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천년사찰 천년의 숲길

6 구례 화엄사

浮萍草 2013. 6. 8. 07:00
    뭇 생명 보듬는 지리산
    연기조사 갖가지 꽃으로 장엄하다
     
    ▲ (左) 각황전 옆에서 바라본 화엄사 전경.▲ (右) ‘효대’ 라고도 불리는 창건주 연기조사의 효행을 기리는 4사자3층석탑
    길상암 인근의 대나무길.
    부터 지리산에 들어가 배 굶는 이는 없다고 한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가진 것 이라곤 몸뚱이 하나뿐인 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이,죄를 짓고 숨어 들어온 이,근대사의 빨치산까지. 일그러지고 상처투성이 이들을 지리산은 말없이 품어 안았다. ‘지리산 대 화엄사’ 화엄사 홈페이지 머리띠 문구이다.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으로 향하는 길. 미동조차 결코 허락하지 않을 육중한 크기의 마당석과 이음새 없는 계단석은 주변과 높이차는 없지만,마치 산길에 솟은 너른바위를 걷는 착각이 들 정도로 수천 년을 이어온 지리산 맹주로서 위용을 자랑한다. 가람 곳곳을 잇는 길은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혈관을 연상케 한다. 오등선원 뒤편의 폭 좁은 호젓한 동백나무 길은 한겨울에도 윤기 나는 초록의 세계를 만나게 해준다. 오등선원 옆을 지나 산내 암자인 구층암으로 오르는 길은 대나무가 맞아준다. 여기서 더 오르면 길상암으로 이어지는데 산보하기에 제격이며 풍광 또한 일품이다. 조금 더 지나면 화엄계곡을 넘어 갈수 있는데 여기서 만나는 길은 계곡과 멀어졌다 가까워지길 반복하며 화엄사의 원찰인 연기암을 거쳐 지리산 노고 단으로 향한다. 연기암의 이름은 화엄사의 창건주인 연기대사에서 유래한다. 화엄사는 ‘문화재의 보고’라 칭할 정도로 국보와 보물이 상당하다. 그중 4사자3층석탑의 독특한 양식에 절로 찬탄하게 되는데 가장 주목되는 위층 기단은 암수 네 마리의 사자를 각 모퉁이에 기둥삼아 세워 놓은 구조로, 모두 앞을 바라보며 입을 벌린 채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있다. 사자들에 에워싸여 있는 중앙에는 합장한 채 서있는 스님상이 있는데 이는 연기조사의 어머니라고 전하며 바로 앞 석등의 탑을 향해 꿇어앉아 있는 스님 상은 석등을 이고 어머니께 차를 공양하는 연기조사의 지극한 효성을 표현해 놓은 것이라 한다. 이에 얽힌 설화가 있다. 백제시대 지리산 마을. 낭랑한 목소리와 장중한 음성이 조화를 이룬 독경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을 사람들로서는 일찍이 들어보지도 못한 다른 나라 사람이 읽고 있는 독경 소리를 알아들을 줄도 몰랐으며 독경이 끝나고 잠시 후 한 스님이 나왔다. 그의 얼굴 생김새와 피부가 우리민족과는 전혀 달랐으며 가사를 둘둘 말아 몸에 감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스님과 합장한 후 대화를 나눴지만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다. 스님은 움막 안에서 벼루, 붓, 종이를 갖고 나와 글로서 얘기를 주고받았다. 천축국(인도)에서 불법을 펴고자 인연국토에 찾아왔으며 한문은 천축국에 유학 온 중국의 양나라 스님에게 배웠고 백제에 연이라는 짐승을 타고 비구니인 어머니와 함께 날아서 왔다하여 마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바닷가의 절에 살면서 바다 속에 사는 연이라는 짐승과 친해졌다. 이 연은 능히 공중을 날고 바다 속으로도 헤엄쳐 가며 바다에 떠서 배처럼 다니기도해 이 연을 교화하여 오계(五戒)를 주고 제자를 삼아 이곳에 까지 왔고 방금 읽던 경전은 부처님의 최고경전인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라 했다. 그리고 스님은 언제나 어머니께 조석으로 차 공양을 지극한 효심으로 올렸는데,마을사람들이 스님의 효성에 감탄하여 이를 따르고 자 노력하였다. 화엄(華嚴)이란 말 그대로 갖가지의 꽃을 가지고 장엄한다는 뜻으로 <대방광불화엄경>은 광대무변하게 우주에 편만해 계시는 부처님의 만덕(萬德)과 갖가지 꽃으로 장엄된 진리의 세계를 설하고 있는 경이라 할 수 있다. 뭇 생명을 품어 안는 지리산 자락에서 효를 다하고 화엄사상을 설했던 연기조사는 지리산을 진정한 갖가지 꽃으로 장엄하였다.
    불교신문 Vol 2696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