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천년사찰 천년의 숲길

20 서울 화계사

浮萍草 2013. 9. 14. 07:00
    한여름 북한산 길, 사이사이 골마다 옛 빛깔 간직한 이름이 오롯하다
     
    ▲ (左) 북한산 생태숲 구간은 잘 가꿔놓은 정원을 연상케 한다▲ (右) 간절한 염불소리따라 발걸음을 내딛으니 대적광전이 나타났다
    사람이 붐비는 현상을 두고 대처 방법으로 울타리가
    설치되었다 철거됐다.
    전에 내리던 비가 오후에는 오지 않는다. 장마도 짬짬이 쉬어간다. 이틈에 북한산 둘레길을 나선다. 갖가지 이름은 북한산 둘레길을 무려 12가지로 나누어 놓았다. 이중 4코스 솔샘길 구간인 정릉초등학교에서 화계사까지 3km남짓 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북한산생태숲공원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작은 연못,계단과 울타리 그리고 벤치까지 정원에 가깝다. 여기에 화계사로 인해 주변일대가 꽃골을 뜻하는 화계(花溪)의 명칭(화계 중학교,화계초등학교,화계교회)을 많이 갖고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이어서 일까. 여기저기 색과 형태를 달리하는 꽃과 그 주위를 맴도는 수많은 나비가 오 가는 이를 반긴다. 장마기간이라 북한산 둘레길은 비교적 한산하다.
    우비를 갖춰 입고 손을 잡고 걷는 어린 자매에서부터 등산복에 스틱 2개까지 완벽한 산행 복장의 아주머니 그리고 넥타이를 푼 와이 셔츠에 운동화를 신은 중년신사까지 연령과 복장의 폭넓음이 보는 잔재미를 준다. 빨래골에 도착하기 직전 둘레길 좌우로 휀스가 설치되어 있고 출입통제(휀스)시설 개방에 대한 안내문이 큼직하니 서 있다.
     
    ▲ (左) 구름전망대 지나 참선하기 좋은 나무데크가 반겼다.▲ (右) 서울 화계사 전경.

    내용을 요약하자면 정규 탐방로를 무시하고 샛길을 만들어 다니는 이들로 동식물 서식지가 훼손되어 이를 막고자 휀스를 설치했고, 이후 무조건식 고지대 탐방을 저지대 수평탐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휀스를 개방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 자연공원으로 찾는 이가 많음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같은 현상을 두고 시간에 따라 그 대처방법을 달리했다. 행정구역상으로도 60여 년간 사용해 온 화계골 티없이 맑고 아름다운 염불소리 변함없이 청아하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가 가까워지자 습한 기운이 배가 된다. 빨래골이다. 이 재밌는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예부터 북한산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아, ‘무너미’라 불려졌다. 무너미는 저수지 물을 저장하기 위해 둑을 쌓아 놓고 한쪽의 둑을 조금 낮추어 물이 넘쳐흐르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맑고 깨끗한 물이 넘쳐 자연적으로 마을이 형성되었고 당시 대궐의 무수리들이 빨래터와 휴식처로 이용하었고 물이 넘친다는 현재의 수유동의 뜻과 일맥상통하다. 빨래터로 향하며 내리막이었던 길은 오르막길로 변하고 이내 구름전망대가 나온다. 3 층 정도 높이의 멋스러움이란 찾기 힘든 구조물이지만, 뒤쪽의 북한산을 제외하면 화각 180도 이상의 파노라마 전경을 보여준다. 시야를 바로 밑의 주택가와 중간의 아파트촌을 지나 위로 올리면 좌로부터 축령산,불암산,천마산,용마산,용문산,유명산,검단산까지 작고 흐릿하게나마 먹묵으로 산세를 그린 수묵화 같은 풍광을 보여준다. 전망대를 내려와 얼마 남지 않은 화계사로 향한다. 내리막의 길은 곧장 화계사 국제선원과 통한다. 도량의 고요함과 대적광전에서 흘러나오는 지장보살. 지장보살의 끝없는 간절한 염불이 티없이 맑고 아름답다. 새 주소지 명칭과 관련하여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살아있는‘화계사 길’이 10km나 떨어져 있는 경기도 덕릉에 유래를 둔‘덕릉로’로 바뀌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불교신문 Vol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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