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39. 마음속의 천불

浮萍草 2014. 1. 28. 07:00
    사람의 귀소(歸巢) 본능은 찬 서리 내리고 들국화 향기 가득하면 더욱 짙어져 고향의 부모님이 그리워 진다. 중생들의 삶이 어렵고 힘들수록 부처님 품에 안기려는 마음 간절하다. 만물은 하나로 돌아가고 하나는 만물을 창조하는 씨앗이 되는 깨달음의 세계는 우리 곁에 열려있어 즐거움을 더해주지만 우리의 어두운 눈은 느끼지 못한다. 모두가 급하고 바쁜 마음으로 인해 여유로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유로운 마음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부처님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편안한 마음으로 사찰의 조형물을 보면 어느 것 하나라도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음을 느낀다. 곳곳의 장엄물이 깨달음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불, 만불이 현현하는 법당은 현겁 천불의 부처님이 계시는 곳을 재현한 곳으로 내가 부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천불 모신 그곳…삼배만 올려도 삼천배네”
    올망졸망 앉으신 모습, 어린아이의 천진함 배어나 금란가사 두르신 1000분…‘중생구제’에 여념 없어 현겁 천불의 부처님 계신 곳서 내 모습 찾아보길
    교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많은 사람들은 대답하기를 어려워한다. 팔만사천 경전을 다 말 할 수도 없거니와 너무나 심오하여 무슨 말부터 하여야 할까? 고민스러워 지나 걱정할 것 없다. 칠불통계게(七佛通戒偈)의 부처님 말씀은 너무나 명확하게 불교를 설명하고 있다. 과거 7분의 부처님께서 공통적으로 계를 지키는 근본으로 삼은 말씀으로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 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로 온갖 나쁜 일 저지르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두루 행하며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그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처럼 불교란 과거7불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행하면 된다. <장아함경 대본경>에 보면 과거 모든 부처님들의 인연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과거 91겁(劫)전에 비바시 부처님,다음으로 31겁 전에는 시기 부처님,그 다음에는 과거 31겁 중에 비사부 부처님, 그 다음 구류손 부처님,구나함모니 부처님,가섭 부처님,지금시대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이 계셨다. 그중 장엄겁의 비바시불,시기불,비사부불까지 셋이며,구류손불과 구나함모니불과 가섭불과 석가모니불은 현재 현겁의 부처님이다. 이를 통틀어 과거7불이라 한다. 이 세계는 성(成).주(住).괴(壞).공(空)을 되풀이하니,이 성.주.괴.공의 4기(期)를 대겁(大劫)이라 한다. 과거의 대겁을 장엄겁(莊嚴劫), 현재의 대겁을 현겁(賢劫),미래의 대겁을 성수겁(星宿劫)이라하며,현겁의 주겁(住劫) 때에는 구류 손불(拘留孫佛)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가섭불(迦葉佛).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등의 1천 부처님이 출현하여 세상의 중생을 구제하는데 이렇게 많은 부처님이 출현하는 시기이므로 현겁이라 이름한다. 이러한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에 까지 부처님이 출현하시어 중생들을 깨달음의 길로 들게 하시니 모든 중생들은 시간의 차이만 있지 깨닫지 못할 자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사상이 바로 천불사상이기도 하다. 중앙박물관에 있는 연가 7년명 금동불상 광배 뒷면에 나타나 있는 명문을 보면 “연가7년 기미해에 고구려 낙랑동사(樂浪東寺)의 주관자인 공경하는 불제자(佛弟子) 승연(僧演)스님의 무리 40인이 함께 현겁천불을 조성해 유포하기로 하였는데 그 29번째의 인현 의불(因現義佛)은 비구 법류(法類)가 공양한다” 하여 일찍이 고구려 539년에 천불을 조성하여 공양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이러한 천불신앙은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에도 우리 민족이 믿어 왔던 ‘다불(多佛)사상’으로 이어져 ‘삼국유사 탑상 제 4’ 가섭불과 연좌석 조에 보면 “신라월성 동쪽 용궁남면에 가섭불(迦葉佛)의 연좌석(宴坐石)이 있다. 