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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재약산 표충사

浮萍草 2013. 7. 20. 07:00
    생태계의 보고, 사자평에서 사명대사를 만나다
    표충사에 봉안된 사명대사 진영.
    발 1000m를 오르내리며 100만평의 규모를 자랑하는 사자평. 그 안에 서면 낮은 언덕으로 둘러쌓인 평온함이 있다. 표충사 일주문을 들어서자 색동옷의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 맞이하는 듯 빛깔고운 연등이 바람에 춤을 춘다. 이어 정문인 ‘수충루’가 나타난다. 수충루는 같은 지역의 예림서원의 정문인 ‘독서루’와 밀양향교의 정문인 ‘풍화루’와 같은 서원 정문형태의 누각이다. 표충사 경내에도 유교적 색채가 공존함을 추론할 수 있다. 내걸린 현수막이 눈에 띈다. ‘제535회 호국대성 사명대사 춘계향사’라고 적혀 있다. 사명대사 향사는 조선 영조의 어명으로 표충사에서 매년 음력 3월과 9월 첫 정묘일에 각각 봉행되고 있으며,불교의식인 헌향삼배를 비롯한 헌다, 헌화와 전통유교식 향사제례가 함께 거행된다. 수백 년간 이어온 불교와 유교의 공존에서 한국사찰의 유연성을 엿볼 수 있다. 그 근원을 따라가면 사명대사 법손 남붕스님이 경남 밀양 영취산 백하암에 있던 서산대사,사명대사,기허대사를 모신 표충사당이 돌보는 이 없이 폐허 로 변한 모습을 통탄하고 조선 헌종 때 사당을 현재의 표충사로 옮기면서다. 지금의 경내에 있는 표충사당은 정면 3칸,측면 3칸으로 일반적 전각과는 달리 전면의 한 칸 퇴를 물려 방을 드린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사찰의 중심축으로 가람의 초입에 자리잡고 있다. 안에는 서산대사, 사명대사, 기허대사의 진영이 봉안되어 있다. 사명대사의 남아있는 자취를 찾자면 해인사 홍제암,건봉사 등 전국 곳곳에 있지만 표충사가 그중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사명스님과 관련하여 표충사에는 금란가사장삼(중요민속자료 제29호)와 일본상륙행렬도 팔곡병(경남유형문화재 제274호)이 있다.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훈련시키던 사자평으로 향한다. 사자평은 재약산 정상인 수미봉과 사자봉 사이에 위치한 330만 ㎡(약 100 만평)의 거대 평지로 억새군락이 유명하다. 사자평의 남동쪽에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산들늪’이 있다. 습지는 희귀 동.식물의 보고이자 ‘자연의 콩팥’이라 불린다.
    산들늪에는 1급 청정수에서만 생존이 가능한 가재,계곡산개구리,한국 특산종 장지뱀,까치살모사,꼬마잠자리 식충식물 끈끈이 주걱, 변종식물인 민찔레,겹미나리아제비,민계요동도 발견되었다. 원시상태의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구국의 일념으로 울려 펴지던 승병들의 훈련장은 근래까지도 사람들과 공존했었다.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고 그들의 아이들이 다녔던 고사리분교는 1996년까지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됐다. 겨우내 말라붙은 낮은 키의 억새군락의 모습은 가을 황금들녘을 연상케 한다. 웃자란 억새의 장관으로 물들은 가을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다.
    불교신문 Vol 2710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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