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4. 나반존자님의 희고 긴 눈썹

浮萍草 2013. 5. 21. 07:00
    사찰의 외떨어진 곳에 작은 규모로 자리하고 있는 곳이 세분의 성인을 모신 집이라는 뜻의 삼성각(三聖閣)이라 이름 지어진 전각이 있다. 이 전각에는 중국 도교의 영향으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며 수명을 늘려주는 북두칠성인 칠성님을 부처님화 하여 모신 치성광 여래를 중앙에 모시고 그 좌측에 인도의 마리산(천태산)에서 선정에 드신 독성인 나반존자를, 그 우측에 우리고유의 신앙의 대상인 산신인 호랑이가 자리하여 삼성각은 다국적 전각 즉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외치고 있는 국제화, 글로벌 전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치렁치렁 흰 눈썹엔 어떤 소망 담으셨나요?
    16나한 중 가장 독특…그림서도 익살스런 표현 이리저리 꼬고 잡는 모습, 정겨운 미소 자아내 영험한 능력 갖춰 오랜 세월 중생사랑 한 몸에
    경북 안동 광흥사 응진전의 나반존자
    들 세분의 성인 중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도를 닦아 깨달음을 증득하여 연각의 지위에 있는 분을 독성(獨聖)이라하며 나반존자나 빈두로존자 또는 빈두로파라타 존자로 불리는 부처님의 제자 16나한 중의 한분으로 사찰의 삼성각 이나 독성각 또는 나한전,영산전에 모셔지기도 한다. 나반존자는 어려서 출가 아라한과를 얻어 여러 곳을 다니며 전도하였으나 부처님이 왕사성에 계실 때 수제장자가 전단향 나무로 발우를 만들어 주머니에 넣어 나무 끝에 매달아 놓고 사문이든 바라문이든 누구든지 사다리나 막대기를 쓰지 않고 신통력으로 가져가라는 소식을 듣고 나반존자는 신통력으로 큰 바위에 앉은 채로 날아가 발우를 벗겨 가져갔다. 이일로 외도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이에 부처님께서는 부질없이 신통력을 나타 내지 말라 꾸중하시며 이곳 남염부제에 있지 말고 서구야니주에 머물며 교화토록 명 하여 그곳에서 교화하다가 다시 돌아와 부처님의 명에 따라 열반에 드는 것은 허락 되지 않아 아직도 남인도 마리산에 머물며 중생을 이익 되게 한다고 전해진다. 나반존자는 흰 머리에 아주 긴 눈썹을 지니고 있어 부처님의 다른 제자와 확연히 다른 얼굴의 모습을 불화나 조각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잡아함경>에 “이때에 아륙왕이 빈두로존자를 친견하니 머리카락이 희고 벽지불과 같았다. 빈두로존자가 손으로 길고 흰 눈썹을 걷어 올려 왕을 보고 말했다” 라고 하여 희고 긴 눈썹이 나반존자를 표현하는 상징이 되었다. 이러한 나반존자의 희고 긴 눈썹을 해학적으로 잘 표현한 불화가 문경 김용사 나한전에 그려져 있다. 2600년을 살아온 나반존자의 눈썹은 얼마나 길까?
    희고 긴 눈썹의 김룡사 나반존자. 짧은 턱수염과 대조
    를 이루고 있다
    아직도 인도 마리산에서 살고 계신 그 모습은 어떠할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 김용사 나한전의 나반존자를 살펴보자. 100여 년 전에 그림을 그린 스님은 벌써 인도의 나반존자를 몇 차례 친견 하고 그 모습을 그린 듯 재미있다. 존자의 희고 긴 눈썹이 포인트인지라 길고도 길게 그렸다. 누구의 친견을 받으려는 듯 응시한 눈은 전면을 향하고 솟아 오른 머리는 신선다운 용모이며 눈썹의 길이에 비해 짧게 난 턱수염은 눈썹과 대조를 이룬다. 워낙 긴 눈썹은 주체할 수 없어 오른쪽 눈썹이 빠져서 땅에 떨어질세라 젊은 아라한이 왼손 엄지에 한번 돌려 감고 검지와 중지로 다시 한 번 고정 하였으며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오른손 중지와 엄지에 다시 돌려 밑 으로 늘어 뜨렸다. 존자의 왼쪽 눈썹은 어떻게 처리하나?
