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32.파사현정을 통해 평등을 일깨우다

浮萍草 2013. 12. 3. 07:00
    파사현정(破邪顯正),삿된 것을 깨뜨려서 옳은 것이 나타나게 한다. 옳은 것은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쁜 것이 옳은 것 인양 국민을 호도하고 왜곡시키며 전체를 나쁜 곳으로 몰고 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삿된 것인가? 차별하는 것이 삿된 것이다.
    신중 눈 부릅뜨니 삿된 무리들 ‘화들짝’
    부처님, 마왕 누르고 만천하에 평등세상 일깨워 아집의 무리들, 대력명왕 얼굴 보면 오금 ‘쩌릿’ 차별 일삼는 저들에게도 ‘정법 목소리’ 전해지길
    경주 석굴암 본존

    부처님의 사리를 지키는 사천왕
    교의 특징은 평등과 무차별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남들의 존재는 나의 존재와 같으며 나의 존재는 남들의 존재와 같다고 생각하여 남을 죽여서도 안 되고 죽음에 이르게 해서도 안 된다”고 평등과 무차별을 강조 하셨다. 사찰에는 삼보를 옹호하고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한 조형들이 무수히 많아 교훈을 주고 있다. 더러는 무기를 들고 눈을 부릅뜨고 공격 자세를 취하고 발에 삿된 것을 밟아 벌줌으로서 옳은 쪽으로 유도하는 권선징악적이기도 하다. 파사현정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처님의 성도(成道)시 때 마왕을 제압하는항마촉지인 (降魔觸地印)의 모습이다. 마왕은 자신의 불평등과 차별의 세계가 무너질 것을 염려하여 온갖 방해를 하지만 부처님은 깨달음을 이루어 하늘의 마왕을 누르시고 지신(地神)으로 하여금 만 천하에 평등과 무차별의 세상이 열려 있음을 증명하게 하셨다. 이러한 파사현정의 모습이 잘 나타나 평등세상을 일깨워 주는 부처님이 사찰의 대웅전에 계시는 석가모니불이시다. 경주 석굴암 본존불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선정인(禪定印)을 풀어 오른팔을 아래로 내려 손으로 마왕을 누르시고 검지 손가락을 살짝 들어 지신을 향하는 조형이야 말로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부처님의 손끝을 보는 듯 신비롭기 그지없다. 예경자는 세상의 모든 삿된 것을 물리치고 평등의 세상이 이루어지도록 항마촉지인의 석가 모니부처님을 바라보면서 서원해야 할 것이다.
    또 사찰에서 파사현정을 통해 부처님을 외호하고 불교를 수호하는 불화가 신중탱화이다 <범망경> 제48경계에 보면 “불법 보호하기를 외아들을 사랑하듯, 부모를 섬기듯 하여 깨뜨리지 않게 하여야 한다. 보살은 외도와 악인들이 나쁜 말로 부처님 계를 비방하는 말을 들으면 마치 3백 자루의 창으로 심장을 찌르고 천개의 칼과 몽둥이로 몸을 베고 때리는 것처럼 괴로워하여 차라리 몸을 지옥에 던져 백겁동안 지낼지언정 한 번이라도 악인이 부처님 계를 헐뜯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여야 할 것이거늘” 하여 삿된 것을 물리치고 부처님 법의 보호에 모든 불자들이 최우선해야함을 알려주고 있다.
