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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강원도의 힘’ 양양 낙산사

浮萍草 2013. 10. 31. 07:00
    동해 가면 한마음으로 부른다… “관세음보살”
    파란 가을 하늘과 동해의 푸른 바다가 맞닿았다. 멀리 의상대가 보인다. 의상대는 의상스님이 중국 당나라에서 돌아와 낙산사를
    지을 때 이곳에 이르러 산세를 살핀 곳이며, 의상스님의 좌선(坐禪) 수행처라고 전한다.
    부남 대학 강사 상권과 강의를 듣는 학생 지숙은 연인 사이다. 둘은 각자 강원도로 여행을 간다. 지숙은 친구 은경,미숙과 함께 강릉행 야간열차를 타고 강원도로 향한다. 강릉역,오색약수,낙산바닷가,낙산사 등을 여행하고 낯선 경찰관 남자와 우연히 만난다. 상권도 후배 제완과 설악산,대포항,낙산사 등을 돌아본다. 홍상수 감독의 두 번째 영화 ‘강원도의 힘’은 주인공들의 삶을 3인칭 시점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ㆍ강원도로 여행을 떠난 상처 입은 두 남녀 그 곳엔 대체 무슨 힘이
    낙산사는 신라 의상스님이 창건한 관음성지다. 불자들에게 소중한 기도도량일 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강원도를 찾아온 사람들이 한번쯤 들렸을 법한 필수 여행코스로,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자리한 곳이 바로 낙산사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2005년 식목일 발생한 화재로 낙산사가 전소위기에 처했을 때 온 국민들이 안타까움에 발을 굴렀다. 화마가 휩쓸고 간 뒤 낙산사는 불자들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본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옛 모습을 되찾은 낙산사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 (좌)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해수관음상.▲ (우)의상스님이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장소에 세워진 홍련암.

    동해로부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파도를 일으킨다. 암벽에 부딪힌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사라진다. 바닷가 기암괴석 위에 서 있는 홍련암이 눈에 들어온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의 뭉게구름은 홍련암, 의상대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홍련암은 의상스님이 관세음보살 진신(眞身)을 친견한 곳으로 전해진다. 2005년 낙산사를 휩쓴 화마도 이곳까지는 범접하지 못했다. 중국 당나라에서 화엄교학을 공부한 의상스님은 670년 당나라의 신라 침공계획을 알리고자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듬해인 671년 당나라와의 전쟁을 치르며 신라 백성들은 고통에 시달렸다. 의상스님은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관세음보살을 찾는다. 양양 바닷가 오봉산에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스님은 해변 굴속에서 기도정진에 들어갔다. 7일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도한 끝에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다시 1주일 기도 끝에 길지(吉地)를 알게 된다. 그 길지에 창건한 절이 낙산사다.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빌어 중생을 구원하고자 창건된 낙산사이지만 동해의 파도처럼 굴곡을 겪어야 했다. 나당전쟁이 끝난 후 범일스님에 의해 중건됐지만 고려 때 몽고의 침입으로 폐허가 됐다. 다시 조선 세조의 명으로 중창됐으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또 다시 허물어졌고 한국전쟁 때에도 폐허가 됐다. 하지만 이런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낙산사에는 간절한 원이 서려있다. 그로 인해 양양 바닷가에서 언제나 중생들을 품어 안는다. 2011년 가을에도 원력을 세우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1년에 약 10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의상대, 홍련암을 들른 후 낙산사의 중심법당인 원통보전을 향한다. 원통보전은 지난 화마로 전소된 후 다시 복원됐다. 원통보전에 봉안돼 있던 보물 제1362호 낙산사건칠관음보살좌상은 당시 안전한 곳으로 모셔져 화를 면했다. 원통보전에서 해수관음상으로 향하는 길은 ‘꿈이 이루어지는 길’로 이름 지어져 있다. ‘관세음보살’을 염하며 해수관음상을 향해간다.
    낙산사의 중심법당인 원통보전에는 화마를 피한 건칠관세음보살좌상이 모셔져 있다.

    “갖가지 고통을 받고 있는 무량 백천만억의 중생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聞) 한마음(一心)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보 살은 곧 바로 그들의 음성을 관(觀)하여 모두 해탈케 하느니라.” <묘법연화경> 중 영화 속 지숙과 상권의 너저분한 삶의 모습은 덤덤하게 표현된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삶을 바라보니 울컥 화가 난다.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세속 때에 찌든 중생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그리는 것이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 (우) 낙산사를 찾은 두 주인공.

    불교신문 Vol 2756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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