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영화속 도량을 찾아서

17 ‘번지점프를 하다’ 공주 마곡사

浮萍草 2013. 8. 22. 07:00
    절벽에서 뛰어 내리면 끝일까
    마곡사 영산전. 마곡사에서 제일 오래된 건물로 보물 800호로 지정되어 있다.

    영화 속 마곡사 사하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민우와 태희.
    “이게 뭐냐?” 칠판에 커다란 직선을 주욱 그으면서 인우(이병헌)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지구다!” 아이들 반응은‘웬 지구?’ 인우는 설명한다. “이 지구상 어느 한곳에 작은 바늘하나 꽂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실을 딱 하나 떨어뜨린다. 그 밀실이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이는 확률,바로 그 계산도 안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나와 너희들이 만난 거다.”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난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다.” 2000년 봄 서울 세현고 교사인 인우는 2학년5반 담임이 되면서 학생들에게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우는 17년 전 운명처럼 비오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태희(이은주)를 만났다.
    인우와 태희는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국문학과 학생인 민우는 조소과에 다니는 태희를 보기 위해 늘 조소과 수업을 듣고 심지어 조소과 MT까지 따라간다. ㆍ죽음까지도 극복한 영원한 사랑의 굴레 끝없이 이어질까
    계종 6교구본사 마곡사는 태화산의 지맥에 둘러싸여 있고 굽이쳐 흐르는 태화천을 사이에 둔 산수가 겸비된 명승지다. 지난 14일 숲길을 벗어나 사찰로 향한다. 해탈문을 지나 천왕문으로 향하는데 좌측에 선원의 문이 열려 있다. 스님들이 정진하는 선원이 있는 곳이라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터라 까칫발로 조용히 들어섰다. 스님의 염불소리가 울린다. 영산전에서 스님 한 분이 기도를 하고 있다. 발걸음이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마곡사 대웅보전과 대광보전.
    보물 800호로 지정된 영산전은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7상의 부처님과 천불이 모셔져 있다. 영산전의 현판은 조선 세조가 마곡사에 와서 직접 썼다고 전한다. 세조는 불교와 인연이 가장 많은 조선의 왕이다. 왕자였던 수양대군 시절 궁정 내 불당을 조성하고 불서 번역에 관여하기도 했다. 전국 수많은 사찰에 세조의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오대산 상원사에서 문수동자를 만나 피부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법주사 정이품송 이야기 등이다. 세조가 매월당 김시습을 만나기 위해 마곡사를 찾았지만 김시습이 자기를 버리고 떠난 사실을 알고 타고 왔던 가마(세조대왕연)를 버리고 소를 타고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가마가 지금도 마곡사에 남아있다. 극락교를 지나는데 계곡에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극락교에 들어서면 잘만 보이던 대웅보전(보물 801호)과 대광보전(보물 802호)이 울창한 나무숲에 가려져 다리를 다 건너가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민우와 태희는 결국 가슴 아픈 이별을 한다. 민우는 용산역에서 꼭 오겠다는 태희를 기다린다. 둘은 만나지 못한다. 태희가 오는 도중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17년이 지난 어느 봄 교편을 잡은 민우는 반 학생인 현빈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현빈은 태희처럼 새끼손가락을 펼치는 버릇이 있고 그녀의 얼굴이 새겨진 라이터를 가지고 있고 그녀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닌가. 인우는 현빈이 태희의 환생이란 것을 알고 사랑을 느낀다. 학생인 현빈은 선생의 이상한 태도에 반발하게 된다. 결국 인우는 학교도 가정도 버리게 된다. 그러던 중 현빈은 어느 순간 자신이 전생의 태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17년 전 둘이 만나기로 했던 역으로 향한다. 둘은 그 곳에서 17년만에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예전 태희가 가고 싶어 했던 뉴질랜드로 떠난다. “뛰어내려도 끝이 아닐꺼야”라는 태희의 말처럼 번지점프대에서 로프도 매지 않고 민우와 현빈은 손을 잡고 뛰어내린다. 강한 애착으로 윤회의 굴레에 빠진 이들의 사랑이 다음 생에도 또 그 다음 생에도 영원할 수 있을까. 진실한 사랑과 사랑에의 집착은 어떻게 구별될까. 마곡사 대웅보전에 하얀 옷을 입은 관세음보살님이 정답을 말하듯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불교신문 Vol 2729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