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5 세세생생 원숭이의 부처님 사랑

浮萍草 2013. 5. 28. 07:00
    어릴 적 섣달그믐 무렵 설이 가까워지면 집안이 온통 바쁘다. 떨어진 창호지도 다시 바르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부엌의 그을음도 말끔히 없애는 대청소가 시작된다. 깨끗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설을 맞이하려는 가족들의 노력에 금방 집안이 환해진다. 설빔으로 산 새 옷, 운동화가 마냥 좋아서 방안에서 신고 뛰었던 생각이 난다. 설은 우리의 최대 명절로 또 한 번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기도 한다. 헤어진 가족을 만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새로운 한해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그로부터 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재미로 점쳐보는 토정비결이라는 옛 어른들의 희망과 삼가야할 내용이 또한 재미있다.
    원숭이들의 무한한 예경, 놀라움의 극치
    강화 전등사 지붕 떠받친 형상…고귀함 엿보여 ‘돈 떼먹은 술집작부’ 속설 믿는 이들 안타까워 보배 바치는 모습, 육도중생의 욕심 꾸짖는 듯
    고구려 벽화의 예경 모습.
    가정에서는 조상님께 새해가 도래됨을 알리고 새로운 몸가짐과 한해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례가 행해지지만 사찰에서는 세알(歲謁),통알(通謁) 이라 하여 아침예불을 마친 뒤 특별히 삼보 및 제불보살과 성중들에게 다례가 행하여 왔다. “대중들이 엎드려 고하오니 사바세계 교주이신 석가모니 세존 전에 새해를 맞이하여 알현하옵고 삼배를 드립니다.” 하며 새해 인사를 드렸다. 또한 조상들,살아계신 부모님의 만수무강과 자손들의 번성, 함께한 도반 들을 위해 세알 삼배로 새해 인사를 드렸다. 이처럼 새해에는 삼보 전에 끝없이 귀의하는 마음과 존경심을 표하는 일로 부터 한해를 열어갔다. 우리 선조들이 부처님께 끝없는 예경과 존경심을 아주 잘 나타낸 불화가 중국 집안 지역 장천1호분에 있는 고구려 고분 벽화의 예불도이다.
    이 불화는 5세기 것으로 우리 조상님들이 부처님께 어떻게 예경하였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벽화이다. 널방 앞방 천정고임 벽에 있는 그림은 오체투지를 하듯 한발 한발 부처님께 다가가는 무덤주인의 부부로,끝없는 예경심을 자아내게 하는 중요한 그림이다. 먼저 부처님은 사자가 지키는 대좌에 앉으셔서 예경자를 바라본다.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무덤주인 부부는 머리는 땅에 박은 듯 한없이 낮게 하여 하심과 존경심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부처님 뒤편에는 남녀 두 사람이 일산을 펼쳐들고 있어 부처님이 고귀한 신분임을 상징하고 있다.
    강화 전등사 대웅전 처마 밑에 조각돼 있는
    원숭이
    부처님께 귀의하고 존경하는 마음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유명한 강화 전등사 대웅전 네 귀퉁이 귀공포에 새겨진 원숭이 상은 전생에 원숭이 왕으로 종족을 살린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한 끝없는 존경심을 나타낸 것으로 부처님 이 계시는 지붕을 두 손으로 받들고 있는 4마리 원숭이는 부처님에 대한 세세생생 끝없는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어 가슴이 뭉클하다. 과연 이런 발상과 어디에서 나왔을까?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해학의 양상이 달라진다.”고 한다. 경전에 근거한 마음으로 보느냐? 떠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느냐? 에 따라 전등사 지붕밑 귀공포의 4마리 원숭이는 고귀한 생각을 가진 원숭이가 될 수 있고 아니면 도편수의 돈을 떼어먹고 줄행랑을 친 술집 작부로 볼 수 있다. 부처님의 말씀 중 <본생경(本生經)>은 산스크리트어 자타카(Jataka)의 한역으로 불교에서는‘이승에 태어나기까지의 전생(前生) 이야기’라는 독특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에서 보살로 수많은 생을 거듭하는 사이에 천인,국왕, 대신,장자,서민,혹은 코끼리,원숭이,공작,토끼,물고기 등 여러 가지의 동물의 생을 받아 여러 가지 선행과 공덕을 쌓은 전생이야기를 가리킨다. 한글대장경 <육도집경>의 전생이야기를 바탕으로 전등사 지붕 밑 귀공포에 4마리 원숭이가 등장하게 되었다. 부처님은 전생에 원숭이의 왕으로 지도력을 발휘해 500의 원숭이 무리를 안전하게 지키고 자신은 잡히자“벌레 같은 몸뚱이의 썩어질 살이오나 가히 왕에게 바치면 하루아침의 반찬이 될까한다.”하여 왕을 감동시킨 부처님의 전생 일화를 잘 알고 있는 전등사의 도편수의 눈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전생의 부처님의 행적과 원숭이와의 관계를 훤히 꿰고 있는 그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의 사찰 중창을 담당한 도편수 또한 스님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전생의 이야기를 알고 추녀 밑을 보면 오히려 원숭이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미물도 저러할 진데 인간인 우리들은 부처님에 대한 끝없는 존경심을 어떻게 표현하여 다른 중생을 감동시킬까? 이렇게 거룩한 존경심의 표현을 기껏해야 “술집 작부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벌을 받고 있다”는 이름을 붙여 성적 말초 신경을 자극 하는 통속적인 인간의 생각에 원숭이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부끄럽기 그지없다.
    환성사 원숭이.
    귀공포 첨차 위 연꽃무늬의 소로위에 다소곳이 앉아 두 팔로 처마를 받들어 지붕을 들고 있는 모습은 가히 일품이고 해학적이다. 일반적으로는 그 부분에는 용머리를 장식하여 마감을 하는데 반하여 전등사 대웅전 에서는 지붕을 받히고 있는 4마리의 원숭이를 볼 수 있다. 경전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편수의 돈을 때어 먹은 술집 작부’ 라 하여 수군 거리지만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면 대웅전 안에 계신 전생에 원숭이의 왕이셨던 석가 모니 부처님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없는 공경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원숭이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존경심의 표현은 사찰의 수미단에도 잘 나타나 있다. 경산 환성사 수미단에 원숭이 조각이 두 군데 있는데 한 곳에는 원숭이가 부처님께 바치려고 여의주를 담은 그릇을 머리에 이고 있다. 여의주는 자기가 이루려는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보배로서 육도중생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보물이지만 원숭이는 이것을 부처님께 바치는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다. 아마 인간이라면 부처님이 가지고 계신 여의주라도 자기 자신에게 줄 것을 바라는 기도를 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나 인간의 욕심에 대한 역설적인 질책인가. 또 수미단 다른 면에서는 원숭이가 온갖 보배를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하여 머리에 이고 부처님을 향한다. 그릇 주변이 광채로 빛난다. 이러한 공양 원숭이의 표현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세계를 질책하려는 듯 교훈적 해학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도 인간은 원숭이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설날 아침 불자 가족들은 인근 사찰을 찾아 고구려 고분 벽화의 주인처럼 부처님께 끝없는 예경과 원숭이처럼 무한한 존경심을 나타내어 보자.
    불교신문 Vol 2399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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