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7. 팔부중 가루라와 판다라 용왕

浮萍草 2013. 6. 11. 07:00
    금당 전각의 불화를 잘 살펴보면 중앙의 부처님을 비롯하여 많은 보살님들과 부처님의 제자,사천왕,화불,여래 팔부중 등 여러 명이 밀집하여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는 듯해 보인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의미와 배치된 위치,그리고 각자의 임무와 역할을 알고 보면 별 어려움 없이 재미있고 즐겁게 표정을 읽어가며 볼 수 있다. 보통 불화의 배치는 주존불(主尊佛)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의 모습으로 여러 형태의 불보살과 성중(聖衆)들이 나타난다.
    “길을 비켜라…금시조 모시고 승천하련다”
    새의 두상.사람의 몸 가진 불교수호의 선신 아래선 ‘용틀임’위에선 ‘봉황의 날갯짓’조화
    통영 보덕암 신중도 가루라와 용왕
    위쪽에 8명의 무리들이 나타나는데 이들은 사람의 형상이기도 하고 동물의 탈을 쓰고 있기도 하며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모습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부처님을 외호하고 불자들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신들로 불보살님의 후방 경계를 맡은 여래팔부중(如來八部衆)이다. 물 셀 틈 없는 경계근무에 임하고 있다. 또한 이 팔부중은 불경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선신들로 인도의 고대 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이지만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시고 일체의 승리자가 되자 불교에 귀의하여 불교수호의 선신(善神)이 될 것을 서원함으로써 불교 수호신이 되었다. 불자들이 매달 초하루에서 초사흘까지 신중기도를 하는데 기도의 대상체인 이들 화엄성중들은 <화엄경> 약찬게에 나타나는 무리들로 여래팔부중인 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용,야차,건달바,아수라,천을 포함한 신중들이다.
    이들은 불보살을 외호하고 불자들을 돌보아주는 역할을 담당하며,부처님께 올린 공양을 부처님 다음으로 제일 먼저 받는 퇴공의 영광을 안기도 하였다. 이들 중 특이하게 새 머리 형상를 하거나 사람의 모습에 새의 부리 형태의 입을 가진 형상으로 그려진 것이 여래 팔부중의 하나인 금시조, 즉 가루라(Garuda)로 해학적인 모습으로 등장하여 쉽게 사람의 눈에 띄게 된다.
    용주사 신중도의 가루라.
    가루라는 양 날개를 펼치면 360만 리나 된다는 인도신화에 나오는 조류 (鳥類)의 왕으로 뱀이나 용을 먹고 산다. 밀교에서는“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대범천,대자재천이 화현한 모습이라 하며 축생도에 들어가 보시를 행한 공덕으로 머리에 여의주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본생담의 금시조와 판다라 용왕과 나형행자의 이야기는 부처님과 사리불 그리고 데바닷타의 전생이야기다. 옛날 범여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500상인들이 바다로 나아갔으나 파선돼 단 한사람만 카란비야의 항구로 돌아왔다. 그는 거기서 알몸으로 행걸하면서 항구를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사문이라면서 카란비야의 나형행자(裸形行者)라는 이름으로 존경심과 공양을 올렸다. 판다라 용왕과 금시조 왕도 그에게 문안하러 왔다. 어느 날 금시조 왕이 나형행자에게“대덕님 우리 일족들이 저 용을 잡으려 하면 우리들은 대개 죽고 맙니다.
    저들에게 어떤 비밀이 있으니 저들을 사랑하는 체하여 그 사정을 물어 봐줄 수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다고 승낙했다. 용왕이 와서 예배하자 까닭을 물었으나 용왕은“우리의 비밀을 말하면 우리일족은 모두 파멸하고 말 것”이라며 세 번 거절하였다. 나형행자의 집요한 물음에 용왕은 남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비밀을 말하였다.
    숭림사 금시조.