그 터는 전 세상 부처님 때의 절터로서 지금의 황룡사 터가 곧 일곱 절 가운데 하나이다.” 하여 우리나라는 석가모니부처님 이전 과거불 시대부터 부처님의 나라인 것을 밝히고 있어 천불사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또한 만불산 조에 보면 “경덕왕이 당나라 대종을 위해 공장에 명하여 침단목(沈檀木)을 조각하여 가산(假山)을 만들어 한가운데는 만불을 모셨는데 모든 것이 알맞게 갖추어져 있어 만불산(萬佛山)이라 하였다. 만불산이 완성되자 사신을 당나라에 보내니 당나라 대종은 이를 보고 ‘신라의 기교는 하늘이 만든 것이지 사람의 솜씨가 아니다’ 라고 감탄하였다”하여 그 당시에도 만불신앙이 크게 성행하였음을 보여준다. 이러하듯 만불신앙은 계속 전파되어 고려, 조선에서는 불화와 불상조성 등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현재까지 천불전 만불전 등으로 이어져 불교의 중요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남도의 땅 끝 아름다운 절 미황사에는 천분의 부처님께서 참배객을 둘러싸고 칭찬하신다. 대웅전 내부 대들보와 포벽에 빼곡히 그려진 수많은 부처님이 중생들을 기쁘게 맞아들인다. 한명의 중생을 위하여 천분의 부처님 께서 가피를 내리신다. 이뿐인가 중생은 3배만 하여도 부처님은 3000배를 받으시니 3000배를 쉽게하는 일거양득이 아닌가? 올망졸망 모여 있는 모습에서 어린아이들의 천진함이 배어나고 부드러운 채색이 보는 이에게 부처님 품안의 편안함을 그대로 전해 준다. 이 천불의 부처님이 대웅전 법당가득 나투시는 모습을 보려면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가 좋다. 서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창문을 통과하여 반사되면서 천정을 환하게 비출 때 석양의 황금색과 어우러진 무수한 부처님 현현(顯現)은 감동 그 자체로 우리 곁에 있는 깨달음의 세계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또한 천불하면 유명한 곳이 바로 해남 대흥사의 천불전(千佛殿)에 봉안(奉安)된 천불이다. 옥(玉)으로 조성한 옥 부처님으로 조선(朝鮮) 순조(純祖) 13년(1813)에 조성(造成)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대흥사는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하신 서산대사 청허 휴정스님의 얼이 살아 계신 사찰로 천분의 부처님 역시 살아계시는 듯 눈에 기운이 넘친다. 천분을 면면히 살펴보면 황금색 금란가사를 두르시고 얼굴만 뾰족 내밀며 “나 여기 있다. 까꿍!” 하며 불쑥 나타나신 것 같다. 높이 솟은 정상 계주와 흰 반달모양에 붉은 점을 찍은 듯한 심인주,소년의 티를 갓 벗어난 애틴 얼굴엔 중생구제의 선기(禪氣)가 흘러 넘친다. 중생을 바라다보는 눈길도 가지가지로 눈을 크게 뜨신 분, 미소를 지으시는 분, 정색을 하시는 분, 다소곳 하신 분, 수더분 하신 분, 깔끔하신 분 등등 중생의 근기에 따라 나투시는 모습 또한 각양각색이시다. 항마촉지인을 한 천백억 화신인 석가모니불의 분신불로 중생구제에 여념이 없다. 어느 부처님이 나를 닮았는지? 미래의 나는 어느 부처님인지를 미리 점찍어 두어 나를 부처의 얼굴로 만들어 가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일 것이다. 창녕 관룡사 약사전 평방 포벽 부처님들은 빛으로 오신 비로자나불의 현신으로 마니당등광불,해덕광명불,장마니보적불,나무마니 당불이 평방 한 벽면을 차지하셨다.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지권인은 공손하고 푸른빛의 두광,흰빛의 신광이 조화를 이루며 붉은 법의를 걸치시고 흰 연화좌 위에 젊잖게 앉아 중생을 굽어 살피신다. 지정된 좌석은 초대석인양 열을 지어 앉으신 긴장된 모습이 재미있다. 중생들이 부처님을 긴장시키기도 하나보다. 중생들이 혹시 자신의 원을 안들어 준다고 뿔이라도 났나? 사람들은 화가 날 때 천불이 난다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마음의 진심(嗔心)을 인욕바라밀로 바꾸어서 마음속의 불(火)을 불(佛)로 바꾸어 중생들을 보살피신다. 마음속에 천불(千火)이 날 때 천불(千佛)이 내 마음에서 현현하도록 노력하면 내가 곳 현겁 천불(千佛)의 한 부처님이 된다. 천불전의 무수한 부처님을 통하여 바라보는 내가 곧 부처임을 일깨워주는 곳이 천불전이고 그 안에 계신 어느 부처님이 나를 닮았는가를 살펴보면 미래의 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불교신문 Vol 2473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