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도량의 비밀경호 수호신

浮萍草 2014. 1. 14. 07:00
    행여 惡心 범접할까…경내 곳곳 철통경호
    입구에 장승, 천장과 다리 밑에도 龍 똬리 ‘사찰의 청정함’ 지키려 밤낮으로 눈 부릅
    대구 동화사 일주문 천장 용
    찰에 가면 절 입구에서부터 금당까지 눈에 띄게 부처님의 도량을 지키는 성중들이 있다. 금강문을 지키는 금강역사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마음을 품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잘못을 뉘우치도록 근육질 팔 다리로 힘자랑을 한다. 사천왕문을 지키는 사천왕은 부릅뜬 눈과 칼과 창을 들고 발밑에 깔고 앉은 나쁜 무리들에게 혼쭐을 내고 있다. 행여나 악한 마음이 범접할까 동남서북 사천왕의 안테나는 항상 가동 중이다. 병원에서 검사할 때 MRI나 CT를 촬영하는 것처럼 사찰에서도 상하좌우 물샐 틈 없이 주변 경계를 강화하여 혹시 나쁜 무리들이 성스런 부처님 처소에 은밀히 들어올까 하늘 위, 물밑, 하물며 사람의 신발바닥까지 쥐도 새도 모르게 검사한다. 합부금강명경 사천왕품을 보면“세존이시여 저희 사천왕과 하늘.용.귀신.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들은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며 모든 악귀가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는 것을 막을 것입니다. 저희 사천왕과 이십팔부 모든 귀신들과 한량없는 백천의 귀신은 사람의 눈보다 더 뛰어난 청정한 하늘눈으로 언제나 이 염부제를 보고 옹호할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저희 이름을 세상을 보호하는 호세왕(護世王)이라 합니다.” 부처님께서 사천왕을 찬탄하시며 “그대 네 왕들과 모든 권속과 한량없고 끝없는 백천의 귀신이 만약 능히 이와 같이 경전을 보호 하면 곧 이는 과거.현재.미래 모든 부처님의 정법을 옹호하고 가지는 것이다. 아수라와 싸울 때에는 그대들 모든 하늘은 항상 승리를 얻으리라”하여 사찰에 있는 모든 성중들은 부처님 법과,불자들을 지키리라 서원하였고 부처님은 도량을 수호하는 성중들을 찬탄하셨다. 그러면 사찰 출입할 때 우리들 눈에 잘 들어나지 않게 비밀 경호를 하는 성중들을 찾아보는 일도 재미있다. 먼저 사찰의 구역과 세속의 구역을 구분하는 경계지역에 위치한 성중이 있으니 바로 장승이다. 벅수, 법수 등으로 불려 지기도 하는 장승은 사찰에서 유일하게 한국형 신이다. 사찰의 모든 신들이 거의 인도의 신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의 땅을 수호하는 산신과 장승만은 우리의 토종 신들이다. 사찰에 들어가려면 저 멀리 입구에서 두 눈을 부라리며 길옆 양쪽을 지키고선 장승이 참배객을 맞이한다. 퉁방울눈과 웃는 듯 마는 듯,삐쳐 나온 송곳니,키는 커서 굽어보는 장승이 일차적으로 우리 나쁜 마음을 걸러주며 사찰에 잘 다녀 오라고 오히려 격려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남원 실상사 입구 석장승
    남원 실상사 입구에 서 있는 장승을 보자. 벙거지 모자를 쓰고 튀어나온 굵은 눈을 부라린다. 큼직한 주먹코는 복주머니처럼 생겨 재미있다. 단순,소박하게 생겨 천진성이 절로 드러나는 장승은 자기 딴에는 무섭게 보이려고 송곳니를 드러내 인상을 써 보이나 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 내어 해학미가 흐른다. 땀을 흘리며 산모퉁이를 돌아 한참을 가면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은 일반적으로 세속과 성스런 곳의 경계로 이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간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부처님 쪽을 향하여 합장 예경을 하고 들어가려면 2차로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성중이 있다. 일주문 앞 계단 소맷돌에 서 있는 사자 두 마리가 앞발은 들고 뒷발로 서서 지혜의 눈으로 살핀다. 못다 버린 욕심이 아직도 남았다면 자기에게 주고가라고 일주문 입구 에서 떡 버틴다. <잡아함경> 사자경에 “여래는 일체의 심오한 바른 법과 율에 대하여 방편으로써 사자처럼 외치나니 법에는 아무것도 두려워 할 것이 없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무엇 때문에 스스로 근심하고 두려워하리.” 하여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아무 장애를 받지 않고 편하게 사찰에 들어 갈 수 있다.
      
