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8. 부처님의 악사 삼형제

浮萍草 2013. 6. 18. 07:00
    귀신인지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 없어 의심나는 신(疑神), 의심나는 사람(疑人) 또는 사람인지 신인지 의심 스럽다(人非人) 등으로 불려지지만 머리 가운데 솟아오른 외뿔로 쉽게 긴나라(kimnara) 왕임을 알게 한다. 긴나라왕은 건달바와 함께 제석천의 음악을 맡아 천상의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의 신으로 가신(歌神), 가악신 (歌樂神)이다. 긴나라의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부처님이 갖추신 60가지의 소리 중 부처님의 아름다운 음성을 말할 때 긴나라성(緊那羅聲)이라 부르고 있다. 긴나라의 노랫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대지도론> 17에 “5백 선인들이 날아가다가 긴나라 여신의 노랫 소리를 듣자 집착심이 미친 듯이 일어나 이에 도취되어 모두가 신통력을 잃고 한꺼번에 땅에 떨어진 것과 같다” 하였다.
    외모와 음색 ‘불협화음’ 그 속에서 조화를 찾다
    험악한 얼굴, 천상의 목소리…평등세상 그려내 설법 들으려는 듯 입안서 나온 용…익살 가득 사자의 탈 쓴 모습…무섭기 보단 편안함 전해
    용연사 긴나라.
    부처님 말씀 수호하는 ‘긴나라’
    나라왕은 <법화경> 서품에“법 긴나라왕,묘법 긴나라왕,대법 긴나라왕,지법 긴나라왕 등이 각각 여러 백천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하여 항상 부처님을 호위한 팔부중 중의 한명으로 법(法),묘법(妙法),대법(大法),지법(持法)등 부처님 말씀과 관련된 상징어를 긴나라 이름 앞에 붙여둠으로써 이들은 특별히 부처님의 말씀을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여 진다. 먼저“법 긴나라는 사성제법을,묘법 긴나라는 십이인연법을,대법 긴나라는 육바라 밀법을,지법 긴나라는 앞의 세 가지를 모두 연주한다” 하여 가는 대나무 피리로 음악을 연주하고 미묘한 음성으로 부처님의 초전법륜을 찬탄하는 노래를 부른다. 긴나라의 모습은 “사람과 비슷하여 얼굴이 매우 단정하고 남자는 노래를 잘하고, 여자는 단정하고 춤을 잘 춘다”고 하지만 비슬산 용연사 아미타불화의 긴나라왕은 못난이의 대표인 것 같다. 모습은 사람을 닮았지만 위로 솟은 붉은 머리카락이 귀신임을 나타내 보인다. 높이 솟은 외뿔은 구불구불 삼단을 이루고 이마는 뛰어나왔다. 콧대는 푹 꺼지고 코는 뭉뚝하며 입술은 굳게 다물어 경건한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 아미타 부처님 쪽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갓 입학한 초등학생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눈망울처럼 사뭇 진지하여 그 모습이 해학적이다. 부처님의 법을 들은 후 연주하고 노래하기 위하여 한 구절도 빠트리지 않으려는 초발심 자세가 과연 부처님 법을 수호하는 일인자로서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다. 하필 노래를 잘하는 긴나라를 이렇게 못생기게 표현한 의도는 무엇일까? 노래 하나만으로 선인 500명 도력을 못 쓰게 만드는데 만약 뿔이 없이 잘 생겼으면 이 세상에 도를 이룰 자가 없어서 일까? 한가지의 흠이라도 있는 것이 이 세상을 조화롭게 한다는 조상들의 생각은 아닐까?
    ‘옥에 티’라는 말이 있다. 완벽한 것 보다는 조금은 모자라는 여유가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 같아 오히려 보기가 좋다. 불법 옹호하는 선신 ‘마후라가’
    다음은 마후라가(mahoraga)왕에 대하여 살펴보자. 마후라가는 마호락가, 마후륵 등으로도 불리는 큰 뱀,이무기를 뜻하는 대망신(大神), 대망사(大蛇) 또는 큰 배로 기어 다닌다는 뜻 에서 대복행(大腹行)으로 한역되는 뱀신(蛇神)의 상징으로 원래 인도의 나쁜 신이었으나 부처님께 귀의한 후 불법을 외호하는 팔부 중의 하나가 되었다.
