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9. 부처님의 위대한 출가

浮萍草 2013. 6. 25. 07:00
    국어 대사전에 보면 가출(家出)은“집에서 뛰쳐나옴”즉 맹목적으로 집이 싫어서 나온 것을 말하고,출가(出家)란 “집을 떠나옴 속가(俗家)를 떠나서 불문(佛門) 듦” 또는“세간(世間)을 떠나서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일”즉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집을 떠나는 것을 말하여 가출과 출가는 하늘과 땅차이의 결과를 낳는다. 부처님께서 출가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사문유관(四門遊觀)은 카필라성 동남서북의 문밖에서 만나게 되는 늙고 병들고 죽은 자와 수행자의 모습을 통해 기존에 인식하고 있는 가치관의 변화이다.
    思惟 세계에 첫발 내딛는 체발염의품 ‘감동’
    부처님 출가 돕는 호위 신들 모습 익살스러워 성문 앞서 마부 항명…사천왕 불만 ‘부글부글’ 소리 날까 태자와 말 번쩍 들고 구름 속으로
    ‘신들의 망보기’. 남양주 흥국사 소장 ‘유성출가상’
    반왕(숫도다나왕)의 아들 고타마 싯다르타 태자는 위엄을 갖추고 카필 라성 동쪽 문밖으로 나아갔을 때 만난 노인은 “얼굴과 온 몸은 검게 주름 으로 구겨져 있었으며 오직 뼈와 껍질뿐 살이 없고 가래가 끓고 숨이 차며, 허리는 굽어 안정치 못하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겨우겨우 걸어갔다.” 성의 남쪽 문의 병자(病者)의 모습을 “병자는 몸은 야위어서 피골이 상접 하였으며 안색은 핏기가 없어 푸르렀고 대소변을 그대로 싸고 누워있어 악취가 심했다. 가족을 애타게 찾으며 ‘아내여 아들아’하고 슬퍼하고 그리워하였다”. 또한 성의 서쪽 문을 나가 시체를 보니 “죽은 자는 바람기운이 떠나가서 숨은 끊어지고 불기운이 다하여 몸은 빳빳하게 굳어져 다시는 아는 것이 없어진다. 10여일이 지나기 전에 뼈마디가 떨어지고 썩어서 악취를 풍기고 사람의 형태를 잃어간다”. 동.남.서문 밖 길거리에서 본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통해 백성들의 고통 스런 현실의 문제를 바로 보게 된 것이다. 마지막 북문에서 만난 수행자를 통해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
    태자가 출가 사문의 의미를 묻자 “출가 사문이란 악한 법을 떠나서 선한 법을 행하고 욕망을 잘 다스려 모든 두려움을 없애고,일체 중생들에게 평등과 베풀음을 실천하는 사람이 사문”이라 답했다. 팔상도(八相圖)에 나타난 유성 출가는 드라마틱한 장면의 연속이다. 명예와 권력과 부를 버리고 가족과 이별 그리고 기약할 수 없는 성불의 길을 찾아 오직 일체중생의 안락을 위해 멀고 험한 깨달음 의 길을 향해 갇힌 성을 넘어 구도(求道)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싯다르타 태자의 카필라성을 뛰어 넘는 출가의 길은 드라마틱한 만큼 해학적 요소도 풍부하여 꼼꼼히 살펴보면 해학에서 만나는 이중적 의미의 함축과 번득이는 재치는 우리 조상들이 가졌던 삶의 지혜였는지도 모르겠다.
    ‘사천왕의 호위’. 해인사 대적광전 내 ‘유성출가상’.
    먼저 남양주 흥국사 만월보전의 유성출가 불화를 살펴보면 출가를 위해 싯다르타 태자가 화려한 태자궁을 몰래 빠져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태자비인 야쇼다라도 의자에서 이미 잠들고 붉은색 빈 의자는 크게 그려 태자의 출가를 부각시켰으며 유성출가가 성공하였음을 암시한다. 술 취해 비파를 끌어안거나 장구를 움켜쥐고 잠든 미희(美姬)들, 연주와 노래에 빠져 몰두하는 가희(歌姬)는 화려한 태자궁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버지 정반왕이 태자출가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회유책을 쓴 것으로 여겨진다. 태자궁 커튼 뒤 창밖에서 혹시나 태자의 야반도주를 눈치 채지나 않을까, 야쇼다라 태자비가 깨지나 않을까? 망을 보는 신(神)은 고개를 내밀어 방안을 계속감시하고 밖에서 기다리는 3명의 호위 신들은 어서 떠나자고 재촉하는 듯 손을 앞으로 모은다. 태자는 붉은 색 용포와 왕관을 쓴 채 당당하게 태자궁을 빠져 나와 사천왕 과 여러 천신들의 영접을 받느라 합장을 한 모습이다. 그러나 가슴 떨렸을 것이다.
