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영화속 도량을 찾아서

20 ‘영화 삼매’에 빠져 무더위 잊어볼까나

浮萍草 2013. 9. 12. 07:00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사진 왼쪽)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
    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원한 수박을 들며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자칭 타칭 ‘영화마니아’로 소문난 일곱 명의 스님으로부터 휴가철에 볼만한 영화이야기를 들어봤다. 스님들이 자신 있게 추천한 일곱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ㆍ“본성을 찾아 나선 치히로의 모험담 흥미진진” 법만스님 / 선운사 주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미래소년 코난,이웃집 토토로,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일본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선운사 주지 법만스님이 추천했다.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공상을 수상함으로서,애니메이션으로는 세계 3대 영화제 최초 그랑프리 수상작이 되었다. 2003년 아카데미에서 헐리웃 애니메이션을 누르고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흥행에도 성공한 대작이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편씩 영화를 본다는 스님은 이 영화에서 기차를 타고 친구를 구하러 가는 장면 과 많은 돼지들 가운데서 자신의 부모를 골라내는 장면들과 센이 된 치히로가 본성을 찾아 가는 모습에서 매우 불교적 주제를 느낄 수 있다며 귀뜸해 준다.
    ㆍ“광활한 설원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대서사시” 미산스님 / 중앙승가대 교수 데이비드 린 감독의 닥터 지바고(1965)
    무더운 여름,시원한 피서지를 찾아 떠나지 못했다고 해도 그렇게 슬퍼할 필요가 없다. 러시아 우랄산맥의 시원한 설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명화를 감상하면 더위도 쉽게 떨쳐버릴 수 있다. 미산스님이 뜨거운 이 여름 볼만한 영화로 “광활한 설원에서 펼쳐지는 대서사시”라며 1965년작 닥터지바고 를 추천했다. 60년대 제작되긴 했지만 수차례 다시 개봉을 했을 정도의 명작이다. 닥터지바고는 사회주의 혁명과 그 혁명이 현실화 되어가는 시기를 배경으로 러시아가 붕괴되는 사회적 혼란 속에 러시아 지식인이 겪는 비극적은 운명과 몰락해 가는 지성의 내면생활을 추구한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역경과 고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 지바고와 라라의 끝없이 아름다고 슬픈 사랑이야기와 일상적,서사적 인 사실 도입으로 더욱 감동적인 영화다.
    ㆍ“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 진명스님 /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2002)
    기차를 타고,버스를 타고,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을 한참 걸어,형편이 어려워진 상우 엄마는 잠시 상우를 외할머니 댁에 맡기기로 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시골 외딴집에 남겨진 상우. 대사보다는 등장인물의 표정과 상황 묘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작품은 단편영화를 보는 듯 잔잔하게 절제된 영상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말을 못하는 할머니와 불편한 시골 생활에 심술궂게 굴던 어린 외손자는 할머니의 희생어린 사랑에 차츰 ‘정’을 느껴간다. “아이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그리움을 갖고 살아가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휴가철 이 영화를 보면 잊고 지낸 가족애를 느끼게 될 것”이라며 ‘집으로’ 를 추천해준 문화부장 진명스님의 이야기처럼 87분의 상영시간이 끝나면 잊고 있었던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될것이다.
    영화 집으로의 마지막 자막이 나온다.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
    ㆍ“전쟁 속 소년의 고된 삶 지켜보니 눈물이 주룩” 원영스님 / 조계종 교육원 상임연구원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2000)
    “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 영화처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영화도 없다. 중동전쟁 속에서 혹독한 삶을 살아내는 10대 소년과 소녀의 모습을 담담히 지켜보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 이다.” 쿠르드족 최초의 감독인 바흐만 고바디가 만든 이 영화는 이란과 이라크의 오랜 전쟁으로 황폐해진 고원 산악지대에 위치한 국경마을에 사는 쿠르드 족의 이야기다. 영화는 우리 현실 가까이에 있는, 삶의 어두운 부분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전쟁으로부터 비롯된 인권의 문제,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그 속에서 가장 약자인 어린이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쿠르드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고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이제 우리도 누군가의 아픔에 관심을 갖고 보듬어야 할 때가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고통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ㆍ“꿈과 현실의 모호함…코브의 팽이는 멈췄을까” 월호스님 / 행불선원 선원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2010)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의 저자 월호스님이 여름휴가 때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인셉션을 추천했다.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미래사회가 배경이다. 사업가의 의뢰로 타인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기억을 심어 넣는 작전이 바로 인셉션이다. 꿈속에서 또 꿈속으로 다시 그 꿈속에서 꿈으로 들어가는 3중 꿈 작전이 시작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꿈인지 현실인지 혼돈스럽게 된다. 꿈속여행은 매우 위험하다. 제대로 깨지 못하면 영원히 꿈속에 갇히게 된다. 마침내 코브는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지만 과연 그게 현실일까. 월호스님은 경전강의를 하면서 자주 영화를 비유한다고 한다.
