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영화속 도량을 찾아서

24 ‘봄날은 간다’ 삼척 신흥사

浮萍草 2013. 10. 10. 07:00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무엇은 안 변할까?
    삼척 신흥사는 웅장함을 자랑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정겨움이 묻어난다. 학서루에서 바라본 신흥사 모습.

    소나무와 배롱나무가 같이 자라나고 있다.
    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는 어느 겨울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 (이영애)를 만난다. 라디오 방송을 위해 둘은 자연의 소리를 담는다. 대나무숲에 바람부는 소리,바닷가 파도소리 등을 녹음하기 위해 이 들이 찾은 자연은 아름답다. 어린 상우,이혼경험이 있는 은수는 여행을 통해 빠르게 가까워진다. 새벽에 문득 일어난 은수가 사찰 방문을 열고 나서니 눈이 내리고 있다. 상우가 은은히 촛불이 비쳐 나오는 대웅전 앞에서 눈 내리는 겨울산사의 새벽을 녹음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은수가 일어나 발자국을 조심하며 그에게 다가서 옆에 앉는다. 둘은 서로 쳐다보며 미소 짓는다. 너무 고요한 산사에는 눈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 조차 들릴듯 하다. 땡땡땡 풍경소리만 간혹 들린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사찰 새벽 풍경소리를 녹음한 절이 바로 태백산 신흥사이다. ㆍ 눈내리는 천년 사찰의 새벽 사랑과 이별을 담은 이야기 과연 영원한 것이 있을까
    강원도에는 ‘신흥사’가 두 곳이 있다. 조계종 3교구 본사 설악산 신흥사가 한곳이고 그에 비해 아주 아담한 4교구 월정사 말사 태백산 신흥사가 이번에 찾은 영화 속 도량이다. 삼척에서 태백방면으로 427번 지방도로를 타고 4km 정도 가면 우측에 양평 교가 나온다. 그 다리 건너편에 폐교가 된 양평초등학교가 있다. 힘차게 아이들이 뛰어 놀았을 운동장엔 잡초들이 아이들 키만큼 자라있다. 초등학교 앞에서 왼편으로 돌아서면서부터 바로 사역이 시작된다. 울창한 숲이 덮힌 골짜기 입구에 산문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측엔 절의 역사를 상징하는 부도와 탑비가 나란히 서 있다.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너면 멀리서 보였던 아주 작은 일주문이 자리하고 있다.
      
    ▲ (左) 설선당.▲ (中) 심검당. 영화에서 두 배우가 하루밤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右) 신흥사 대웅전에서 은수가 절을 올리고 있다.

    일주문 옆으로 난 큰길로 차가 다니는 까닭에 일주문을 향하는 길엔 수풀이 무성하다. 일주문을 지나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곳에 위치한 신흥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흥사는 강릉 굴산사에서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굴산문을 개창한 신라 범일국사가 889년(진성여왕 3)에 지흥사로 창건했다. 이후 광운사, 운흥사로 바뀌었다가 1821년(순조 21) 지금의 신흥사로 사찰명이 바뀌었다. 학서루를 아래 계단을 올라서면 대웅전을 중심으로 산신각,심검당,설선당등이 모습을 보인다. 대웅전으로 향한다. 영화 속에서 신흥사를 찾은 은수는 대웅전에서 정성껏 절을 올린다. 그 모습을 상우는 지켜보고 있었다. 나중에 상우가 묻는다. “아까 뭐 빌었어요?” 알려주기 싫은 듯 은수가 웃으며 답한다. “아 까먹었다.” 소박한 신흥사에 또 다른 매력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대웅전 양옆으로 서 있는 심검당과 설선당이다. 대웅전을 맞주 보고 왼쪽에 있는 건물이 심검당으로 선원으로 사용되었다. 지혜의 칼을 찾는 집이라 하여 심검당이라 불리운다. 심검당의 ‘검’은 무명을 단절하여 부처의 혜명을 증득하는 것을 상징한다. 심검당과 마주보고 있는 설선당은 심검당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으며 두 건물 다 고풍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설선당은 스님들이 설법을 할 때 이용된 건물이며, 현재도 요사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속 어린 상우는 이상적인 사랑을,은수는 현실적인 사랑을 추구한다. 둘의 관계는 겨울을 지나 봄이 끝나가 무렵 어긋나게 된다. 헤어지기 전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대웅전 바로 왼편 아래에 특이한 나무가 있다. 수령이 200년된 배롱나무인데 줄기 가운데 로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배롱나무위에 소나무가 얹혀 있는 형태인데 두 나무가 서로 상생하는 모습처럼 보여 진다. 하지만 배롱나무의 줄기를 가르고 있는 소나무가 점점 자라면서 배롱나무를 위협하고 있다. 극진한 사랑은 가슴이 아프다. 애착인지 사랑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애착은 윤회의 굴레 속에 서로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닐까. 영화 마지막 장면 이별을 경험한 상우는 밀밭에서 혼자 녹음을 하며 미소 짓는다. 애착의 굴레에서 벗어난 걸일까. 하지만 윤회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불교신문 Vol 2749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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