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40.깨달음에 이르는 특급열차 간화선

浮萍草 2014. 2. 4. 07:00
    이뭣고? 오늘도 서슬 퍼런 칼날위에 앉아 생사경계를 무너뜨리려 한철 봇짐을 싼다. 눈 향기 매화꽃으로 둔갑하고 기와를 갈아서 거울을 만들어도 그것은 지나가는 허공 꽃일 뿐 주관과 객관이 하나 되지 못하면 진흙소가 바다를 건너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사람마다 가지가지 근기가 있어 어떤 이는 완행열차를 타고 어떤 이는 특급열차에 몸을 싣지만 종착역은 언제나 불성이라는 보배 보따리를 중생에게 열어 제치기 위해 준비된 공간 문 없는 문으로 들어간다. 간화선(看話禪) 화두(話頭) 은산철벽(銀山鐵壁),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 참으로 용기 있는 언어이다. 누구나 한번쯤 하고 싶어지는 참선!
    간절함으로 화두 참구땐 ‘단박 깨침’ 이뤄내
    법 구하려 팔 잘라 증표 삼는 신광 “놀라워” 생사 뛰어넘은 달마대사 ‘초연한 대응’ 눈길 “스스로 불성 찾으라”는 도신대사 그림 재미
    신광이 잘린 팔을 파초에 싸서 달마에게 바치는 모습.
    상주 남장사 포벽.
    처님이 연꽃을 드시니 가섭이 빙그레 웃었다.” 이 말은 불자라면 꼭 들어본 유명한 말이다. 세존께서 영축산에서 설법을 하실 때 한번은 대범천왕이 꽃비를 분분히 내려 세존께 공양하였다. 세존은 그중 금색파리 한 송이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나 아무도 그 뜻을 알지 못하여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오직 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웃었다. 이에 부처님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직접 법을 전하여 ‘교외별전(敎外別傳)’ 이란 선(禪)을 탄생하게 하였다. “인도에서 전한 부처님의 말씀은 중국에서 새로운 형태로 꽃피운 것이 선종(禪宗)이다. 수많은 경전 보다 불성(佛性)을 단박에 알아차리는 것으로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나으며 백번 보는 것 보다 한번 마음을 내어 깨치는 것이 중생구제를 위한 지름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또한 여기에 있다.
    보리달마는 남인도 향지국 왕자의 신분이었으나 반야다라 존자에게 도를 배워 부처님 법을 이은 28대 조사로 스승의 유언에 따라 선종을 중국에 전한 초조(初祖)로 양나라 무제를 만났다. 무제가 묻기를“많은 절을 짓고 탑을 쌓아 불도를 이룩하였는데 무슨 공덕이 있습니까?”하고 물으니 달마가“아무런 공덕도 없습니다” 하니 무제가 알아듣지 못하였다. 이후 소림사 석굴에서 9년 동안 벽을 바라보며 때가 오길 기다렸다. 이일로 세상 사람들은 달마를 벽관바라문(壁觀婆羅門)이라 불렀다. 때는 왔다. 520년 12월 9일 눈 내리는 밤 신광(神光)이라는 눈 밝은 납자가 소림굴 앞에서 말하길“옛사람은 도를 구하기 위하여 뼈를 부수고 골수를 내며, 피를 뽑아 굶주린 이에게 먹이고 머리를 풀어 진흙을 덮었으며 절벽에서 몸을 던져 호랑이 밥이 되었는데 나는 무엇을 하는가?” 하고 밤새 합장하고 달마를 기다렸다. 매정한 달마는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묘한 도리는 행하기 어렵다” 며 받아들이지 않고 법을 구할 새로운 증표를 요구하자 신광은 즉시 칼을 빼어 왼쪽 팔을 잘랐다. 이 순간 눈 속에 흘러내린 피에서 파초가 솟아올라 그 팔을 달마에게 받쳤다고 한다. 부처님 법을 구하기 위해서는 백 척이 넘는 장대 위에서 한걸음 나아갈 뿐 다른 알음알이가 없다.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된 신광을 달마는 받아들여 혜가(慧可)란 이름을 주어 선종 2조의 선맥을 잇게 하였다.
