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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수락산 내원암

浮萍草 2013. 10. 12. 07:00
    200년간 얽히고 설킨 조선왕실과의 인연 
    “212계단 오르니 미소 지은 마애불이 맞아주네”
      
    ▲ (中) 212계단은 단박에 오르기에는 힘에 부친다.▲ (右) 사람 크기와 비슷한 정감 넘치는 마애불
    개역을 지난 차량은 이내 한적한 지방도로를 따라 불암산을 스치며 수락산 자락의 마당바위에 도착한다. 차량으로 15분 정도의 거리다. 수락산은 ‘물이 떨어지는 산’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내원암으로 오르는 길은 실제로 물이 흐르는 옥류동, 은류동, 금류동을 차례로 지나야 한다. 이름만으로도 계곡의 아름다움이 전해지는 듯하다. 그러나 들머리의 옥류동은 혼탁한 속세의 축소판이다. 계곡 양옆은 식당이다. 계곡 안에는 식당에서 깔아본 좌대 그리고 좌대의 그늘막이 이질적인 헝겊 조각의 누더기처럼 계곡을 메워 옥류동 본연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오르다보면 식당가는 사라지고 호젓한 산길이 시작된다. 옥류동, 은류동, 금류동 지나 만나는 내원암 골골마다 옛이야기 가득
    안내판에 은류폭포 설명이 있다. 은류동의 은류폭포는 ‘해가 동쪽에서 뜰때 폭포의 물이 은빛이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옥류동 식당가의 계곡물은 시멘트 둑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수량을 늘려 어린이들이 수영이 가능할 만큼 물을 채웠다면,은류동과 금류동의 계곡물은 큰 바위를 타고 소리 없이 엷게 펴져서 흐르는 모습이다.
    초가을 내원암을 꽃과 나비가 장엄하며 길손을 맞아
    준다.
    이렇게 30여분 오르다보면 눈앞에 200개가 넘는 계단을 만난다. 옆에 우회하는 길도 있으나 여기 오는 이들의 대부분은 이 가파른 계단 길을 택한다. 계단 옆으로는 금류폭포가 흐르고, 다 오르면 내원암이다. 세월에 쓸려 덩어리감이 유독 강조되는 나지막한 석탑과 멀리보이는 거대한 화강암 암벽의 산세가 조화를 이룬다. 비구니 사찰답게 경내는 정갈하다. 대웅전과 영산전 사이 마애불을 친견한다. 마애불의 주름진 옷깃은 금류폭포와 은류폭포같이 넓은 바위를 엷게 흐르는 물결을 연상케 하고, 둥글게 긴 눈썹과 후덕하게 늘어 긴 귀볼이 친근하며 온화한 자태를 보인다. 내원암에는 조선 23대 왕인 순조의 탄생 설화가 전해져온다. 조선 22대 왕인 정조때의 일이다. 대구 팔공산 파계사의 용파스님은 사찰에 대한 유생들의 행패가 극에 달하자 이를 왕에게 알리고 시정하고자 한양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왕을 알현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3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려 숭례문 근처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날 정조는 숭례문 근처에서 찬란한 빛이 퍼지는 꿈을 꾸었다. 급히 사람을 보내 용파스님을 모셔왔다. 이에 용파스님은 정조를 만날 수 있었다. 본인의 뜻을 전할 수 있었고 정조는 스님의 청을 들어주었다. 또한 스님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정조는 나이 30이 넘도록 아들을 얻지 못했다.
    오르는 길에는 거대한 화강암 바위 위를 지나기도
    한다
    왕비인 효의왕후 사이에서는 자식을 보지 못했고 의빈 성씨에게서 얻은 문효세자는 5살의 어린 나이에 요절하니 이후로는 아들을 얻지 못했다. 정조는 스님에게 아들을 낳게 해 달라는 기도를 부탁드렸다. 이에 용파스님은 삼각산 금선암의 농산스님과 함께 수락산 내원암으로 들어가 기도를 드리던 가운데 농산스님을 왕자로 환생케 하여 수빈 박씨 에게 수태되니,정조14년(1790년) 순조로 태어났다. 이로인해 정조18년 내원암에 칠성각에 어필을 내렸고,정조20년 조정에서 사성전(四星殿)을 세워 주었다. 아이러니 하게 이러한 조선왕조와의 연인을 간직한 내원암은 사찰소유의 임야를 왕족이었던 이해창의 후손에게 빼앗길 뻔한 일이 있었다. 왕족인 이해창은 한일 강제합병 당시 공로자로 분류돼 왕위 계승 권자를 제외한 최고의 작위인 후작와 은사금 그리고 내원암 일대의 땅을 받는다. 다행히 친일파 이해창 후손이 사찰을 상대로 제기했던 내원암 토지 반환 소송은 사찰측의 승소로 회향됐다.
    불교신문 Vol 2750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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