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축생전

2. 코끼리 (중)

浮萍草 2013. 6. 14. 07:00
    통도사 팔상탱화 도솔내의상.
    상에 몸을 나투기 전 부처님은 도솔천에서 호명보살의 이름을 갖고 있었다. 호명보살은 여섯 개의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가 돼 마야부인의 오른쪽 갈비를 통해 태에 들어갔다. 열 달 후 룸비니 동산에서 석가모니가 탄생했으며,일곱 걸음을 걸으며 한 손으로는 하늘을 다른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이렇게 선언했다. “하늘과 땅 가운데 오로지 자신이 홀로 존귀하다(天上天下 唯我獨尊).” 불성을 가진 모든 중생이 존귀하다는 선언의 이 장면에도 코끼리가 등장한다. 흰 코끼리가 바로 부처님이다. 대부분의 코끼리는 회색이다. 다만 십만 마리 중 한 마리 확률로 흰 코끼리가 나온다고 동물학자들은 말한다. 흰 코끼리는 생전에 보기가 어려웠던 만큼 희귀한 생명이었다. 먼 과거부터 수많은 생애를 거쳐오며 끊임없이 쌓아온 무수한 선근과 공덕의 힘으로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세계사 중 가장 혁명적인 사건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부처님의 탄생과 깨달음이 희귀한 흰 코끼리에 비견되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처님 전생담인 ‘본생경’에는 흰 코끼리의 전생 이야기가 나온다. 마갈타 국 왕사성에 보살이 순백색의 코끼리로 태어난다. 왕은 그 코끼리를 왕상(王象)으로 삼지만 자신보다 칭송받는 코끼리를 질투해 죽이려 했다. 복덕의 신통력을 가진 이 코끼리는 바라나시로 가 왕과 백성의 칭송을 받았다. 코끼리가 바라나시로 온 후 왕은 염부제주(수미산 남쪽 바다 가운데 있다는 삼각형 으로 된 섬)의 첫 왕이 돼, 보시 등 복덕의 업을 짓다가 죽었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흰두교의 신 가네샤의 머리가 코끼리다.
    인도에서 가네사는 지혜와 학문의 신이며 장애를 제거해준다는 신이다. 때문에 인도 여러 상점에서는 쉽게 가네샤의 조각상을 볼 수 있는데 조각상을 거꾸로 세워 놓으면 상점이 파산했다는 얘기다. 왜 가네샤는 코끼리 머리일까. 파르바티는 목욕하는 동안 문을 지키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문질러 그를 만들어내었다. 그런데 시바가 아들인 줄도 모르고 아내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데에 격분해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시바는 파르바티를 위로하기 위해 처음으로 만나는 동물의 목을 베어 아들의 몸에 붙이겠다고 약속했고 그 동물이 바로 코끼리였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코끼리는 사자,호랑이 등 포식자들이 근처에 오면 새끼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물리친다. 거대한 몸짓과 그런 행동은 용맹의 표상으로 인식됐고 코끼리는 전투에도 수차례 이용되기도 했다. 알렉산더 왕이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의 15마리 코끼리,그리고 인도 왕 포로스의 200마리 코끼리와 전쟁을 했던 역사적 기록이 대표 적이다. 아잔타석굴 중 17번 석굴 벽화에는 무역상인 심할라가 관세음보살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아버지와 왕국을 몰살한 괴물들을 섬멸하기 위해 흰 코끼리를 타고 군대를 이끈다. 왕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도 한 것 같다. 중국의 명왕조 무덤을 수호하기 위한 코끼리 석상은 유명하다.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짐을 실어 나르거나 전쟁터에 동원하기 위해 코끼리를 길들였다. 명나라 시대(1368~1644)까지도 길들여진 코끼리가 이용됐고 명의 수도인 북경에서는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 시대(1644~1911) 에도 훌륭한 코끼리 외양간이 운영됐다고 한다.
    법보신문 Vol 1083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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