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10. 편안하고 성스러운 열반

浮萍草 2013. 7. 2. 07:00
    열반(涅槃)이란 범어 nirvana의 음사로 반열반이라고도 하며 멸도(滅度)라고 한역되기도 한다. 니르바나는 ‘혹 불어서 끈 상태’를 말한다. 세상사 잡다한 일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아주 고요한 상태,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는 적정(寂靜)의 상태일 것이다. 부처님이 인도 쿠시나가라(kusinagara) 아지타바티(ajitavati) 강가의 사라쌍수에서 음력 2월15일 멸도에 드신 날을 불자들은 불교의 4대 명절중의 하나인 열반재일이라 부른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에 열반으로 인한 승단의 혼란을 막고 향후 중생들의 의혹에 대하여 사전에 당부 하시는 말씀으로 중생에 대한 자비의 마음을 나타내었다.
    ‘화르르’ 금빛관 불타오르자…하늘에선 불사리비 ‘우수수’
    남양주 흥국사 만월보전 내 팔상도 중 열반
    상 부분도. 비 오듯 내리는 부처님 사리를 서로
    받으려는 스님의 모습이 해학적이다.
    “아난아,나는 나이 80이 되었으므로 나의 몸은 노쇠하여 비유하면 마치 낡은 수레와 같다. 아난아 내가 열반에 든 후 모든 대중들은 마땅히 자기 스스로가 등불이 되고 자기 스스로가 의지처가 될 것이며 또한 진리의 법을 등불로 삼고 진리의 법을 의지처로 삼아야 한다. 다른 것을 의지처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나“인연이 모여 이루어진 법은 항상한 것이 아니어서 변하고 바뀌어 반드시 부서져 없어진다. 지금 이후로는 나고 죽음이 영원히 끊어질 것이다. 이것이 최후이며 다시는 목숨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하여 생사윤회의 굴레를 벗어나 완전한 열반에 드심을 나타내었다. 또한 부처님은 중생들의 게으름으로 인해 성불의 길이 멀어질 것을 염려하여 최후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일(放逸)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정각을 이루었다. 한량없는 온갖 착함도 방일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얻은 것이다. 온갖 물질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없다. 이 것이 여래의 최후의 말씀이다” 부처님이 멸도에 드시려하니 모든 신들은 부처님을 한번 뵙기를 원하여 신들이 내려왔다. 부처님은 쿠시나가라의 사라원 쌍수사이에 누우실 자리를 마련하고 머리는 북쪽 으로 얼굴은 서쪽으로 향하게 하여 부처님의 법이 널리 퍼져 장차 북방에 오래 머물게 하시기 위해서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시고 나자 사라쌍수는 흰 꽃을 피웠고 모든 하늘의 신,비구들, 말라족 사람들이 통곡하고 몸을 땅에 던져 뒹굴고 부르짖으면서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며 흐느껴 울며 말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이리도 빠른가,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려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마치 큰 나무 뿌리가 뽑혀 가지들이 꺾인 것 같았고,또 허리 잘린 뱀이 뒹굴고 헤매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것 같았다고 경전은 전하고 있다. 해인사 팔상도 중 열반도에 나타난 열반의 장면은 다른 종교 성자들의 죽음과는 완연히 다른 고요하고 편안한 부처님의 열반을 묘사 하고 있다. 멸도 드시는 그날까지 중생에 대한 자비심 표현 ‘욕심 버리라’교법 뒷전…사리 받으려 ‘아수라장’ 부처님 탄생 때 ‘꽃비’ 마지막에는 ‘보석비’ 황홀
    사천왕과 8부 신중들은 맨 뒷자리에서 놀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누워계신 부처님을 바라보고 제석천과 범천은 하늘의 일산을 받쳐 들고 각 나라 국왕들은 서로 이야기하며 서 있다. 그 앞은 머리에 두광이 표현된 8대 보살들이 제일 가까운 자리에서 부처님을 에워싸고 열반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부처님의 제자들은 두렵고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땅에 엎드리거나 고개를 떨어뜨려 슬피 울고 있는 모습 이다. 뒤편 사라나무도 조의를 표하려는 듯 흰 꽃을 피우고 수많은 성중들을 에워싼 흰 뭉게구름은 부처님의 성스러운 열반을 더욱 장엄 한 가운데 부처님은 머리를 북쪽으로,얼굴은 서쪽으로 오른팔로 턱을 괴시고 두 다리는 가지런히 포개어 올려 편안한 모습을 하고 열반에 드신다.
