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천년사찰 천년의 숲길

22 아산 봉곡사

浮萍草 2013. 9. 28. 07:00
    솔향 가득한 도량에서 만공스님의 ‘깨달음의 향기’를 맛보다
    봉곡사의 울창한 소나무 숲의 상쾌한
    솔향은 폭염에도 변함이 없다.
    전10시 아산 봉곡사 주차장. 비가 오지 않는 대신 폭염이 예보된 날이다. 내리 꽂히는 볕에 운전대를 잡았던 팔이 발그스름하다. 차문을 열고 나서자 후끈한 열기에 한증막이 따로 없다. 괜스레 깔끔하고 평탄한 주차장에 그늘막이 없음을 탓해본다. 주차장에서 봉곡사로 향하는 15분 정도의 산책길은 제법 유명한 소나무 길이다. 솔숲에 들어서니 울창한 소나무가 쏟아지는 햇빛을 가려줘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땀은 머리를 적시고 이마를 타고 땅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하기만 몸의 오감은 이미 소나무 짙은 향에 빠져 들어있다. 소나무 군락 사이사이의 키 낮은 나무에 매달린 여린 잎은 햇빛을 머금어 투명하고, 포장도로 위의 그늘은 먹물의 농담처럼 번진다. 일제의 상처를 간직한 소나무 숲 솔향으로 찾는 이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다
    홀로 사진촬영을 하며 삼림욕을 만끽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온다. 족히 20명은 되어 보인다. 온양온천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왔단다. 휴가철이라선지 가족단위가 많다. 천안아산역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로 4종류의 코스 중 하루 1코스만 운행한다.
     
    ▲ (左) 청아한 염불소리가 도량 가득 울려 펴졌다.▲ (右) 요사채 한켠의 2층구조의 고방문이 이채롭다.
    현대적 조형미의 만공탑.
    그중 역사문화코스에 첫 방문지가 봉곡사이다. 운행하는 요일은 정해져 있으나 동절기와 하절기,당일 사정에 따라 운행구간이 변경 될 수도 있으니 사전에 아산시청 관광체육과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철갑을 두른 것 같은 단단해 보이는 표피는 소나무의 빠뜨릴 수 없는 멋이다. 이곳 소나무는 거북 등껍질 문양에 깊은 생채기를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 소나무에서 송진을 뽑아내고 다시 송진에서 송유를 추출했다. 송유는 석유를 대체할 만큼 효율적인 에너지는 못된다. 하지만 수세에 몰린 일제는 휘발유와 경유를 송유와 섞어 모자라는 전투기 연료로 충당했다. 2년 전쯤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없었던 임업경영과 산림을 보호 관리하기 위한 목적 으로 만들었다는 임도가 숲길 중간을 가로 지른다. 필요성과 효용성은 사전에 충분히 살폈겠지만 소나무숲길의 운치와는 거리가 멀다. 포장도로의 나지막한 오르막은 멀리 만공탑이 살포시 보이면서 봉곡사에 다다른다. 만공탑은 상좌인 중은스님이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도안으로 은사스님을 기리며 조성 하였다고 전해진다. 봉곡사는 야트막한 산허리에 살짝 얹혀있는 형국이며, 양 옆으로 봉황이 앉아 있는 모습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의 승람과 지리지에는 ‘석암사’라 했으며 1929년 환여승람에 ‘봉곡사’라 한 것으로 보아 사찰명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신라 51대 진성여왕 원년(887년) 2월에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고려 18대 의종(1170년) 때에 보조국사가 중창했으며 조선시대 세종때(1419년)에 함허대사가 삼창했는데, 이때는 상암, 벽련암, 보명암, 태화암 등의 암자가 있었다. 현존하는 법당 및 요사는 고종 7년(1891년)에 서봉스님이 중수한 것이다. 대웅전과 향각전은 나란히 동향에 있고 북쪽으로 ㅁ자형의 큰 요사체가 있다. ‘
    ㅁ’자 모양의 요사채 한켠에 2층 구조의 고방이 있는 것이 이채롭다. 고방은 곡물을 비롯한 각종 물건을 넣어 두는 곳으로 독립된 구조일 때는 곳간이라고도 한다.
    불교신문 Vol 2742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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