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천년사찰 천년의 숲길

1 경주 남산 칠불암

浮萍草 2013. 5. 1. 07:00
    연재를 시작하며… 천년사찰을 찾아 나선 길. 그 길에는 사천왕문 안과는 또 다른 마음의 울림이 있다. 옛 선승의 체취가 남아있고 눈 푸른 납자들이 수없이 오고갔을 큰절과 선방의 샛길에서부터 선방의 포행길, 요즘 각광받는 둘레길, 명상길에 이르기까지. 시시때때로 직면하는 삶의 화두를 들기에는 산사를 찾아가는 길이 제격이다. 길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의 모습을 그러보며 그 길을 시작하려한다.
    칠불암 솔숲길에서 천년 신라인의 꿈을 읽다
    700여 문화유산 즐비한 경주 남산이 시작되는 암자
    칠불암으로 향하려 통일전 주차장에 내린 나를 뒤로 잡아챈, 한줌햇살이 드리워진 소나무 군락.
    주 남산 칠불암 가는 길. 통일전 주차장에 섰다. 남산은 바위, 소나무, 송이가 많아 ‘삼다산’(三多山)으로도 불린다. 사진작가들로부터 호평받는 소나무 군락은 서남산 주차장방면 삼릉계곡 길이지만 통일전 주차장 옆에 보이는 소나무들도 예사롭지 않다. 시간은 정오를 향하는 대낮인데도 촘촘한 소나무 군락에는 어둠이 채가시지 않고 그 사이로 강렬한 빛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연출 하는 군락안의 명암 대비는 연신 셔터를 누르게 한다.
    신선암 마애보살상은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을 바라본다

    수려한 입체감의 국보로 승격된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

    칠불암 일주문의 역할을 하는 돌계단의 대나무 터널
    한국불교의 대표적 성지인 경주남산을 일컬어 ‘천년 노천박물관’이라 한다. 해발 494m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절터 150곳,석불 마애불 129기,탑 99기 등 발견된 문화유적만 694점에 이른다. 196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1985년 산 전체가 사적(311호)으로 지정 됐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소나무군락으로 향했던 발길을 칠불암으로 돌린다. 오르는 길은 비질을 막 끝낸 새벽 도량같이 매끈하다. 어찌 보면 길바닥이 닳아 조금 밑으로 꺼진 느낌이다. 산길에 삐져나와 있는 나무뿌리가 마른 사람의 혈관처럼 도도라 진다. 이처럼 길이 닳도록 남산을 찾았을 신라인들을 떠올려본다. 불국사,황룡사,석굴암이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진 대작불사로 왕족과 지배층 의 주된 신앙 공간이었다면,삼국통일 과정에서 고달픔을 겪을 수밖에 없는 백성들의 불심에는 남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완의 부처님과 투박한 부처님,셀 수조차 없는 석탑은 불교에 귀의하여 위안을 얻고자 했던 간절한 바람이 남산을 그들의 성지로 만들었다. 백성들의 자발적 참여로 그들의 손으로 만든 불국토에서 기도드리고 또 기도 드렸을 것이다. 완만하던 길이 조금씩 경사를 이루는 듯하더니 ‘칠불암 300m’ 이정표가 보이고 스피커 너머로 염불소리가 들린다. 바로 옆에는 칠불암의 식수로 보이는 샘물의 수량이 제법이다. 칠불암은 석축위에 자리 잡고 있어 촘촘히 놓인 돌계단을 통해 오르면 세련 된 칠불이 한눈에 들어온다. 보물 제200호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석불’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2009년 국보 제312호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으로 승격되었다. 넓은 면의 암벽에 본존불과 입상의 두 협시보살상이 있으며 그 앞쪽 사면 석주의 각 면에는 비슷한 크기의 불좌상을 부조해 모두 일곱 구(軀)로 구성 돼 있다. 삼존상 앞에 놓여 있는 사면석주에는 각 방위를 주재하고 있는 부처님의 형상을 새겼다.
    이곳의 사방불은 이후 전개될 석탑 사방불의 조형이 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큰 조각사적 의의가 있다고 한다. 점심공양을 권하는 거사님을 뒤로하고 칠불암 위로 곧바로 선 절벽 면에 새겨져 있다는 신선암 마애보살상으로 향했다. 정상 방향으로 급경사의 길을 칼바람 맞으며 올라간 덕에 이정표를 놓쳐 정상으로 갈 뻔했다. 오르다보면 왼쪽으로 ‘신선암 가는길’ 이정표가 있다. 둘이 나란히 걷기에는 벅찬 낭떠러지를 지나야 신선암 마애보살상을 한눈에 온전히 담을 수 있다. 가부좌 한쪽다리를 푼 모습이 이채롭다. 사방이 확 트인 산꼭대기에 있어서 사계의 변화 속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뭇 상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신선암 꼭대기에는 실제로 구름이 지나가는 일이 많다는데 이날도 멋들어진 구름 한 점을 볼 수 있었다. 가부좌 한쪽다리를 풀어 구름에 담구는 평온한 삶을 꿈꾸었을 신라인을 떠올린다.
    불교신문 Vol 2686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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