    ▲ (좌) 순천 송광사 일주문 앞 계단 소매돌 사자▲ (중) 포항 보경사 적광전문지방 앞 사자▲ (우) 여수 흥국사 홍교 밑 용

    순천 송광사 일주문 앞 계단 소맷돌의 사자는 경계의 눈초리는 고사하고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참배객의 질문에 대답하는 듯하다. “네, 우리사찰은 유명한 삼보사찰 중 승보 사찰이랍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주문의 천장을 쳐다보면 그 곳에도 지키고 있는 성중이 있으니 바로 황룡과 청룡이다. 모자 속에 숨어서 살짝 들어가려고 하는 욕심이라는 놈을 정확히 잡아서 먹어 버린다. <증일아함경>에 보면“두 용은 형제 난다용왕과 우파난다용왕으로 성질이 포악하여 교화하기 어려웠는데 부처님 제자 목건련이 이 용왕을 항복시켜 불법을 수호하는 성중으로 바뀌었다.”한다. 대구 동화사의 일주문안 위를 쳐다보면 천장에서 삐죽 나온 두 용왕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려다본다. 출입자를 살피기보다는 두 형제가 장난이라도 치는 듯 재미있어 한다. “누가 예쁜 옷을 입었나? 부처님께 누가 예경을 더 잘하나? 내기라도 할 요량으로 자기들끼리 희희낙락한다. 참배객들은 일주문을 지나 다리 위를 여유롭게 지나가지만 비밀경호원들은 다리 밑에도 보초를 서며 물속까지 샅샅이 살핀다. 역시 다리 밑을 살피는 것도 용의 몫으로 다리 난간 옆 용은 개울 멀리 바라보고 다리 바로 밑 큰 용은 고개를 늘어뜨리고 흐르는 물과 지나가는 바람까지 멈추게 한다. 여수 흥국사와 순천 선암사,송광사 무지개다리 밑을 잘 살펴보면 이들이 눈알을 부라리며 물샐 틈 없이 사찰을 수호하고 있어 특이하고 재미있다. 이 조형들을 통해 우리 조상님들은 사찰이 얼마나 신성하고 청정해야 하는 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포항 보경사 천왕문입구 사자
    이 뿐인가? 사찰을 지키는 비밀경호원들은 참배자의 신발 밑까지 조사하는 세심함을 보여 준다. 혹시 몰래 숨어들어온 나쁜 기운들이 ‘이젠 침투성공!’하고 마음을 놓을 즈음, 천왕문을 지나거나 신발을 벗고 법당에 들어갈 때 문턱을 지키고 있던 사자가 바로 잡아서 낚아챈다. 사자가 떨치고 일어나면 신속하여 그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사자분신(獅子 奮迅)이라는 말이 있다. 포항 보경사의 천왕문과 적광전의 양 문턱에서 임무에 충실한 두 마리 사자가 신속하게 움직여 나쁜 기운들을 제압하기 위해 웅크리고 앉아 있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참배객이 문턱을 넘는 순간 신속하게 신발 밑까지 조사하는 치밀함을 보여주는 사자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말을 하고 싶다. 이렇게 청정해진 몸과 마음으로 부처님께 예경을 드리니 기원하는 바가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 없다. 사찰은 모든 것이 청정하여야 한다. 삼륜청정게송(三輪淸淨偈頌)을 보면 보시하는데 있어서 세 가지 요소가 청정 해야하는 것을 알린 것으로“보시하는 이,보시 받는 이,보시하는 물건 이 셋을 삼계(三界)가운데 얻을 수 없나니 우리는 절대의 평등한 경지에 머무는 최승심 (最勝心)으로 시방의 모든 여래께 공양하리라.”하였다. 사찰은 청정 그 자체 정토(淨土)이다.
    불교신문 Vol 2469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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