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46.<끝> 아버지의 웃음’같은 부처님의 미소

浮萍草 2014. 3. 18. 07:00
    인간 붓다! 멋진 말이다. 부처님은 인간의 망상에 의해 만들어진 신(神)도 아니며,신의 아들도 아니며, 더욱이나 만물을 창조하였다고 말하지 않는다. 만물은 오직 서로간의 관계인 인연(因緣) 속에 일어나는 연기상유(緣起相由)라 말씀하셨다. 만약 부처님의 모습이 아무도 가까이 할 수없는 신(神)의 모습이라면 과연 어떠하였을까? 정말 상상이 되지 않는 물음이다. 부처님은 늘 중생과 함께하시는 인간의 모습이기에 두려워하지도 않는 친근하며 항상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부처님, 왜 항상 웃고 계시나요” “웃음꽃 필 사바생각에 즐겁구나”
    잔잔한 그 미소에 인간세상 오색광명 가득 폭소 머금은 모습, 神 보다는 인간미 철철
     
    중앙박물관 석불두(왼쪽)와 중앙박물관 철불두.

    해남 미황사 괘불
    가모니부처님께서 <증일아함경>에 “나는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고, 인간으로 성장하였으며,인간으로 부처를 이루었다. 스스로 신이라 주장한 일도 없고 신의 아들도 아니고 어떠한 신적 권위나 강제된 교리도 설(說)한 일이 없는 한 인간의 삶과 사상에서 장대하고 깊이 있는 가르침을 시작하였다”고 말씀하셨다. 지구상에 수많은 종교들이 나름대로의 신의 권능을 내세워 어떤 신이 더 무섭고 두려운가? 자신이 믿는 종교의 우월성을 나타내려 지금까지 신들을 앞세운 인간들의 추악한 살육이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런 신들의 전쟁에 끼어들기 싫어서 2600년 전에“나는 인간이다!”고 일찌감치 미소 지으시며 인간선언을 하셨다. 깨달은 분의 위대한 선언이다. 인간의 나약함에 의해 만들어 진 신에 의지하기 보다는 인간의 무한한 잠재적 능력을 일깨워 주신 인간의 최고 스승이시다. 그러하기에 불자들은 “나도 부처님과 같이 되게 하소서!” 서원하며 무한한 공경과 예경, 찬탄으로 부처님을 맞이한다. 이러한 위대한 인간 붓다의 미소는 어떠할까? <불설보살본행경>에 보면 부처님의 미소는 참으로 희유하시다. “세존께서 장차 지난 세상의 보살도를 말씀하시고자 하실 때 문득 미소 하시니 오색의 광명이 입에서 나오는데 빛이 다섯으로 나뉘어져 낱낱 빛 끝에 무수한 밝음이 나왔고 보배연꽃이 있으며 그 낱낱의 연꽃 위에 화신 불이 법을 설하고 있었다. 한 갈래 광명은 삼계를 비추어 아라한의 과보를 증득케 하며,또 한 갈래는 인간세계를 비추니 일체의 인민들이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어져 인자한 마음을 발하여 사향사과에 이르고,또 일체 아귀의 경계를 비추니 모든 아귀들이 광명을 보고 저절로 배가 불러지고,축생은 악독한 마음이 사라지고,또 지옥을 두루 비추니 혹독한 것들이 모두 쉬어져 밝은 마음이 열리어 모두 하늘에 태어나 일체의 중생들이 여래를 찬탄하였다”고 하니 부처님이 한번 미소 지으심에 온 세상이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차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사찰에서 불상이나 불화 등을 점안할 때 오색실을 길게 늘어뜨리는 것은 부처님의 미소와 음성이 오색광명으로 퍼져 나아감을 상징 하여 사용하고 있다. 불화에서는 또한 이런 부처님의 미소와 음성을 광배에서 뿜어 나오는 오색광명으로 표현하고 있다. 먼저 해남 미황사 괘불에 나타난 부처님의 미소를 살펴보자. 부처님의 몸에서 나는 둥근 빛(身光) 밖으로 오색 광명이 하늘위로 퍼져 나아간다. 부처님께서 한번 미소 지으시니 오색의 광명이 입에서 나와서 그 빛이 다섯으로 나누어져 무수한 밝음을 나타내며 좌우 대칭으로 나타나 상서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그 오색광명의 끝에 낱낱의 백련와 청련이 피어 있으며 위에 화신불 6분이 주본불을 향하여 합장을 하고 계신다. 화현된 부처님이 빛에서 금방 ‘펑’하고 나타난 듯 주변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화현불을 감싸고 있다.
    서산 마애삼존불