    친근한 영화로 비유를 하면 그만큼 이해가 빠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와 관련된 경구도 일러줬는데 <금강경>의 한 구절이다. 일체유의법(一切有爲法)은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이며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하니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하라. 조건 지워진 것은 모두 다 마치 꿈과 같고 허깨비,물거품,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번갯불과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관찰할 지니라. 영화 속 이야기처럼 지금 우리도 꿈속에 갇혀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ㆍ“음악으로 소통하는 젊음을 아름답게 그려” 한북스님 / 대구 보성선원 주지 존카니 감독의 원스(2006)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오고 있는 한북스님은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지역어르신 들을 극장으로 초청해서 단체로 영화 관람을 하기도하고 사찰에서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스님답게 영화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휴가 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추천해 달랬더니 ‘원스’를 추천해 주었다. 1억5000만원의 제작비, 디지털 촬영, 비전문배우 캐스팅 등 국내 독립영화와 견줄만한 규모의 아일랜드산 인디영화는 국내에서 20만명을 동원해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2006년 개봉한 원스는 청소기 수리가 본업인 더블린 거리의 악사가 데모 음반을 녹음하고 런던으로 떠나기 까지, 어머니와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체코의 이민자 소녀가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까지, 두 주인공이 영감을 주고받는 과정을 담아냈다. “노래가 정말 좋다”며 이 영화를 추천한 한북스님의 이야기처럼 원스의 매력은 좋은 음악이다.
    대다수의 노래들이 영화 속에 삽입되는게 아니라 실제로 연주되어진다. 주인공들의 감정변화가 노래를 통해 전해질 때마다 관객들은 영화와 음악 속으로 빠져든다. 음악은 영화 밖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2007년 국내 영화음악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연배우와 글렌 핸사드가 속해있는 그룹 ‘더 프레임스’의 내한 공연도 이루어졌고 영화에 출연한 두 배우는 18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인의 사이로 발전하게도 했다.
    ㆍ“벵갈의 가난한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떨까” 금강스님 / 해남 미황사 주지 사티야지트 레이 감독의 길의 노래(1955)
    벵갈의 한 가난한 마을에 사는 아푸라는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길의 노래’는 2부 ‘정복되지 않은 사람들’과 3부 ‘아푸의 세계’의 ‘아푸의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각각이 독립된 영화면서 동시에 같은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영화와 레이영화의 힘을 느끼게 하는 걸작들이다. 그 당시 레이 감독은 후에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었다. 길의 노래는 문학을 한다는 자칭 지식인인 무기력한 아버지와 고된 세월의 풍파에 억척스러워진 어머니 그리고 눈칫밥 먹으며 연명하는 인디르 아줌마 그리고 누나 두르가가 등장하는 아푸의 가족들의 이야기 이다. 1920년대 마을의 공동체 생활을 하는 뱅골 지방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사는 아푸, 즐거움이란 인디르 고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누나와 함께 동구 밖에서 검은 연기를 뿜으며 지나가는 열차를 보고 도시에 대한 동경과 설레임에 사로잡히기도한다. 하지만 인드르 고모의 죽음과 병사하는 누나를 보면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참담한 실패로 다시 집을 찾은 아버지는 가족들을 갠지즈 강가에 있는 바라나시로 데려간다. 소달구지를 타고 고향마을을 떠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스님은 “어린 아푸는 같이 생활하던 고모와 누나의 죽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성장해간다. 낯선 시간과 장소에서 다른 인생을 통해 다시 한번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며 ‘길의 노래’를 추천했다.
    불교신문 Vol 2737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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