    석남사 건달바
    마후라가의 형상은 머리는 뱀의 모습이고 몸은 사람과 같으며 관(冠)위에 뱀을 나타 내기도 한다. 화엄경탐현기에“마후라가는 능히 불법을 옹호하므로 능히 의심을 제거한다”고 하여 불법을 옹호하는 선신(善神)임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금강정유가중약출염송경>에 “다시 그 외에 한량없는 겁수의 나무가 열을 지어 있고 제석천이 아름답고 묘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며 여러 아수라와 마후라가 등이 금강무를 추며 놀고 있다”하여 마후라 역시 음악신(音樂神)으로 용의 부류에 속하는 무리로 보았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영주 부석사 괘불을 볼 수 있다. 영산회상도 위의 삼불회도에 나타난 마후라가는 참으로 해학적으로 그려졌다. 비로자나불의 연화장세계와 동방 약사유리광세계,서방 극락정토세계의 설법을 팔부 중들이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열심히 듣고 있으나 어쩐지 마후라가만은 얼굴을 반대로 돌려 딴 곳을 바라본다. 아뿔싸! 입안의 용이 저도 부처님 말씀을 듣겠다고 튀어 나온다. 용은 입안에서 벌써 튀어나와 몸을 뒤틀고 마후라가에게 원망 하듯 화난 얼굴로 마후라가를 쳐다본다. 갑자기 당한 마후라가는 놀란 눈빛으로 얼굴을 돌려 용을 바라본다. “야! 입안으로 다시 못 들어가? 여기가 어디라고 네가 끼일 자리가 아니야.” 근엄한 설법의 자리를 망칠까봐 전전긍긍하는 마후라가와 막무가내로 때를 쓰는 용의 모습. 참으로 재미난 그림이다. 근엄하여 숨 막힐 듯 경직된 설법의 자리를 입에서 튀어 나온 용을 통해 일순간 반전 되게 풀어 놓는 해학! 모든 눈길이 이곳으로 다 모인다. 격을 깨는 324년 해학의 세월. 입안에서 청룡이 튀어 나오도록 그림을 그린 발상은 참으로 대단하다.
    일반적으로 마후라가는 목에 뱀을 감고 있거나 머리 관위에 뱀을 그려 뱀의 왕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나 이렇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용을 그려 뱀의 왕임을 알리는 경우는 영주부석사 괘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특이한 불화이다. 마후라가의 놀라서 치켜세운 흰 눈썹, 튀어나온 용과 눈싸움이라도 할 듯 눈동자 단정하게 빗은 머리와 그 위에 올린 붉은 관,고개는 돌렸으나 합장한 손은 부처님을 향하고 귀 뒤에 세운 붉은 머리카락만이 성스러운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제석천 음악 연주하는 ‘건달바’
    다음은 팔부중 중 건달바(gandharva)왕을 찾아보자. 건달바? 건달?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일정한 직업은 없지만 항상 말끔하게 차려입고 이리 저리 다니며 놀고먹으면서 동네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우리들은 건달이라고 부른다. 불교의 팔부중 건달바가 세상 걱정없이 노래 부르며 노는 것에서 유래된 말로 건달은 술과 고기와 여자의 향기를 가까이 하지만 건달바는 술과 고기는 먹지 않고 향기만 마시고 살기 때문에 심향(尋香), 식향(食香)으로 한역한다. 이러한 건달바는 건달박,건화답,언달바 등으로도 불려 지는데 건달바는 제석천의 음악을 맡아 연주하는 신으로 늘 부처님께서 설법 하는 곳에 나타나 음악을 연주하고 찬탄하며 불법을 수호한다.
    부석사 마후라가
    <법화경> 서품에 “네 명의 건달바왕이 있으니 악건달바왕, 악음건달바왕, 미건달바왕, 미음건달바왕이 각각 10만 명의 권속을 거느리고 있다.”고 하여 음악에 대하여는 최고의 신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형상은 보통 무장한 모습으로 사자관(獅子冠)을 쓰고 손에는 삼지창을 들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의 건달바왕은 용주사 효행박물관에 있는 안성 석남사 아미타 후불화의 팔부중에 잘 나타나 있다. 잘 생긴 사람 모습의 얼굴에 이빨이 드러난 사자의 얼굴을 쓰고 있지만 무섭다거나 두렵기 보다는 금방이라도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 듯 오히려 편안함을 전해준다. 향기만 먹고 살아서 그런가? 맑은 눈동자는 부처님을 향하여 있고 눈썹은 상서롭고 수염은 근엄하다. 합장한 두 손엔 부처님을 외호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서려 있다.
    그러나 건달바왕이 쓴 사자만은 주변을 경계하는 시선을 주어 부처님을 지키는 임무에 충실함을 나타내어 건달바와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불교신문 Vol 2406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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