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천년사찰 천년의 숲길

14 서산 일락사

浮萍草 2013. 8. 3. 07:00
    사통팔달 뱃길의 내포 가야산…아라메길 따라 절골 탐방
      
    ▲ (左)백제가 내포의 뱃길을 이용해 해외와 내륙을 자유로이 이었듯, 새들이 무리지어 걸림없이 이 땅을 넘나들고 있었다. ▲ (中)
    마을 초입의 장승을 보는 듯한 강댕이미륵불▲ (右) 보원사는 현재의 폐사지 모습으로도 당시의 웅장한 사격을 보여준다
    밖으로 검은 패턴의 물결이 고요한 바다의 파도처럼 움직인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하늘을 올려본다. 서산 한우개량소의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의 넘실거리는 초지를 배경으로 철새들이 무리지어 일정한 방향으로 향한다. 바람도 길을 따라 흐른다더니,사통팔방 걸림없지만 마치 바다 위에 향로가 있듯이 하늘에도 사람이 볼 수 없는 길이 있는 듯하다. 이곳 서산을 비롯한 태안,당진,홍성,예산,아산 등은 예로부터 내포라 했다. 내포란 배가 닿는 포구가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는 지역을 뜻한다. 백제가 한강변을 고구려에 빼앗긴 이후 해외와 교류하던 통로가 막혀, 새로운 바닷길을 개척한 것이다. 내포지방의 중심인 가야산은 백제시대부터 아산만,가로림만,천수만에 연결 된 내륙하천을 통해 물자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따라서 내포지방은 고대문물이 한반도로 들어오는 유입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했다. 이로 인해 가야산은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가야사와 보원사 등의 대찰을 비롯해 골짜기마다 사찰이 있었다. 현재는 대부분 폐사지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만,유적과 보물은 다수 발견되었으며, 지금도 발굴이 진행 중인 불교의 성지이다. 이런 서산에 아라메길이 생겼다고 한다. 길은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사람 발길이 닿았던 길을 부분적으로 잇거나 정비하여 예쁜 이름 하나 달아주면 요즘 유행하는 둘레길이 되는 것이다. 아라메길이란 바다의 고유어인‘아라’와 산의 우리말인‘메’를 합친 말로 바다와 산이 만나는 서산지역의 둘레길로 작년에 작명되었다. ☞ 서산 아라메길 홈페이지 ☜에는 5코스까지 소개되어 있는데 최장 20km에 6시간 걸리는 코스까지 있다. 일반적으로 산악회가 나무에 걸어둔 리본보다 훨씬 큰 노랑리본이 길을 안내해준다. 이중 강댕이미륵불에서 출발하여 마애삼존불, 보원사지를 거쳐 일락사로 향하는 길을 선택했다. 아라메길로 얘기하자면 제1코스의 일부분이다. 강댕이 미륵불은 강당계곡으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에 서있는데 첫인상이 마을의 수호신 같다. 원래는 고풍리에 있었는데 저수지가 축조되면서 수몰되는 것을 피해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3락(樂)이 모여 평온함을 주는 일락사 전경.
    이어 너무도 유명한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마애삼존불이 모습을 드려난다. 국보 제84호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가운데 가장 뛰어난 백제후기 작품으로 볼록한 볼살의 미소가 빛이 쏟아지는 방향에 따라 그 천진난만한 상호의 표정을 달리한다. 여기서 조금 더 걸어가면 보원사지다. 사지의 모습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에 도량을 가로지르는 내가 있고, 그 위로 법인국사 보승탑과 비(보물 제1054호와 제106호),보원사지 5층석탑 (보물 제104호), 보원사지 당간지주(보물 제103호)가 옛 사격을 보여준다. 현재도 발굴 작업은 진행 중이다. 이제 일락사를 향해 등산로에 접어든다. 바다가 가까운 덕에 보원사지까지 해수면부터 고도차가 미미하여 조금만 올라가도 높은 곳에 오른 느낌이다. 이 길은 해발 500m까지 올라가는 등산로이다.
    일락사 뒤편은 일락산이라 부르며 목탁바위에서는 서산이 한눈에 내려 보인다. 목탁바위에서 일락사로 내려가는 길에는 하나의 뿌리에서 세 몸통이 자라는 소나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황락리 일락산 일락사는 도량에 락(樂)이 세 개가 모여 편안한 안식을 준다더니 보는 즐거움까지 전해주었다.
    불교신문 Vol 2714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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