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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영화 ‘보리울의 여름’ 김제 귀신사

浮萍草 2013. 9. 19. 07:00
    귀신사 보리울에 울리는 종교화합 한마당
    옛 대사찰로서의 면모는 남아 있지 않지만 예스러움이 가득 남아 있는 귀신사. 대적광전 모습

    읍내 팀과의 축구 대결에서 아이들을 응원하는 우남스님과 김 신부
    2002년 여름,시골 산사가 분주했다. 인기절정의 배우들이 검은색 외제차를 타고 작은 샛길로 비집고 들어서고 여배우들은 가장 시원하고 조용한 영산전 그늘 밑에서 분장을 하고,영화 제작 스텝들이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산사에서 영화촬영이 시작됐다. 김제 귀신사,한 때 유명한 개그프로 귀곡산장같이 으시시한 이름이라 공포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곳에서 축구를 통해 불교와 천주교가 함께 어우러진다는 가족영화 ‘보리울의 여름’이 촬영됐다. 귀신사(歸信寺)는 김제 금산면 모악산에 자리잡은 조계종 17교구본사 금산 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의상스님이 676년(문무왕 16)에 창건하여 국신사(國信寺)라고 했다. 당대 대학자인 최치원(857~?)이 그의 <법상화상전>을 이곳에서 쓴 것으로 보아 통일신라 말까지 대사찰로 그 면모를 유지한 듯 싶다. 고려 때도 건물과 암자가 즐비한 대찰로 면모를 유지하다 조선시대 절이 매우 퇴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육신의 한사람 김시습이 이 곳을 찾은 뒤 지은 <귀신사허(歸信寺墟)>라는 시문에‘탑은 무너지고 비석은 끊어져 있다’라는 내용이 있어 15세기 당시 절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ㆍ성당팀과 마을팀의 축구대결 종교 초월 즐거운 웃음 ‘가득’ 비로자나부처님도 미소 ‘빙긋’
      
    ▲ (좌) 보물 제1516호로 지정되어 있는 귀신사 소조삼존불▲ (중) 석탑앞에 있는 석수. 앙증스러운 사자가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우) 경내 곳곳의 기와에 부처님 말씀이나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석탑 앞 축대에서 내려다본 귀신사 전경.
    귀신사를 찾았다. 장마가 끝난 후 폭염이 찾아왔다. 금산사를 향하는 712번 지방도로에서 이정표를 따라 100m 들어서면 바로 귀신사의 전각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찰 아래서 계단을 올라서자 대적광전 모습과 함께 염불소리가 들인다. 활짝 열어 놓은 대적광전의 앞문으로 거대한 부처님의 모습이 보인다. 대웅보전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를 많이 낮춰야만 부처님과 눈을 맞주칠 정도로 큰 비로자나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대적광전은 보물 제826호로 흙으로 빚어 만든 소조삼존불은 비로자나불을 본존으로 좌우 아미타불과 약사불을 배치돼 있고 보물 제1516호로 지정돼 있다. 대적광전의 단청은 다 사라져버려 예스러움이 드러나는데 큰 부처님에 비해 대적광전의 높이가 낮은 느낌이 든다.
    원래 2층 7층 건물이었던 대적광전을 단층건물로 고쳐지었다고 한다. 대적광전 뒤편 계단을 올라 축대 위의 넓은 공간에 삼층석탑이 봉안되어 있다. 6세기 후반이나 7세기 초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 초의 석탑 양식을 보이면서 백제탑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는 8월22일까지 계속되는 문화재 보수관계로 안전망이 씌워져 있어 그 모습을 살펴볼 수가 없었다. 석탑 앞에 사찰에서 보기 힘든 형태의 석수(石獸)가 자리하고 있다. 이 곳 지형의 나쁜 기운을 누르기 위해 세웠다는 사자상은 남서쪽 솔개봉을 향하여 엎드려 있다. 등 위에는 돌기둥을 세웠으며 또 그 위에 작은 돌기둥을 얹었다. 석탑이나 석등,부도비,부도 등에 있는 석수와는 많이 다른 독립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귀신사 석수는 전북 유형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탑이 있는 축대 위에 서니 눈 부신 파란 하늘이 사찰 전각 위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시골 여름 풍경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리울의 여름’은 축구이론에 능통한 우남스님(박영규 역)이 지도하는 보리울팀과 축구 선수 출신으로 실전축구에 능통한 김 신부(차인표 역)가 지도하는 성당팀간에 경쟁으로 시작된다. 그러다가 우리를 뛰쳐나간 돼지를 성당에서 우남스님이 잡아주자 가축 주인은 성당에서 작은 잔치를 벌이게 된다. 보리울팀과 성당팀은 이 일을 계기로 단일팀을 이루고 도내 최고 축구 강자인 읍내 초등학교축구팀을 이겨 보리울마을의 자존심을 세우다는 코믹영화이다. 갈등했지만 화합해서 두 종교간의 소통을 보여준다. 자막이 올라가면서 김 신부와 원장 수녀(장미희 역), 애기 수녀(신애 역)등이 사찰을 방문해 신부와 수녀가 합장인사를 하고 답례로 스님이 성호를 그으며 함께 웃으면서 끝을 맺는다.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오프닝으로 사용됐던 보리울의 여름 OST에서 아이들의 합창 노래가 귀신사 위 파란 하늘에 울려 펴지는 듯 하다.
    불교신문 Vol 2739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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