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천년사찰 천년의 숲길

25 해인사 홍류동 계곡길

浮萍草 2013. 10. 19. 07:00
    가야산 16경 만나는 홍류동계곡 ‘소리길’ 따라 
    팔만대장경 聖地 해인사를 만나다
     
    ▲ (左) 소리길 500m가량의 나무데크 길 가운데 낙화담 부근 풍광. 홍류동의 속살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右) 습도와 바람
    까지도 고려한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장경판전 내부모습.
    야산 19경 가운데 16경을 만날 수 있다는 홍류동 계곡. 첩첩산중이라 골이 깊고, 골이 깊으니 흐르는 유량도 제법이다. 기암괴석에서 떨어지고 패인 공간을 만나 잠시 거친 숨 고리기를 반복한다. 패인공간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새의 옹기에 잠시 갇힌 형국이다. 이 각각의 담(潭)은 빛깔이 다양하다. 하늘이 비치는 담은 시린 푸른빛을 띠고 계곡 안으로 넓은 가지를 뻗은 나무 근처의 담은 청명한 녹색이다. 봄날 진달래 꽃잎과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 흐르는 물조차 붉게 보인다는 홍류동(紅流洞) 계곡은 이렇듯 주변의 어떤 빛깔도 온전히 받아들어 하나가 된다. 소설의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인양 하늘위에서 좌우를 거닐듯 홍류동 계곡을 볼 수 있는 것은 6km에 걸쳐 7개의 다리와 500m의 나무테크로 된 ‘해인사 소리길’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귀를 기울이면 물소리, 바람소리, 세월이 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속세의 찌든 마음을 씻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병풍바위가 눈앞을 가린 축화천 깍은듯이 만든 활모양의 노석대 달빛 파도 반짝이는 제월담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거닐며 사유하고 때론 은둔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곳,홍류동천(紅流洞天)에는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축화천(가야천을 떠내려오는 꽃잎을 따라 올라간다)을 시작으로 경멱원 (축전 행사장 부근 : 가야산의 무릉도원을 바라본다), 무릉교(해인성지 표지석 맞은편으로 무릉도원), 칠성대(활모양의 노석대에서 북두칠성에 예향하다), 농산정(흐르는 물소리로 산을 모두 귀먹게 했다), 취적봉(홍류동 독서당 뒷산 능선 : 신선이 남쪽을 향해 피리를 부는 모습), 자필암(광풍뢰 아래쪽 길가 : 신선이 도끼로 찍어 만든 붓으로 먹물을 찍은 바위), 음풍뢰(광풍뢰 하류 : 바람이 노래하는 여울), 광풍뢰(제월담 하류 : 빛을 머금은 바람이 춤추는 여울목), 제월담(농산정과 길상암 중간 : 구름이 걷혀 밝은 달이 못에 드러나는 곳), 분옥폭포(농산정과 길상암 중간 : 뿜어내는 갖가지 영롱한 구슬이 푸른 비단에 비치네), 길상암(적멸보궁), 낙화담(도인의 흐르는 눈물이 푸른 물결에 더해지는 곳), 첩석대(돌무더기가 쟁반처럼 쌓아놓은 곳), 회선암(첩석대 위편 : 신선이 노니는 바위)을 거치면 물레방아가 나온다.
     
    ▲ (左) 최치원이 머물렀던 농산정 부근에는 노송의 솔향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右)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장경판전)과
    세계기록유산(팔만대장경)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공간에 지정되어 있다.

    여기서부터는 금강산 옥구슬 같은 물이 흐른다고 해서 옥류동천(玉流洞天)이라 한다. 계곡, 물 속 바위까지 이름이 붙여져 있다. 천년 전의 홍류동 계곡길 명소 하나하나 의미를 되새기며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것은 ‘농산정(籠山亭)’을 포함한 주변의 풍광이다. 신라 말기의 유학자 최치원이 벼슬을 지낸 뒤 전국을 유랑하다가 들어와 수도하던 곳으로 주변의 경관이 일품이다. ‘농산정’ 이라는 이름은 홍류동 계곡의 바위에 새겨져 있는 최치원의 시에서 비롯되었다. 건물이 처음 지어진 시기는 알 수 없으나 현재의 건물은 1936년에 중수되어 주변의 경치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천년의 지혜를 담은 팔만대장경 축제가 23일 개막돼 45일간 다양한 문화축제가 열린다. ‘소리길’의 시작은 주행사장인 합천 대장경 테마파크이며 해인사 입구(영산교)까지 이어진다. 홍류동에 비친 청명한 가을빛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없을 것이다.
    불교신문 Vol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