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천년사찰 천년의 숲길

11 덕숭산 정혜사

浮萍草 2013. 7. 13. 07:00
    선사의 눈에는 ‘하늘과 땅’ 구별도 없네
    정혜사에서 바라본 세상. 가슴 벅찬 풍광을 온전히 보여주는 산과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만공스님이 조성한 관세음보상 입상.
    침 하늘이 유난히 맑다. 밤새 먼지를 끌어안고 내려갔고 빈자리에는 뭉게구름이 피어났다. 이런 날에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다. 덕숭산 정혜사다. 몇 해 전 하안거 해제때 정혜사 능인선원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해발400m의 그리 높지 않은 곳이지만 선방 앞마당에서는 온 세상이 내려다 보인다. 덕숭총림 수덕사는 경허스님과 그의 자제 만공스님의 자취가 곳곳에 배어 있는데 그중 1905년부터 1946년 입적할 때까지 41년간 덕숭산을 나서지 않은 만공스님의 자취가 오롯이 남아있다. 정혜사로 가는길. 수덕사 대웅전 왼쪽에서 시작해 1km의끝없는 비탈진 돌 계단이 이어진다. 호흡을 가빠지게 하는 1020여개의 돌계단 만큼이나 대선사의 자취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벅차게 한다. 한참 오르다보면 소림초당이 나타난다. 만공스님이“저곳에 수행처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벽초스님을 비롯 한 대중스님들이 힘을 모아 지은 초가지붕의 수행처로 당시에는 1년에 한두 번 스님들이 직접 초당의 지붕을 손질했다고 한다. 이어 향운각이 보인다. 그 옆으로 만공스님이 조성한 7.5m 크기의 관세음보살입상이 있다. 바람을 막아주는 비슷한 높이의 암벽을 병풍삼아 서있는 온화한 상호와 그 앞에 사람들이 쉬어갈수 있는 평탄한 공간,오른쪽에 자리 잡은 약수가 가쁜 숨을 고르게 해준다. 약수의 목을 타고 내려가는 청량감이 마음을, 주변의 키 작은 대나무들의 당찬 기박은 눈을 정화시켜준다. 이번에는 만공탑이다. 사리를 수습하지 않는 덕숭문중의 가풍으로 시간이 흐른 후에 스님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정혜사로 들어가는 작은 문에서 남매탑을 역광으로
    잡았다.
    탑 상부의 둥근 돌은 스님의 사리를,세 개의 팔각기둥은 삼보를 나타낸다. 팔각의 세 기둥 사이 서 측면에는 만공스님의 서체로 ‘世界一花(세계일화)’ 가 새겨져 있다. 동 측면에는 만공스님의 생애가 간략하게 적혀있고 그 옆으로 스님의 법훈 이 적혀있다. 현재 서울 조계사 앞마당에는 설치된 일본 지진 해일 피해 돕기 모금함은 지구본 모양에 ‘世界一花(세계일화)’라는 만공스님의 글귀가 새겨 있다. 나라와 나라도 한 송이 꽃이라 하며 지렁이 한 마리, 참새 한 마리도 부처로 보라는 스님이 남긴 선시의 한 구절이다. 드디어 정혜사다. 선방이 있으므로 안거 중에는 들어갈 수 없다. 작은 문안으로 조심스레 발을 디딘다. 별천지가 눈앞에 펼쳐지다. 만공스님이“수행 도량의 최적지”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던 곳으로 그동안 많은 수좌들이 깨달음의 경지를 맛보기 위한 정진을 계속해 온 곳이다. 도량 가운데 바위에는 남매탑이라 불리기도 하는 2기의 탑이 정갈한 멋을 준다. 전면은 경계 없이 하늘로 툭트여 앞을 보면 걸림 없는 하늘에 흰 구름만 떠있고 밑으로는 사바세계가 펼쳐진다. 하늘과 나와 사바세계의 구별이 저절로 사라진다.
    불교신문 Vol 2708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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