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영화속 도량을 찾아서

19 ‘불꽃처럼 나비처럼’ 부안 내소사

浮萍草 2013. 9. 5. 07:00
    모든 이 다 소생하게 하소서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600미터의 전나무 숲길. 하늘로 향한 전나무가 짙게 드리운 그늘 속을 걸어가다 보면 들어
    쉬는 숨과 함께 특유의 향기가 온몸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대원군이 등장하는 픽션영화이다. 열여섯에 왕비가 된 명성황후는 쇄국과 급진적 개혁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열강들을 이용해 나라의 독립을 유지하는 외교술을 펼쳤으나 1895년 마흔 다섯에 일본낭인들 손에 처참하게 살해된다. 영화에 이런 내용을 담고 있지만 주요 스토리는 명성황후인 자영(수애)과 그녀를 지키려는 무사 무명(조승우)의 러브스토리다. 입궁하기로 결정한 자영는 바다로 여행을 간다. 그 때 뱃사공인 무명을 만난다. 무명의 원래 직업은 청부살인업자. 천주교 박해 때 살해당한 어머니를 지키지 못해 강해지고자 했던 무명은 암울했던 유년시절을 겪고 피비린내 나는 삶을 살었다. 무명은 자영과의 짧은 여행에서 그녀에 대한 강한 감정을 느끼고 그녀를 지켜주기로 결심한다.
    내소사 대웅보전에서 참배를 하고 나오는 명성황후.

    조선말 혼란했던 역사적 상황에 서 있던 명성황후와 그녀를 지켜주는 무사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자영을 지켜주기 위해 궁의 호의무사가 된 무명은 한동안 그녀를 보지 못하다가 마침내 기도를 하기 위해 절을 찾은 자영을 호위 하는 임무를 맡게 되고 오랜만에 그녀와 재회를 한다. 이 때 자영이 찾은 사찰이 바로 부안 내소사이다. ㆍ능가산 내소사 아름다움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제에 희생된 명성황후 그녀를 지키는 무사의 순고한 사랑
    내변산의 관음봉(해발 433m). 그 아래 기암을 병풍 삼아 살포시 내려앉은 천년고찰 내소사를 지난 5일 찾았다. 며칠 동안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맞아 뜨거운 태양이 간만에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맑은 날을 맞아 절과 산을 찾는 사람들로 내소사로 향하는 길이 제법 북적인다. 일주문을 지나 전나무 숲길을 들어서자 한결 고요하다. 임진왜란 당시 피해 입은 사찰을 복원이 시작됐지만 진입로는 여전히 삭막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150여년 전 일주문부터 천왕문까지 600여m 양쪽으로 전나무를 심었다. 무사히 한국전쟁을 견딘 전나무들이 길가에 30~40여m 높이로 훌쩍 자라있다. 평탄한 전나무 숲길은 사색하며 걷기에 제격이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도 이 곳 까지는 닿지 못하고 침엽수 특유의 향내음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천왕문에 걸려 있는 연등

    천왕문으로 들어선다. 불국토를 수호하는 사천왕상들이 커다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천왕문에는 거대한 연등이 하나 걸려 있고 연등에는 ‘모든 이 소생하소서’라는 글귀가 달려 있다. 내소사는 신라시대 혜구두타스님이 소래사(蘇來寺)로 창건했다. 다시 태어나 찾아온다는 뜻이다. 천왕문을 지나면 천살배기로 키가 20m나 되는 느티나무가 손님을 맞는다. 다시 봉래루 아래 계단을 오르면 그 유명한 대웅보전이 나온다.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를 깎아 서로 결합하여 지은 의장과 기법이 매우 독창적인 내소사 대웅보전은 조선 인조때 철민대사가 중창 한 것으로 전하며 보물 제291호로 지정되어 있다.
    내소사 대웅보전. 8짝 문살의 꽃문양이 아름답다.

    단청이 다 바래서 나무의 본래 색상만이 남아 있지만 8짝 문살에 새겨진 꽃문양은 여전히 화려하다. 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후불벽화로 백의관음도가 그려져 있다. 백의관세음보살의 눈을 보고 걸으면 눈이 따라온다고 하고 눈을 마주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도 한다. 대웅보전에는 건조과정에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데 대웅전을 조성한 도편수는 호랑이가 화현한 대호선사이며 대웅전 내부의 단청과 그림을 그린 새는 관세음보살의 화현이었다는 줄거리이다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명성황후는 대원군의 뜻에 반하고 서구열강과 외교를 통해 중립을 유지하고자 해 대원군과 일본의 원망을 받는다. 결국 호위무사인 무영과 명성황후 자영은 일본낭인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무영이 일본낭인들에게 당하자 자영은 당당히 낭인들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가 두렵지 않다. 절대 오늘의 나를 잊지 말거라. 나는 조선의 국모 민자영이다.” ‘모든 이 소생하소서’라는 내소사 원력이 당시에 억울한 죽임을 당한 명성황후에게 닿기를 기원하며 대웅보전을 나선다. 대웅보전을 병풍처럼 휘감는 내변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간다.
    숲은 활기찬 생명으로 가득하다. 얼굴을 빼곰히 내밀고 어미새를 기다리는 새끼 모습.

    천년 동안 내소사를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

    불교신문 Vol 2735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