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축생전

1. 코끼리 (상)

浮萍草 2013. 6. 7. 07:00
    호기심·애정 많은 상서로운 생명 
    파주 보광사 벽화인 기상동자도. 보현동자가 등에 올라 흰
    코끼리를 몰고 간다.
    들리지 않는 침대 광고에 코끼리가 등장한 적이 있다. 지금도 동물원에 가면 직접 볼 수 있는 동물이 코끼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코끼리가 살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성인 코끼리 1마리는 하루 동안 나뭇잎,가지,풀,과실 등의 먹이 300kg을 먹고 물은 70~80ℓ나 섭취한다. 참고로 코끼리는 10마리 이상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그렇다면 코끼리는 언제 우리나라에 그 존재가 알려졌을까?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11년 2월에 이런 기록이 있다. “일본 국왕이 코끼리 한 마리를 바쳤다. 우리나라에는 처음이다. 사복시에서 기르게 했는데 하루에 콩을 4~5말씩을 먹는다.” 사복시란 궁중의 말과 가마를 관리하는 관청이다. 이 대목은 코끼리가 처음으로 등장한 기록이다. 놀라운 사건도 접할 수 있다. 이듬해 코끼리를 구경하던 사람이 추하게 생겼다고 비웃으며 침을 뱉었는데 성난 코끼리가 코를 말아 땅에 쳐 죽이는 사건이 생기기도 했다.
    때문에 코끼리는 지금의 소록도인 노루섬에 유배를 당했다. 그 후 전라감사로부터 이 코끼리가 물과 풀을 먹지 않고 사람만 보면 슬피 울어 눈물을 흘린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태종은 짐승도 멀리 고향을 떠나 사니 그럴만 하다며 육지에 내어 기르게 했는데 워낙 대식가라 그 비용을 감당키 어려워 전라도와 경상도,충청도에서 돌아가며 기르게 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근거해 유추해보면,코끼리가 사납긴 해도 정이 많고 가족을 무척 그리워하는 동물로 보인다. 실제 일반적으로 사람의 뇌보다 2~3배 큰 뇌를 가졌으며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죽은 동료나 가족의 마른 뼈를 알아보고 코로 만지기도 하며 가늠할 수 없는 거리에 있는 물가도 기억한다. 심지어 35년 전 헤어진 사람을 만나도 이를 기억하고 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끼리들은 나이가 많은 암컷을 우두머리로 무리를 이룬다. 무리는 서로 돕고,긴 코로 어루만지며 다양한 소리나 몸짓으로 애정을 표현하고 상처를 입거나 병든 코끼리를 돌보기도 한다. 가까운 친척이라도 만날 때면 애정이 콸콸콸 흘러 넘친다. 새끼를 거느린 암컷자매가 무리지어 다니다 어미코끼리와 다른 자매 무리를 만나면 100여마리의 코끼리들이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이들은 쉽게 찾을 수 있는 정해진 장소에 모여 정겹게 풀을 뜯는다. 코끼리의 습성과 거대한 외양으로 불교 문화권에서 코끼리는 상서로움이라는 이미지를 입는다. 우리나라 큰 절의 경우 대중방에 용상방이라는 이름이 붙는데 용이나 코끼리에 견줄 정도의 고승이 많이 배출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밀양 표충사 대광전 불단에는 흰 코끼리 그림이 있다. 보통 흰 코끼리는 보현보살의 탈것으로 나타나는 데 길상(吉祥)을 의미한다. 파주 보광사에는 흰 코끼리를 몰고 가는 보현동자 모습을 담은 벽화도 있다. 등에 올라타 긴 막대기로 방향을 이끄는 동자 모습이 천진난만하기까지 하다. 소에게 꼴을 먹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목동 같이 한갓지고 여유롭다. 코끼리는 각종 불교 관련 설화나 경전 등에서도 신과 동일시되며 부처님과 동격으로 표현된다. 그 중에서도 도솔천에 계셨던 부처님이 세상에 나투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탄생게를 설한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법보신문 Vol 1081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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