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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꿈’ 속초 신흥사

浮萍草 2013. 10. 24. 07:00
    한바탕 꿈을 꾸고 난 후, 깨달았는가! 그대…
    권금성에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신흥사 전경. 위에 하얀 바위가 울산바위이다. 동자승의 지혜로 울산고을 원님에게 내던 바위세
    를 내지 않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신흥사 극락보전과 경내 모습
    가 사는 이 삶이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그럴 수 있겠지만 출세간도를 닦는 스님들이 그럴 일이 없을까. 이광수의 소설 ‘꿈’을 보면 조신스님을 통해 집착과 욕망 그리고 그것을 얻은 즐거움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국내에서 세 번이나 영화로 제작됐다. 신상옥 감독이 1955년,1967년 두 번 제작했고 배창호 감독이 1990년 다시 리메이크 했다. ㆍ삼국유사에 전해오는 조신스님의 이야기 애욕의 무상함 일깨워
    소설‘꿈’의 배경은 낙산사지만 1967년 작 영화 ‘꿈’은 대부분 신흥사에서 촬영됐다. 태수의 딸 월례를 사모하게 된 조신스님은 심지어 큰스님인 용선스님에게 본인과 월례가 맺어지게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용선스님은 관세음보살 앞에서 기도를 하게 시킨다. 염불을 하던 스님은 종소리를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간다. 우연히 목욕중인 월례를 만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 후 야반도주한다. 추격을 피해 둘은 잠시나마 행복한 삶을 산다. 하지만 세 남매를 낳고 가난에 시달리고 추격의 불안감을 품고 수십년을 살아간다. 이 때 찾아온 동료 스님인 평목을 살해하게 되고 월례의 약혼자였던 모례에게 발각된다. 더욱이 아들과 딸도 사고로 잃는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조신은 어떻게 됐을까.
    청동통일대불
    지난 20일 3교구본사 신흥사를 찾았다. 산을 찾으면 시선이 멀리 가게 된다. 산위에 하얀 바위가 하늘을 향해 솟아나 있다. 푸른 하늘이 끝까지 보이는 듯하다. 높은 하늘을 실감한다. 바람이 시원하다. 가을이다. 오색찬란한 가을 옷으로 갈아입을 설악산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맑은 계곡과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는 온갖 생명에게 환희감을 선사한다.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답게 일주문을 통과하면서부터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최근 중국과 태국 등 아시아인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데 불자들이 많아 사찰을 꼭 들러 참배를 한다.
    각기 다른 기도방식이지만 그 모습을 보니 반갑다. 명산 설악산에 자리 잡은 신흥사는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처음 설악산 입구에 향성사(香城寺)로 창건됐다. 지금도 그 자리에 향성사지 삼층석탑이 남아 있다. 창건 후 698년(효소왕 7) 화재로 가람이 전소한 후 내원암 자리로 옮겨 신정사가 되었다가 1644년 신인(神人)이 길지를 점지해 줘 지금의 자리에 사찰이 흥(興)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신흥사로 중창하였다
    신상옥 감독이 제작한 영화 ‘꿈’속에서 1960년대 신흥사 모습을 볼 수 있다.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면 1987년부터 10년에 걸쳐 조성된 14.6m 높이 청동통일대불이 아름다운 설악산을 바라보며 자리하고 있다.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바라면서 조성된 통일대불 내부엔 내원법당이 있다. 통일대불을 지나 신흥사로 향한다. 세심교를 지나면 사천왕문이 보인다. 사천왕문을 지나면 거대한 누각이 나타난다. 법고와 목어가 보존돼 있고 특히 네 벽에 시판과 추사의 친필이 있어 유명한 보제루이다. 보제루 아래 계단을 올라서면 본전인 극락보전이 정면으로 보인다. 1967년 제작된 영화 ‘꿈’속에도 자주 등장했던 전각들이 눈에 들어 온다. 영화 속에 신흥사 스님들의 생활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기도하고 마당을 쓸고 마룻바닥을 닦고 공양 준비하는 모습은 지금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요즘과 비교하며 영화를 감상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통에 몸부림 치던 조신스님은 모례의 칼이 목에 들어오는 순간 잠에서 깬다. 낙산사 홍련암에서 관세음보살에게 기도하던 중에 잠에 들었고 수십 년 세월을 그가 그토록 원하던 태수의 딸 월례와 혼인하여 살다가 결국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꿈을 꾼 것이다. 꿈을 통해 다른 삶을 살고 온 것이다. 이후 조신스님은 다시 기도하러 온 월례를 보았지만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이광수의 ‘꿈’이전에 <삼국유사>에 나온다. 애욕(愛慾)의 무상함을 관세음보살이 가르쳐 준 것일까. 높은 가을 하늘, 뭉게구름 사이로 따사로운 자비의 햇살이 빛나고 있다.
    불교신문 Vol 2754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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