 그래서 관속에 노잣돈을 넣는 풍습이 생겼다. 초기경전에 나타나는 나찰에 대한 기록들을 보면 신통력을 알 수 있다. 공중을 날아다니고 사람을 꾀며 잡아먹기도 한단다. 이런 나찰과 야차를 다스리는 신은 사천왕중의 북방 다문천왕이며 나찰과 야차를 다스려 불법을 수호하는 신장의 역할을 한다. 요즘 우두나찰이란 말이 무색하다. 먹기 위해 길러지는 소들이 즐비하다. 영화 ‘워낭소리’에서 죽어라 일하지만 할아버지와 깊은 유대를 가졌던 소. 생을 다하고 묻힌 그 소와 달리 가축전염병 예방 명목으로 생매장 당하는 소. 아무리 노잣돈을 챙겨도 ‘무한육식’을 즐기면, 저승문에서 우두나찰에게 잡아 먹히지나 않을까.
    법보신문 Vol 1097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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