    해인사 팔상도 중 열반도에 나타난 ‘부처님 열반’ 모습
    모든 하늘의 생각으로 7일 동안 육신을 모셔두고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예경하고 공양을 하였다. 부처님의 장례법은 전륜성왕의 장례법과 같아 우선 향탕(香湯)으로 그 몸을 씻고 무명천으로 몸을 5백 겹을 두루 감되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며, 황금관에 넣고 향기로운 기름을 부은 뒤 황금관을 들어 쇠곽에 넣고,전단 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그 겉을 거듭 싼다. 온갖 기이한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화장한다. 대가섭이 그 제자 500명을 거느리고 오는 중이라 화장하기 전에 도착하여 부처님의 몸을 뵙고자 하기 때문에 말라족 대신이 큰 횃불로 관에 불을 붙이려 하나 불이 붙지 않는다. 서울 경국사 팔상도 중 쌍림열반도를 보자. 사라쌍수는 흰 꽃을 드리우고 많은 제자들이 땅을 치며 통곡하며,울며 불며 슬픔에 젖어 있을 때 늦게 도착한 가섭은 관을 세 번 돌고 경례하고 두 팔을 벌려 부처님께 묻는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일이 중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편임을 부처님께 확인 받는다. 돌아가신 분께 질문을 한다. “열반에 드셨습니까?” 물으니 부처님께서는 금빛관속의 두발을 밖으로 내밀어 증명하신다. “나 살아있다” 부처님과 가섭 사이에 마음으로 주고받은 삼처전심의 곽시쌍부(槨示雙趺).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역전극인가. 아무리 숭엄한 죽음 앞에서라도 그 상황을 익살로 바꾸어 놓는 지혜! 이것이 해학이다. 중생의 상상을 뛰어넘는 부처님의 영원 불멸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최고의 방법이다. 해학은 늘 새롭고 신선한 것을 소재로 삼아서 보는 사람의 극적인 감동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가섭은 부처님의 금빛 관을 세 번 돌며 “부처님은 짝할 데 없으신 분. 거룩한 그 지혜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 짝할 데 없는 거룩한 지혜에 저는 머리 조아려 예배합니다. 모니께서는 애욕의 가지를 끊은 큰 선인이시며 천인 가운데 높은 이 사람 중의 제일의 영웅. 저는 이제 머리 조아려 예배합니다.” 게송을 설하자마자 그때 그 화장 더미는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탔다. 주변 8개 나라가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며 군대를 동원하여 전쟁 일보직전에 이르렀다. 이때 바라문 드로나(Drona)의 중재에 의해 8개국으로 분배되어 여덟 개 탑을 세우고 아홉 번째 드로나 바라문의 사리병탑,열 번째 필발촌 사람들의 잿더미를 보관한 탑,열한 번째 생시의 머리카락을 모신 탑 등이 조성된다. 이후 불사리 공양을 위해 불탑 조성이 성행하게 되었으며 이는 탑(스투파)이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영원한 생명을 상징하고 세계지배 등의 이념을 가져 불사리의 신비 한 위력으로 탑이 건립하게 되었다. 사리가 생산되고 분배되는 과정의 불화도 재미있다. 해인사 쌍림열반도에는 부처님의 금빛 관에 불이 붙자 맹렬히 타오르며 보석비 같은 불사리가 비 오듯 쏟아 내린다. 이 얼마나 바라던 광경인가 그 오색영롱함에 눈이 멀 지경이다. 부처님이 탄생하실 때는 꽃비가 내렸는데 이제 열반에 드시니 사리비가 내린다. 장엄의 순간에 떨어지는 사리를 말라족 사람들은 치마를 벌려 옷으로 받는다. 어떤 이는 손으로 잡아 부처님의 열반을 슬퍼하기보다는 아니 불사리를 차지하기 위해 둘러싼 국왕 대신,사천왕 팔부중. 욕심을 버리라는 부처님의 말씀도 이 순간에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천왕도 부처님의 사리를 하나라도 얻을 수 있을까? 금빛 발우를 들고 기다리며 눈치를 살핀다. 이참에 왼쪽 팔부중 한명은 바루 속에 얼른 사리 하나를 넣는다. 오른쪽에는 드로나 바라문이 말라족이 받아온 사리를 항아리에 넣고 그릇으로 계량하여 8등분 한다. 혹시라도 속임수가 있을까? 드로나 바라문을 감시하는 대신과 팔부중의 곁눈질도 재미있다. 이 불화 또한 불화 속 성중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욕구를 들어주는 해학성을 정확히 그려내고 있다. 위대한 영웅 석가모니 부처님은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도 사리는 중생 위해 남기시고 오색찬란한 빛으로 돌아가셨네.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
    불교신문 Vol 2410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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