    서산 개심사 인왕
    사찰에서는 초하루부터 초사흘까지 신중기도에 주력한다. 또한 매일 아침,저녁으로 예불 후 신중단에 반야심경을 독송하여 삿된 것 을 물리치고 불법을 외호하심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신중님은 참으로 무섭게 생겨 보는 이의 오금이 저리게 한다. 이렇게 무섭게 생기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위덕최승금륜 삼매주품>에 대력명왕께 “천인의 스승이신 분이시여 무슨 연유로 오늘을 기하여 외도를 항복시키고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정법 에 귀의하게 하시는 것입니까?” 외도를 항복시키고 중생이 정법에 들도록 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행자 를 옹호하기 위함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처럼 큰 힘을 가진 존귀한 분인 대력명왕은 분노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명왕으로,이 명왕은 교화하거나 구제하기 어려운 중생을 깨우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무기 등을 지니고 있다. <무이평등최상유가대교왕경>에“대력대분노명왕은 허공과 같아서 일체의 조복하기 어려운 자들을 능히 조복한다. 분노왕의 파괴가 금강의 지혜에 들게 한다”하여 아집과 아만으로 가득 찬 무리들에게 무서움을 줌으로써 아만과 아집이 사라져 지혜에 들게 한다니 참으로 부처님의 중생 사랑하심은 끝이 없다. 그럼 이 신중님은 어떠한 모습일까? 풍성한 몸체에서 노기를 떨치는 자세와 매우 분노하는 형상을 취한다. 본존이 대일여래의 화신으로 그 사자(使者)로서 항상 화생삼매(火生三昧) 에 머물며 모든 장애와 번뇌를 태워 없앤다. 얼굴은 삼면에 각각 3개의 눈이 있고 팔은 여덟이다. 몸은 청운색이며 팔대용왕이 둘러싸고 있다. 온몸은 화염이 뒤덮고 있으며,머리카락은 곤두서 있다. 아랫니로 윗입술을 물어 치아를 드러낸 것은 자비의 힘으로 마구니를 두렵게 만드는 것이고 오른손에 칼을 잡은 것은 탐, 진, 치 삼독의 불길을 소탕하고 왼손에 견삭(索)을 들고 있는 것은 항복하지 않은 자를 묶기 위한 것이며 노여움을 떨치는 형상은 위엄과 용맹을 나타내고 있다. <진실섭경>에 따르면“명왕이 번뇌를 항복시키기 위하여 분노한 눈으로 악한이를 관찰하는 순간 그는 즉각 눈이 멀어버리거나 죽음에 이르게 된다” 고 하여 분노의 눈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화성 용주사의 신중탱화의 주존이신 대력명왕을 살펴보자. 화염에 휩싸인 대력명왕은 위로 솟은 붉은 머리카락은 하늘을 찌를 듯하고 삼면의 얼굴에는 부릅뜬 3개의 눈과 눈썹은 분노가 역력하다. 괴성을 지르며 드러낸 흰 송곳니는 날카로워 한 번 물리면 빠져 나올 수 없이 무섭다. 여덟 개의 팔에는 8대 용왕 난타,발난타,사가라,화수길,덕차가,아나파달다, 마나사,우발라 용왕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화성 용주사 신중도 일부
    대력명왕이 들고 있는 손에는 불법을 옹호하는 지물들로 가득하다. 금강저는 일체의 원적(怨敵)을 꺾어 없애기 위하여 금강령은 어리석은 중생 들을 부처님 음성으로 깨우쳐 성불의 길로 이끌어 주고,불퇴금륜(不退金輪) 은 이 몸으로부터 부처님이 될 때까지의 보리심에서 물러나지 않기 위하여, 견삭(索)을 들고 있는 것은 항복하지 않은 자를 묶어 여러가지 불안으로부터 안락함을 구하기 위하여,보검은 일체의 도깨비와 귀신을 항복 시키며,보극 (寶戟)은 타방으로부터 오는 원수와 역적과 원수를 물리치기 위해 들고 있다. 이러하듯 대력명왕의 위세에 눌린 삿된 무리들이 정신이 아득하게 혼쭐이 나 꽁지 빠지게 도망갈 즈음 명왕의 이마를 묶은 띠의 해골들이 마구니의 어쩔 줄 모르는 행동에 웃음을 터트리는 표정은 해학적이다. 요놈들 불평등과 차별로 중생을 괴롭히더니 옹골지구나! “사자일후 야간뇌열(獅子一吼 野干腦裂)”이란 임제스님의 말이 있다 “사자가 큰 소리를 내면 여우의 대갈통이 깨어진다”하여 부처님의 진리의 음성은 모든 악을 물리친다는 의미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나타낸다.
    이제 불자들 또한 임제 의현스님처럼 우주를 가르는 정법의 목소리로 헌법을 파괴하고 화해와 평등을 짓밟는 삿된 무리들을 단박에 깨뜨려야 한다. 국민의 생각을 존중하고 섬기는 일은 제쳐 두고 불평등과 차별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삿된 무리들을 대력명왕의 이름으로 제도하여 평등과 무차별의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이루어 나가야 하겠다.
    불교신문 Vol 2456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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