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37.중생 깨우치는 가릉빈가

浮萍草 2014. 1. 7. 07:00
    “중생들이여 내 법음 통해 무명서 벗어나라”
    사람·새 섞인 모습…인간들 ‘깨달음’위해 노래 구멍 없는 피리 불기위해 양 볼 불룩히 솟기도 사찰마다 등장…극락 현실화하려는 염원 표현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
    풍이 곱게 물들면 호젓하던 산사도 야단법석을 준비하는 일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맘때면 사찰마다 개산대재와 불교문화행사로 떠들썩하다. 사찰을 창건하신 고승들을 기리고 지역 주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여 불교 전통문화를 펼쳐 보이는 개산대재는 인기가 높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고운 노래 소리다. 부처님을 찬탄하는 가릉빈가의 노래 소리가 청명한 가을 하늘을 들국화 향기처럼 퍼져나간다.
    쌍봉사 철감선사 부도 가릉빈가
    가릉빈가는 극락정토에 살면서 아름다운 음성을 가진 새로 알에 있을 때 부터 고운 소리를 낸다고 하며 그 소리를 듣는 자는 싫어함이 없이 즐거움 으로 가득 찬다고 한다. 그래서 사찰 여성합창단의 이름을 ‘가릉빈가’라 짓기도 한다. 불설아미타경에 보면 “사리불이여 극락의 세계는 참으로 아름답고 미묘한 여러 빛깔을 가진 백학,공작,앵무,사리,가릉빈가 공명새 등이 있다. 이 새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상 화평하고 맑은 소리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실천도를 노래하면 그 극락세계의 중생들은 이 새소리를 듣고 삼보를 생각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새들은 모두 아미타불께서 법음(法音)을 베풀고자 변화하여 나타낸 것이다”하여 가릉빈가를 법음을 전하는 아미타불의 화현(化現)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부처님께서 내는 60가지의 아름다운 소리 중 하나로 깨끗하고 맑은 소리에 비유하여 가릉빈가의 노래 소리와 같다”고 하여 가릉빈가의 노래 소리는 부처님 말씀으로 표현하고 있다.
    환성사 대웅전 수미단 가릉빈가.
    이와 같이 가릉빈가는 불교 경전에 나타나는 새로 실제로는 인도 히말라야 산 속에 사는 불불조(bulbul鳥)라는 공작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예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가릉빈가를 신성하게 여겨 덕흥리 안악 1호분 등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리기도 하고 황룡사지,임해전지,분황사 등 남북조시대 사찰 기와 수막새와 부도에 조각하기도 하였다. 또 고려시대에는 종(鍾)에 주조하기도 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사찰의 벽화,수미단, 불화 등에 장식하여 극락세계 소리의 아름다움을 조형으로 장엄하기도 하였다. 사람의 얼굴에 새의 몸 형상을 한 가릉빈가는 사람과 새를 결합한 형태로 얼굴,머리 모양과 팔, 손은 사람 모습으로 아름다운 여성으로 표현되고 몸과 몸에 난 깃털과 다리와 발은 새의 모습으로 날씬하고 가는 털로 덮여있다. 가릉빈가는 항상 즐거운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있어 극락을 갈구하는 인간의 염원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또한 아름다운 날개를 좌우로 펼치고 있어 극락 으로 가고 싶어 하는 인간의 바람을 가릉빈가를 통해 잘 나타내고 있다. 먼저 경산 환성사 수미단에 있는 투각된 가릉빈가 조각을 보면 틀어 올린 머리의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과 둥글게 말려 끝없이 자라나는 덩굴연꽃 줄기를 긴 두 팔을 높이 들어 두 손으로 잡고 있다. 손으로 잡은 연꽃 줄기 위로는 차례로 활짝 핀 연꽃과 반개한 연꽃,피지 않은 연 봉오리가 미려하게 조각되어 있어 아름답다. 아래로는 가릉빈가 새의 다리로 연잎을 밟고 있다. 활짝 편 두 날개는 고운 노래를 부르며 연꽃을 높이 들고 부처님께 공양 올리려고 막 날아갈 듯 생동감이 넘친다. 가릉빈가 날개의 아래에는 붉은 색 모란꽃이 활짝 펴 있어 가릉빈가가 중생들에게 부귀와 영화를 가져다주는 길조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음 구례 연곡사 동부도 영기창(靈氣窓)에 조각된 가릉빈가를 보면 구멍 없는 피리 무공적(無孔笛)을 불고 있다.
