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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삼각산 승가사

浮萍草 2013. 6. 29. 07:00
    서울 도심 속의 자연공원 북한산 
    마애불에 올라 연화장 세계를 본다
     
    ▲ (左) 승가사 마애불에서 내려다본 풍광. 각로향 지붕의 연꽃문양이 삼각산을 장엄하고 있다. ▲ (右) 승가사 마애불과 108계단이
    웅장하다.

    삼각산을 오르면 만나는 다양한 모습의
    바위 봉우리.
    북5도청 앞까지 마을버스가 들어간다. 종로 도심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지만 공기의 청량감 자체가 다르다. 이정표를 찾으려 주위를 둘러본다. 산비둘기가 눈에 띈다. 도시골목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비둘기와는 맵시 자체가 다르다. 날렵하고 깃털의 색도 나무를 좀 더 닮아있다. 솟아오른 담이 위협적인 주택가 사이를 요리저리 지난다. 고등학교 국어책에 나오는‘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라는 글귀의‘성북동 비둘기’라는 시가 떠오른다. 거대하게 솟아오른 담에 가엾은 비둘기가 된 느낌이다. 사찰 이름으로 꽉 찬 이정표가 나타난다. 오른쪽은 관음사,봉정암,문수사 왼쪽은 승가사,혜림정사다. 이정표를 충실히 따라 올라간다. 탕…탕…타당탕탕 이번에는 총 소리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라면 낯익은 군부대 사격 소리다. 흰머리가 제법 자리 잡으신 세분이 빠른 걸음으로 오른다. 목소리는 아직 쩌렁쩌렁하다. 경험이 풍부한 자신들을 푸대접하는 세상을 탓해본다. 빛바랜 포장길이 계속 이어진다. 오래되어 곳곳이 패이고 금이 가 있다. 소나무 사이 패이고 갈라진 틈은 마른 솔잎으로 채워져 있다. 콘크리트 바닥과 소나무 숲,어울릴 수 없는 사이가 시간의 흐름 속에 부조화속의 조화를 연출한다. 가파르던 길이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오른쪽으로 등산로와 만난다.
    사찰 이름으로 꽉 찼던 이정표에서 문수사 방향으로 오르면 길은 여기서 합쳐지고,곧이어 ‘삼각산승가사’라는 다소곳한 현판의 일주 문이 보인다. 삼각산은 핵심을 이루고 있는 세 봉우리(백운대,인수봉,만경대)가 모여 있다하여 부른 북한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승가사는 통일신라 경덕왕 15년(756)에 수태스님이 창건한 절로 중국 당나라 고종 때 장안 천복사에서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추앙 받았던 승가대사를 기리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일주문을 지나니 긴 경사면을 따라 촘촘하게 돌계단이 놓여있다. 7년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9층 호국보탑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내부는 감실을 조성해 석굴암을 재현해 놓았다. 이번에는 지그재그 형태의 나무데크 계단이다. 계단 중간쯤 먼저 이 땅에 자리 잡은 나무를 위해 나무둘레보다 넉넉한 구멍을 내났다. 대웅전에 참배를 마치고 마애불로 향한다. 정식명칭은 서울 북한산 구기동 마애여래좌상(보물 제215호)이다. 북한산 기슭의 바위에 새겨진 장대한 규모의 마애불로 고려 초기인 10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대좌에 새겨진 연꽃잎은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하다. 친견하기 위해 108계단을 올라야한다. 여기까지 오르면서 보고 들은 다양한 연결고리 없는 단편의 조각들,문명과 자연의 부조화 속의 조화, 어찌 보면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자연공원인 북한산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일상들이다. 오르다 무심결에 뒤를 돌아본다. 북한산의 능선들이 겹겹이 보이고 연화세계의 꽃은 이미 피어 있었다.
    불교신문 Vol 2704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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