    “우리는 큰 돌을 삼키고 아주 무거운 몸으로 누워 있다 금시조가 오면 이빨을 내어 금시조를 물고 늘어집니다. 금시조는 우리들의 머리를 잡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들어 올리려 애쓰는 동안에 조수(潮水)가 밀어 닥쳐 물속에서 죽는 것입니다. 만일 그들이 우리의 꼬리를 붙잡아 거꾸로 추스르면 삼켰던 것들을 다 토하게 해 거뜬히 들고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나형행자는 금시조 왕에게 말하여 금시조 왕은 판다라 용왕을 잡아서 공중으로 날았다. 판다라 용왕은 슬피 울며 살려 달라 빌면서 말하였다. “금시조 왕이여! 어머니가 그 아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렇게 그대도 나를 보아다오.” 금시조 왕은 그를 살려주며“육지에서나 물에서나 내 보호 밑에서 마치 의사가 병자를 대하는 것처럼 그와 같이 나는 너의 의지하는 곳이 되리라” 하고 용을 놓아 주었다. 판다라 용왕은 나형행자를 찾아 갔다. “너는 선량한 벗을 속였다. 네 머리가 깨어져 일곱 조각이 되라.” 나형행자의 머리는 일곱 조각으로 쪼개지면서 땅이 갈라지고 지옥에 떨어졌다. 이러한 경전의 이야기를 사찰의 공포 출목에 조각하여 부처님의 전생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이 있으니 이곳이 바로 익산 숭림사 보광전 내부의 포작위에 있는 금시 조인 가루라와 판다라 용왕의 조각으로 부처님의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용과 봉황의 일반적 모습으로 볼 것이나 부처님 전생담의 이야기를 알고 보면 판다라 용왕과 가루라의 표정이 재미나 보인다. 보덕암 신중도, 근엄함 속에 익살 상황 ‘재미’ 물고 물리는 악연 불구 재미있는 상황 연출
    보물 제825호로 지정된 보광전은 17세기 이전 세워진 건물로 추정되는데 살미에 용의 머리를 조각하고 그 위에 가루라를 조각하여 판다라 용왕이 금시조를 머리에 모시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판다라 용왕은 여의주를 입속에 넣고 목을 빼내어 용틀임하며“길을 비켜라. 내가 금시조 왕을 모시고 승천을 한다”고 알리는 듯 부리부리한 눈과 날카로운 이빨 솟아오른 뿔 등 한껏 위엄을 갖추고 있다. 그 위의 금시조 또한 비상하려는 듯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새의 왕을 상징하는 크고 붉은 벼슬과 부리 그리고 이상할 만큼 큰 귀는 가루라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이제는 서로 간 싸움으로 죽음의 두려움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판다라 용왕이 금시조 왕을 머리에 모시고 그의 보호 속에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부처님의 도량에서는 힘센 자와 약한 자 없이 함께 도와가며 살아가는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잘 표현한 익산 숭림사는 타 사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금시조 가루라와 판다라 용왕의 조각을 볼 수 있어 즐겁다. 이와는 상반되게 판다라 용왕과 금시조 간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은 곳이 있으니 이곳은 통영 연화도 보덕암의 신중도로 해학적인 요소를 잘 간직하고 있다. 이따금 전생의 악연이 생각나는지 혹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열이 뻗쳐올라 귀에서 불길이 솟아오른 금시조는 금방이라도 용을 잡아먹을 듯 곁에 있는 용을 한손으로 움켜쥐고 날카로운 부리로 물어 용왕을 괴롭히고 있다. 졸지에 당한 판다라 용왕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금시조 왕을 바라보며“꽥! 용왕 살려! 금시조가 나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어요!” 소리를 질러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다. 얼마나 놀랐을까? 용왕은 여의주를 떨어뜨려 발 아래로 흘러내리고,벌린 입과 수염은 크게 놀란 표정이 역역하다. 이웃한 긴나라가 “야! 가루라. 너 용왕을 물면 어떻게 하니? 부처님이 야단치시기 전에 빨리 내려놓고 사이좋게 지내.” 놀라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금시조와 판다라 용왕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감히 쳐다보기가 무섭고 두려운 신중도에 이런 해학이 숨어 있다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근엄함 속에 숨어 있는 해학! 우리 조상들이 느낀 삶의 활력소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또한 화성 용주사의 신중도는 경건하고 근엄한 신의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신들 중 여래 팔부중인 가루라의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새의 부리와 그 위의 콧구멍,눈동자,화장한 눈썹은 여성스러움이,얼굴은 늙어 주름지고 머리카락은 파마한 여성인 양 솟아오르고 귓밥에 귀걸이까지 치장한 영락없는 중년부인의 모습이다. 다소곳 합장한 두 손엔 경건함이 느껴지고 부리사이의 송곳니와 어깨 뒤 흰 날개를 펼쳐 신의 위엄을 살짝 보여주지만 왠지 두렵다 거나 근엄하기 보다는 깐깐한 법당 보살님의 모습이 투영된 듯하여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불교신문 Vol 2404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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