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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가을로’ 울진 불영사

浮萍草 2013. 9. 26. 07:00
    여행 끝나면 마음속엔 부처님 향기 ‘가득’
    부처님 바위에서 내려다 본 불영사 전경. 휘돌아가는 연꽃 모양의 불영계곡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불영사 대웅보전을 받치고 있는 돌거북.대웅보전이
    극락정토로 향해가는 반야용선임을 상징한다.
    송사 프로듀서인 민주(김지수)는 국내 아름다운 자연을 영상에 담는다. 전남 목포 끝의 섬에서 경주,울산,울진,포항을 거쳐 강원도 영월,태백까지…. 결혼을 앞둔 민주는 백화점 커피숍에서 약혼자 현우(유지태)를 기다리며 열심히 신혼여행 계획을 담은 다이어리를 정리한다. 그녀가 취재다녔던 곳들 중 아름다운 곳으로 신혼여행 일정을 짰다. 그녀가 현우를 기다리던 백화점이 바로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이다. 민주는 그 현장에서 매몰되어 생명을 잃고 만다. 민주를 잃은 현우는 검사가 되어 바쁘게 살아가다 민주의 아버지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민주의 다이어리를 받는다. 민주의 다이어리엔 그녀의 신혼여행 계획이 고스란이 담겨져 있다. 10년이 지나 현우 혼자 민주의 다이어리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 민주의 기록에 따라 묵묵히 여행을 하던 현우는 우연히 같은 곳을 여행하는 세진(엄지원)을 만난다. 같은 곳에서 만나 또 같은 곳으로 그들은 향한다. 삼척서 울진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를 타고 둘은 같은 목적지로 동행한다. 그들이 향한 곳이 바로 울진 불영사이다. “해가 서쪽으로 질 때면 저기 저쪽 산 위에 있는 바위가 부처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저 바위가 연못이 비친다 해서 부처님 불(佛)자에 그림자 영(影)자,해서 불영사예요.” “수달이 살 정도로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데요.” 민주의 다이어리에 적힌 글을 세진이 그대로 현우에게 말한다. ㆍ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불영사 등 아름다운 자연 통해 새 출발 할수 있는 마음 생겨
    그들이 찾았던 울진 불영사를 지난 7월26일 찾았다. 일주문을 지나자 아름다운 계곡이 펼쳐진다. 명승 6호로 지정된 ‘불영사 계곡’은 무려 15km에 이르는 길고 장엄한 물길 이다.
    워낙 교통이 불편한 오지여서 찾는 사람이 드물었으나 1985년 불영사 계곡을 끼고 달리는 36번 국도가 개설되면서 여름철 피서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불영사 계곡은 성류굴의 맞은편인 수산리로부터 노음리,천전동,건작, 치밭,하원리 등으로 이어진다. 광대코바위,주절이바위,창옥벽,명경대,의상대,산태극,수태극 등 30여 군데의 명소가 즐비하다. 그 아름다운 계곡이 연꽃 모양으로 휘감아 흐르고 그 중심에 바로 신라 고찰 불영사가 위치하고 있다. 일주문에서 1km를 들어가면 부도밭 이정표가 보인다. 그 입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가 고사(枯死)해 해지된 굴참나무가 천년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 (좌) 현우와 세진이 부처님 바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우) 일주문 앞 불영사 식당. 영화 속 현우와 세진이 된장찌개를 먹
    는다. 주인이 산채비빔밥을 권하지만 굳이 된장찌개를 먹는다. 김대승 감독의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두 주인공이 마곡사 앞에
    서 산채비빔밥을 먹어서 이번에 된장찌개를 먹은게 아닐까 ‘재밌는 추측’을 해본다.

    비록 고사한 나무지만 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원을 세우며 하나둘 던져 놓은 돌이 수북이 쌓여 탑을 이루고 있다. 경내 모습이 들어오면서 작은 텃밭들의 모습도 보인다. 스님들이 손수 가꾸는 밭에는 갖가지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불영사는 제11교구본사 불국사의 말사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스님이 첫 번째로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기도 하다. 당나라에서 귀국한 의상스님은 자신이 설한 <화엄경> 설법을 듣고 아홉 마리의 용으로 변해 승천한 연못에 불영사를 창건했다고 전한다. 인근의 산세가 인도의 천축산과 비슷해서 천축산이라 했고 서편에 부처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고 그 그림자가 항상 못에 비쳐 불영사 (佛影寺)라 불렀다. 부처님 바위가 비치는 연못엔 노란 수련이 화려하게 장엄되어 있다. 영화 ‘가을로’에서 세진이 하는 말이 민주의 다이어리와 같음을 알게 된 현우는 세진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세진에게 삼풍백화점에서 민주와 같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민주를 떠나 보내고 세진 혼자 살아남아 그 다이어리를 민주 부모에게 전한 것이다. 세진은 민주의 마지막 모습을 현우에게 전한다. 둘은 이제는 없는 민주를 통해 같은 곳을 여행하고 헤어진다. 서울로 돌아온 현우는 다시 세진을 찾는다. “이 여행이 끝날 때면 마음 속에 나무 숲이 가득할 것이다.” 민주의 다이어리에 적힌 말처럼,현우는 마음속에 민주를 잃은 아픔을, 세진은 고통스러웠던 아픈 기억을 잊고 함께 가을여행을 떠난다. 불영사 대웅보전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고 나오니 경내에 스님들 독경소리가 가득하다. 대웅보전 옆 황화실에 스님들이 모여 경을 독송하고 있다. 불영사를 참배하고 나오니 마음속에 부처님 향기가 가득 피어오른다.
    불교신문 Vol 2741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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