    양산 통도사 포벽의 달마
    이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신이난다. 선이란 이런 것이다. 앞뒤 볼 것 없이 거침없이 나아가면 된다. 대혜종고 스님이 증시랑에게 답하는 편지를 보면“능히 마음을 진리의 문안 으로 돌려 지혜의 물로써 먼지로 오염된 때를 씻어 버리고 깨끗하게 스스로 머물러야 한다. 한칼로 두 동강이를 내어 다시는 상속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반드시 앞뒤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하여 오직 지혜의 길에 나아가야 함을 밝혔다. 이러한 이야기는 사찰의 벽화에 종종 등장한다. 보성 대원사 극락전 벽화를 보면 달마와 혜가의 목숨을 건 내기 이야기가 잘 표현되어 있다. 벽면 가득히 붉은 옷을 걸친 달마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또한 상주 남장사 극락보전 포벽에도 신광이 머리 숙여 잘린 팔을 파초에 싸서 증표로 바친다. 소림굴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어이 젊은이 말로하지 무슨 팔을 잘라? 내가 너무 심했나?” 작게 표현된 푸른 옷의 젊은 신광이 자신의 왼팔을 잘라 파초에 싸서 증표로 바치는 모습이 “선은 이렇게 하는 거야”를 보여주는 듯 의연하다. “이래도 받아주지 않을 건지? 말씀을 해 보십시오.” 立雪斷臂!(입설단비), 목숨 건 선(禪)은 이렇게 싹트기 시작하였다. 달마는 “내가 이 땅에 온 것은 법을 전하여 중생을 제도하려는 것이니 한꽃 에서 다섯 잎이 피면 결과가 자연스레 이루어지리라” 하였다.
    달마의 예언대로 혜가-승찬-도신-홍인-혜능에 이르러 다섯 꽃잎의 선이 중국불교를 대표하게 되었다. 달마대사를 시기하는 무리들이 있어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음식에 독약을 6번 넣자 갈 때가 되었다고 느낀 달마는 독약을 마시고 앉은 채로 입적하여 웅이산에 매장하였다. 그 후 위나라 사신 송운이 서역을 갔다 오다가 총령(嶺)에서 달마대사가 맨발로 신 한 짝을 들고 인도로 가는 것을 만나보고 와서 그 묘를 파보니 신 한 짝만 남아있는 이적을 보였다. 생사의 경계를 넘어선 선사의 여유로움이 사찰의 벽화에 종종 남아있다. 지팡이에 신발 한 짝만을 달고 갈대잎을 타고 푸른 파도를 가르며 가는 모습은 신비스럽다. 통도사 포벽에 그려진 달마의 총령도중 수휴척리(嶺途中 手携隻履)는 눈이 부리부리한 거구의 달마가 지팡이를 걸쳐 메고 갈대잎를 타고 유유히 고향으로 간다. 서산대사는 “선(禪)은 부처님 마음이요. 교(敎)는 부처님 말씀”이라고 하였다. 부처님 마음인 한 짝의 신발은 중국에 두고 부처님 말씀인 다른 한 짝의 신발은 고향 인도로 향하였다.
    구례 천은사 극락전 평방의 도신대사.
    구례 천은사 극락전 평방에는 4조 도신대사가 굽은 등을 시원스레 긁고 있지만 불성인 화병의 연꽃에서는 눈을 때지 않는 철저함이 참선의 의미를 전해주는 듯하여 재미있다. 가려움을 스스로 긁지 않으면 스스로 불성을 찾지 않는 것과 같아 깨달음에 이를 수 없음을 나타내는 비유적인 그림이다. <욕장경>에 보면“목욕이란 말은 육체를 씻는다는 뜻이 아니고 매일 진리의 참뜻을 찾는 행위를 목욕에 비유해서 하는 말로 그대는 지혜의 불을 때고 올바른 견해의 물을 데워서 그대 속에 있는 참된 불성을 깨끗이 닦아라” 하였다. 이제 한 짝 남은 부처님 마음은 남악-마조-백장-황벽- 임제-조주로 이어 지나 중국에 머물지 않고 해동으로 건너와 도의,홍척,범일,혜철,무념,도윤, 진감,현욱,이엄 등 구산선문으로 뿌리를 내렸다.
    서산대사는 <선가귀감>에서 화두를 철저히 꿰뚫어야 한다고 강조함을 “닭이 알을 품듯이 하고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와 같이 하며, 굶주린 사람이 밥을 생각하듯,목마른 사람이 물을 생각하듯이 하며,어린아이 엄마 생각하듯이 하면 반드시 꿰뚫을 기약이 있을 것 이다” 하였다. 간절함이 솟구쳐 허공을 뚫는다. 은산철벽을 무너뜨리는 단박 깨침은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쉬운 일없는 일이 될 것이다.
    불교신문 Vol 2477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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