    눈썹을 받쳐줄 키 큰 아라한은 딴전을 피워 고개를 돌려 멀리 바라보고만 있자 할 수 없이 나무 위 원숭이를 불러 입으로 잡게 하여 땅에 떨어지는 것을 막고 나무 밑의 동자가 다시 한 번 입으로 물고 한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해학을 펼친다. 그러나 팽팽하게 눈썹을 잡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도 눈썹이 빠지지 않도록 여유를 주어 불편하지 않게 하였다. 그러나 이리저리 치렁대는 눈썹의 해학적인 모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굳게 다문 입술에서 나반존자의 신통력을 볼 수 있는 듯 신비 롭다. 길고 흰 눈썹의 과장된 표현 속에서 존자의 나이를 짐작케 하고 이리저리 굽은 나무와 대나무,동자가 들고 있는 천도복숭아와 석류 에서 신비로운 신선의 세계를 엿보는 듯 해학이 숨어 있다. 같은 그림 속의 다른 장면의 나반존자는 떨어지는 폭포아래서 시원하게 목욕을 하신다. 그러나 어쩌랴 그 주변에는 젊은 아라한도,동자도,원숭이도 없어 희고 긴 눈썹을 입에 몇 겹으로 물고 혼자서 등목을 하시는 모습이 해학적이다. “쓱싹쓱싹” 수건을 당기는 양손에는 2600년을 지난 존자의 젊음이 살아있다.
    목욕을 하는 나반존자상(김룡사 소장).
    잘 발달된 팔 다리의 근육은 육체미를 자랑하려는 듯 힘찬 모습이 이채롭다. 이를 지켜보는 아라한도 넘실대는 물결사이로 용을 타고 앉아 무언의 눈빛 으로 대화를 나눈다. “얼마나 시원하십니까?” “자네도 한번 등을 밀어 보시게나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입을 다물고 서로 응시하며 대화의 나래를 편다는 생각만 하여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오고갈 것 같다. 그 사이에 나반존자를 바라보는 참배객 또한 함께 시공을 초월한 대화의 공간 으로 초대되는 느낌이 든다. “저도 탐진치 삼독의 옷을 벗어버리고 목욕을 하러 들어갈까요?” 안동 광흥사 응진전의 나반존자의 눈썹 또한 그 조각이 일품이다. 치켜 올라간 눈,꾹 다문 입술,접어서 늘어뜨린 양 눈썹은 무릎까지 내려와 존자의 기품을 더한다.
    해태인지,무엇인지 알 수 없는 동물의 긴 외뿔을 잡은 근엄한 표정의 나반존자이다. 이 동물은 희고 고른 이빨을 드러내고 장난기 섞인 눈동자,매롱하듯 혀를 길게 내밀어 상대방을 놀리는 표정이 존자의 근엄한 표정 과는 상반되어 재미있고 해학적이다. 존자의 빽이라도 가진 듯이 존자의 무릎위에서 노는 모습이 정겹고 여유롭다. 안성 칠장사의 나한전의 나반존자는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가 칠장사 나반존자를 참배하고 꿈속에 과거의 시제를 전해 받아 장원 급제하였다는 몽중등과시(夢中登科時)가 전해오고 있어 영험있는 나한도량으로 이름나 있다. 이러하듯 나반존자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일을 꿰뚫어 알고 남을 이롭게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말법시대의 중생에게 복을 주고 소원을 성취시켜 준다는 생각에 억불정책의 조선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의 귀의처가 되었다. “언제나 선정에 들어서 응공함이 한량없어 정성껏 기도하여 소원을 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 그 소망을 성취시켜 주며 능히 천 가지 재난을 소멸하고 만 가지 덕을 성취케 하여 준다” 하여 조상들의 극진한 공양을 받아왔다. 인도의 나반존자이지만 나반존자를 섬기는 나반신앙은 남방불교뿐만 아니라 중국,티베트,일본 등에서도 전혀 보이지 않는 한국 불교 특유의 신앙형태로 사찰내의 별도 전각에 모셔져 신앙되어 왔다. 자신의 노력으로 깨달음에 이른 분을 닮기 위하여 그러한지,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려는 사람들의 정성으로 조그마한 전각이 사시 사철 붐빈다.
    불교신문 Vol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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