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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푸른소금’ - 하동 쌍계사

浮萍草 2013. 11. 14. 07:00
    깊은 가을 지리산에서 ‘바로 지금의 나’를 찾을까
    푸른 가을 하늘이 지리산을 덮고 있다. 쌍계사 대웅전에서 바라본 지리산 모습.
    두헌이 모시던 두목의 영결식 모습.
    화‘푸른소금’은 은퇴한 조폭 윤두헌(송강호)과 그를 노리던 여자 킬러 조세빈(신세경)의 위험한 로맨스를 그렸다. 윤두헌은 전설적인 조폭이었지만 은퇴 후 요리학원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물김치 담는 법을 배우는 사내다. 촉망받는 사격 선수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선수생활을 접은 조세빈 역시 비범한 총 솜씨를 숨긴 채,빚 갚을 돈을 벌기 위해 윤두헌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두헌이 몸담았던 조직 칠각회의 보스가 세상을 떠나고,쌍계사에서 영결식을 올린다. 법당이 잠깐 나올 법한 장면임에도 영화 속에선 제법 많은 시간을 쌍계사의 풍광을 보여준다. 영상미를 중요하게 만든 영화답게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쌍계사를 짧게 지나 칠수 없었을 것이다. ㆍ세상에 가장 중요한 세가지 금 누런 황금과 짜디짠 소금 그리고 바로 지금
    섬진강을 따라 가다가 화개(花開)를 거쳐 쌍계사로 향한다. 꽃이 핀다(花開)는 마을 이름답게 화개에서 쌍계사 입구까지 6km 구간은 벚꽃나무 1200여 그루가 터널을 이루어 봄철이면 상춘객 으로 가득차는 곳이다. 이젠 조금 남은 나뭇잎들이 앙상한 가지를 감싸고 있다.
     
    ▲ (좌) 우리나라에 범패를 처음으로 전한 진감선사의 탑비.▲ (우) 섬진강과 아름다운 차밭을 지나면 쌍계사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
    다. 맑은 계곡물이 일주문과 함께 방문객을 맞이한다.

    쌍계사 매표소를 지나면 깊은 숲과 아름다운 계곡이 펼쳐진다. 쌍계(雙磎)는 두 개울이 만나 쌍을 이룬다는 말이다. 두 개울이 만나고 좀 더 지나면 경상도 사람들과 전라도 사람들이 만나는 화개장터가 화개장터를 지난 물은 섬진강으로 흘러들어 광양만에서 바다와 만나게 된다. 숲과 계곡이 선사하는 싱그러운 향기와 시원함을 만끽하며 절로 향한다. 삼신산 쌍계사 현판이 붙어 있는 일주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삼신산은 두륜산, 방장산과 함께 지리산의 또 다른 이름 중 하나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곧바로 금강문, 천왕문, 팔영루가 나온다. 팔영루를 돌아서면 대웅전이 정면으로 보인다. 대웅전 아래 마당에 국보 제47호 진감선사대공탑비(眞鑑禪師大空塔碑)가 중심에 서 있다. 통일신라 후기의 탑비양식에 따라 거북받침돌은 머리가 용머리로 꾸며져 있으며, 등에는 6각의 무늬가 가득 채워져 있다. 직사각형의 몸돌은 여러 군데가 갈라져 있지만 천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단아하면서도 생동하는 필체로 촘촘히 새겨진 글씨를 거의 알아볼 수 있다. 신라시대 최고의 문장가인 최치원이 진감선사 혜소스님의 덕을 기리기 위해 887년 왕명을 받아 비문을 짓고 글을 썼다. 쌍계사는 선(禪), 차(茶), 범패의 근본도량이라 부른다. 이 모든 것인 진감선사와 연관이 있다. 스님은 804년 당나라에 갔다가 830년 귀국, 쌍계사에서 선종을 일으키고 850년에 입적했다. 스님은 중국에서 불교음악인 범패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또한 쌍계사의 옛 이름인 옥천사를 중창하고 차나무를 심었다고 쌍계사지에 기록되어 있다. 탑비를 지나 계단을 올라 대웅전으로 향한다. 2007년 1월 새롭게 보수를 마친 대웅전은 1641년 벽암 각성스님이 중건한 이래 몇 차례의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보물 제500호로 지정돼 있다. 영화 ‘푸른소금’에선 이 곳에서 두헌이 모셨던 보스의 영결식이 열린다. 두목의 죽음 후 후계자로 두헌이 거론되자 조직은 두헌을 제거하려 하고 세빈에게 살해명령을 내린다. 고공에서 외줄타기 같은 아슬아슬한 사랑을 두 사람은 이어간다. 세빈이 두헌에게 전한 말이다. “아저씨,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금이 세 개 있는데 뭔지 알아요?” “하나는 황금! 짜지만 중요한 소금” 하지만 두헌은 세 번째 금을 찾아내지 못한다. 후에 긴박한 상황에서 두헌은 세빈의 말을 인용한다 그리고 세 번째 금을 말한다. 바로 ‘지금’이다. “과거는 일은 이미 사라졌고 미래의 일은 아직 이르지 않았느니라.” <중아함경 中>
    붉게 만개한 꽃무릇이 쌍계사 마당을 장엄하고 있다

    불교신문 Vol 2766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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