    이렇게 나타난 부처님은 모든 중생들이 육도 윤회를 벗어나 진리의 세계에 들도록 하신다. 참으로 부처님의 미소 한 번에 성불의 길로 들 수 있다니 파격적이다. 사찰에서 부처님을 참배할 때 화내시는 부처님은 본적이 없다. 온화한 미소로 어서 오라고,모든 어려움은 부처님께 다 털어놓으라고 아버지 처럼 다독거려 주신다. 이처럼 부처님은 신의 귄능을 버리시고 철저히 인간적이다. 부처님의 웃음에는 웃으시는 까닭이 있다. <잡아함경> 아육왕경편을 보면 아난이“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은 아무 이유 없이 빙그레 웃지 않습니다. 지금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웃으셨습니까?” “그렇다 아난아 모든 부처님은 아무런 이유 없이 웃으시지 않느니라. 내가 지금 웃는 것도 그 이유가 있느니라”하여‘부처님을 바라보는 중생들을 향해 웃으시면서 한량없는 안락을 주신다’는 부처님의 의사 표현이다. 서산 마애삼존불을 친견하면 찾아오는 중생에게 1500년을 계속하여 웃음을 주고 계신다. 일명 ‘백제인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세분 불보살님의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 지지 않는다. 시무외인과 여원인을 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눈을 활짝 뜨시고 어서 오라고 환영의 메시지를 보낸다. 크게 뜬 눈, 넓적한 얼굴,낮은 콧대,두툼한 입술은 자식의 모든 잘못을 감싸 주는 영락없는 아버지의 자애로운 미소이다. 그동안의 불효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사하고 천만번 빌고 싶은 마음이다. 이렇게 푸근한 부처님이 계시니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지 않겠는가? 우측의 보주를 들고 계시는 제화갈라 보살은 과거 연등부처님의 보살형태의 표현으로 수줍음이 얼굴가득 남아있는 미소를 보낸다.
    삼산관에 살짝 미소 지으니 눈웃음 치는 작은 눈에는 수줍음이 가득하다. “부처님께서는 왜 하필 과거의 부처를 이 사바에 부르셨는지 부끄럽네요”라고 하는 듯하다. 이와는 달리 좌측에는 삼산관에 반가사유를 하고 계시는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보살께서 아기 같은 오볼 통통한 앳된 얼굴에 자랑 스러운 미소가 넘쳐흐른다. “아빠 나 언제 인간세계에 가면 되나요?” “너희 손과 팔의 상처를 보면 아직은 어려울 것 같다. 인간들의 욕심이 줄어드는 시기에 사바로 내려가렴.” 인간의 훼손에도 아직 미소를 잃지 않으신 미륵보살님께 미안한 마음뿐이다.
    중앙박물관 금동불
    이뿐만 아니라 중앙박물관 불교미술관에 가면 부처님께서 폭소를 터뜨리기 직전 모습은 바라보는 내가 먼저 웃음을 참지 못하는 재미난 부처님이 계신다. 이 사바세계를 웃음의 도가니로 몰고 가려는 당찬 부처님이다. 이까짓 몸뚱이 하나 없다고 나의 웃음을 막을 수 없다. 웃을 수만 있다면 몸뚱이 백 개라도 인간을 위해 줄 수 있다. 내가 웃으면 이세상은 웃음 바이러스로 전염되어 머지않아 극락정토가 될 것 이라 확신하면서 폭발하는 웃음을 터뜨리기 1초전인 듯싶다. 꼭 다문 입술엔 웃음이 함박 머금어 있고 중생에게 줄 선물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와 아예 두 눈을 감아버렸다. 팽팽해진 볼은 웃음이 터지면 그 위력을 실감케 하는 것 같아 너무 재미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을 닮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불교는 신을 거부한 부처님을 닮아가는 가르침이다. “이에는 이, 칼에는 칼”이라든가, “자기 내 신을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거나 이러한 종교와는 거리가 멀다. 내가 웃음으로 세상이 바뀐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과 인연,인과법을 철저히 믿고 따른다. 인과에 따라 지옥 천당은 내 스스로 정하여 내가 간다. 인간인 부처님을,아버지와 같이 친근한 부처님을 믿어서 인간인 내가 부처 되어 우주 가득히 웃음꽃을 피워야 하겠다. 세상이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만 이웃과 함께 열심히 웃자. 터져 나오는 웃음만이 이 세상을 정토로 만드는 길임을 1500년 전 우리 조상 님들은 알려주지 않았는가? * 연재를 마칩니다.
    불교신문 Vol 2489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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