    연곡사 동부도 가릉빈가
    무공적은 금강경오가해 서설에 “우리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본분의 한 수를 터득하셔서 중생들이 모두 이것을 타고 났으나 알지 못하고 있음을 두루 관찰하시고 ‘기이하도다!’라고 한탄하시며 생사의 바다 속에서 밑바닥 이 없는 배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부시니 미묘한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법의 바다는 하늘까지 넘친다. 이에 어리석은 이들이 모두 깨어나고 마른 초목들이 함께 윤택하게 되어 대지의 모든 중생들이 각각 적절한 지위를 얻는다”하여 부처님께서 가릉빈가 로 변하여 중생들의 깨달음을 위해 구멍 없는 피리를 불고 있는 모습을 표현 하였다. 구멍 없는 피리를 불자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릉빈가는 긴 무공적을 두 손 으로 받들고 입안의 양 볼에 공기를 잔뜩 불어넣어 팽팽하다. 금방이라도 묘음(妙音)이 들리는 듯 가릉빈가의 아래 배는 불뚝 불러 있으며 날개는 뒤로 젖히고 새의 다리는 땅에 두툼히 고정하고 있어 구멍 없는 피리 불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어 재미있다.
    영천 은해사 백흥암의 수미단에 조각된 가릉빈가를 보면 화려하고 멋진 큰 날개를 활짝 펼치고 빠르게 측면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굴은 조선시대 미인의 모습처럼 눈은 작고 코는 크고 뭉뚝하나 피부는 백색으로 아름답다. 오른쪽 긴팔은 큼직한 천상세계의 복숭아를 받쳐 들고 미소 지으며 날아간다. 새 다리 모양인 날씬한 두 다리는 급작스럽게 휘어져 날아가는 속도감을 더해준다. 장수를 상징하는 복숭아는 중생에게 주기 위함인가. 부처님께 바치기 위함인가. 힘찬 날개 짓과 함께 미묘한 노래를 불러 부처님의 음성을 중생에게 들려주고자 함이 아니겠는가. 사찰을 찾아 부처님께 예경하는 중생들에게 선물로 복숭아를 주어서 중생들이 오래 살며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듯하다. 가릉빈가는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미묘한 음성을 들려주어 무명으로부터 벗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사찰에서 극락의 새인 가릉빈가가 많이 표현되고 있는 것은 아마 속박과 질병으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들리는 극락의 세상을 현실 속에 만들려는 우리들의 염원을 표현한 듯하다. 백연경에 “사위성에 있는 모든 백성들이 몸을 장엄하고 노래와 기악을 했으며 성 밖으로 나가 놀이를 즐기러 나가다가 성안으로 걸식을 하기 위해 들어오시는 부처님과 제자들을 만났다. 사람들은 부처님을 보자 기쁜 마음으로 예배드리고 곧 기악을 하면서 부처님께 공양을 하고 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곧 웃으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사람들은 기악을 하여 부처님께 공양을 한 인연으로 미래세의 100겁 중에 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며 천상의 사람들 가운데 가장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며 100겁이 지난 후에는 벽지불이 되어 모두 묘성불(妙聲佛)이라는 똑같은 명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만약 사람들이 음악으로 삼보께 공양하면 한량없고 끝없이 많은 공덕을 얻게 될 것이다.’” 하여 음성공양의 공덕을 찬탄하였다. 우리도 극락의 새인 가릉빈가가 되어 부드럽고 좋은 말을 하여 남에게 즐거움을 주며 자유로이 창공을 날아 인종과 국경과 종교의 틀을 뛰어 넘는 자유로운 인간이 되어 보자.
    불교신문 Vol 2467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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