    아버지 정반왕에게 들키면 어쩌나? 태자와 호위 신들과는 사전 밀약이 있었는가? 오늘밤 쥐도 새도 모르게 자기의 위치에서 망을 보거나 태자를 호위하는 임무를 척척 수행하는 신들의 모습을 보면 군대의 작전을 방불케 하는 이중 의미의 함축과 번득이는 재치가 있어 재미있다.
    찬다카의 반발’. 서울 경국사 소장 ‘유성출가상’.
    또한 서울 경국사의 유성출가도를 보면 이제 싯다르타 태자는 카필라성을 넘으려 한다. 태자의 백마 칸타카를 타고 당당하게 익선관의 모자를 쓰고 붉은 용포를 입고 손가락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해 출발을 명하며 “내 이제 탐진치의 침략과 번뇌의 도둑을 물리치고 모든 중생을 고통과 핍박에서 구제하노라” 하려는 순간 이일을 어쩌나? 마부 찬다카가 말을 듣지 않네요. “저는 못가요. 아버지 정반왕께 말씀드리고 가세요. 나중에 알면 제가 혼나요”하는 듯 손가락을 왕궁 쪽으로 가리키며 버틴다. 태자 싯다르타와 태자의 마부 찬다카가 가느니 못 가느니 출가를 두고 실랑이를 한다.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가. 찬다카 왼쪽에는 흰 성벽의 모습이 보인다. 성을 넘으려는 직전 벌어진 찬다카의 항명(抗命)에 놀란 것은 사천왕이다.
    부처님의 삭발의식. 제석천이 잘린 머리카락
    을 그릇에 받쳐들고 있다.
    “이-그! 이제 와서 못가겠다면 어떻게 하란 말이야” 얼굴 가득히 불만을 표시하는 사천왕 눈동자와 옆으로 찢어진 흰 이빨이 재미있다. 백마 칸타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성 가운데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찬다카가 없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해학적 창조를 위해 계획적으로 딴전을 피우게끔 하는 싯다르타와 찬다카의 갈등 구조를 그려 넣은 금어(金魚)들의 뛰어난 해학미가 더없이 돋보인다. 해인사 대적광전의 유성출가도를 보면 성을 넘을 때 말 발자국 소리에 정반왕이 깰까 염려되어 아예 백마 칸타카에 태자를 모시고 칸타카의 4다리의 말발굽을 사천왕이 들고 성을 넘어 버린다. “메롱- 성을 지키는 군사들이여 약으로지?”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다. 성문을 열고 빠져 나가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위대한 순간을 여기에서 포기할 수 없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지혜 이것이 사천왕이 말을 들고 하늘을 나는 해학이다. 상황을 익살로 바꾸는 지혜가 바로 해학이다. 싯다르타의 위대한 출가의 길을 뭉게구름으로 표현하여 인류구제를 위한 성스러운 출가임을 나타낸다. 야누피야 숲으로 길안내를 하는 번을 든 천신,주변을 에워싼 천신들과 싯다르타 바로 앞에서 일산을 든 범천과 제석천, 모두 즐거워한다. 백마를 탄 싯다르타는 하늘의 신들로부터 호위를 받으며 수행의 길로 용기 있는 첫발을 내딛어 성을 빠져나간다. 야누피야 숲에 도착한 싯다르타는 출가의 뜻을 확고히 하기 위해 삭발을 결행한다. 불가에서 머리카락은 번뇌 망상으로 자란 무명초(無明草)라 하여 삭발을 함으로써 출가자의 의미를 되새긴다. <불본행집경> 체발염의품에 보면 “그때 싯다르타는 찬다카에게서 마니로 장식한 칠보 칼을 찾아서 곧 왼손으로 짙푸른 우발라 빛 소라상투의 머리털을 잡고 오른손 으로 날카로운 칼을 들어 베어내고 이어 수염도 모두 잘라 버렸다”하였다.
    싯다르타의 삭발그림을 보면 왕자의 금빛 보검으로 머리카락을 잘라 출가의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신발은 벗어 발을 보임으로써 앞으로 깨달음에 이르는 고행의 길이 순탄치 않음과 불도를 이루고 45년 맨발로 중생의 안락을 위해 법을 굴리심을 예고하고 있다. 또 태자의 왼쪽에는 제석천이 잘린 머리카락을 그릇에 바쳐 들고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오른쪽 정거천(淨居天)은 사냥꾼으로 몸을 바꾸어 태자와 옷을 바꾸어 입기 위해 활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출가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관념(觀念)의 세계로부터 사유(思惟)세계로 자아를 변화시켜 다시 세속으로 돌아와 중생과 함께 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불교신문 Vol 2408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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