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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양기 충만한 삼짇날

浮萍草 2013. 4. 11. 07:00
    경덕왕 ‘안민가’ 청하던 날
    고려시대 문과정원, 3.1 민족대표… 모두 ‘33’ ‘길상’ 의미 커 대덕 천거하고 윤장대 돌리기도 양에서는 양수(陽數)가 상대적으로 길수이고 양수가 거듭되면 더욱 길하다고 여겼다. 설날(1.1).삼짇날(3.3).단오(5.5).칠석(7.7).중양절(9.9)처럼 중첩된 양수의 날을 모두 중요한 명절로 삼고 있는 데서도 이러한 수 관념이 잘 드러난다. 특히 3월 삼짇날은 최고의 길수로 여기는 3이 중첩된 날이다. 3은 최초의 양수인 1과 최초의 음수인 2가 결합한 변화수로‘완성된 하나’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따라서 3이 중복된 33이란 숫자는 강력한 전체성의 상징으로 즐겨 사용되고 있다. 불교에서 수미산 꼭대기의 천상계를 도리천이라 하여 33천(天)으로 본 것은 지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관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특정집단의 구성원을 33인으로 삼은 사례 또한 많다. 고려시대에 문과 정원을 33인으로 삼았는가하면 한말 보부상 발기인과 3.1운동의 민족대표 수도 모두 33인이었다. 33이라는 상징적 숫자로써 전 구성원의 참여, 전 민족의 대표임을 드러낸 것이다. 3월3일이라는 날짜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양수 3이 겹쳐 양기가 충만한 길일’의 의미가 무엇보다 컸다. 고구려의 유리왕은 3월3일에 돼지와 사슴 등을 사냥하여 하늘과 산천에 제사 지냈고,신라시대에는 매년 다례를 올리는 날이자 대덕 스님의 천거날짜로 삼았던 것이다. 특히 3월3일은 중삼일(重三日),9월9일은 중양일(重陽日)이라 하여 봄.가을의 양기 충만한 날로 짝을 이루어 곧잘 거론되곤 한다. 이를테면 민간에서는“중양일에 강남으로 간 제비가 중삼일에 돌아온다”거나,“약수는 3월3일에서 9월9일까지 효험이 가장 크다”는 속설들이 전한다. 신라의 경덕왕은 충담(忠談)스님에게 백성들의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안민가(安民歌)를 짓도록 부탁했는데 그 날이 바로 삼짇날이었다. 경덕왕은 3월3일과 9월9일이면 향가로 이름 높은 충담스님이 남산 삼화령의 미륵세존께 차공양을 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우연인 것처럼 스님을 만난 것이다. 불교에서도 삼짇날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상서로운 날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사당에 모신 조상에게 봄.가을로 시제를 지낼 때면 주로 3월3일에 춘향제(春享祭)를 지내고 있으며,이날 산신제를 지내는 지역도 많다. 이를테면 남양주시의 천마산에서는 삼짇날의 정오에 산신제를 지내고 있어 주목된다. 양수가 겹친 3월3일, 양기가 가장 강한 시간인 정오에 제사를 지냄으로써 더욱 중첩되고 강력한 양의 기운으로 삿된 음기를 몰아 내고자 하는 바람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삼짇날은 중삼(重三)이 지닌 길상의 의미가 커서 불교에서도 중요한 절일로 여겨왔다. 민간에서 이날 천지신명과 조상에게 제사 지내듯 춘계 합동제사를 올리기도 하며,산 생명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생풍습 또한 활발하다. 예천 용문사에서는 3월3일과 9월9일에 국내 유일의 회전식 불경보관대인 윤장대를 돌리며 각자의 소망을 빈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오묘하여 좁히면 바늘귀보다 작지만 넓히면 우주를 싸고도 남음이 있어,신에게 기원하면서 스스로 신의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삼짇날, 봄의 햇살이 미치지 못하는 어둡고 소외된 곳에 스스로 양(陽)의 기운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존재가 되길 기원해봄직하다.
    불교신문 Vol 2903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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