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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월의 부처님

浮萍草 2013. 3. 21. 07:00
    ㆍ출가.열반일 있어 각별한 달
    음력8~15일 경주 흥륜사 전탑 돌며
    복을 비는 ‘복회’ 풍습…성스런 시간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력2월은 중춘(仲春)이라 봄기운이 무르익는 시절이다. 이 시기는 춘분을 중심으로 앞뒤에 경칩과 청명이 들어 가장 2월다운 절기는 춘분(春分)인 셈이다. 밤이 제일 긴 동지를 기점으로 해가 조금씩 길어져 양(陽)의 기운이 싹트고,낮과 밤이 같은 춘분을 기점 으로 낮이 밤보다 조금씩 길어져 본격적인 양의 기운이 왕성한 시기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천하 사람들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했듯이,얼었던 땅이 풀리는 2월은 농사일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 <농가월령가> 2월령에도“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 흐르고 산비둘기 소리 나니 버들 빛이 새롭다”고 봄을 노래하며 농사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농부의 신바람이 절로 느껴진다. 그런가하면 체로키족 인디언들이 양력3월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이라 했듯이 만물이 깨어나는 이 시절의 기운에 사람들은 공연히 마음을 설렌다. 불교에서도 2월은 부처님 출가일(8일)과 열반일(15일)이 있어 더욱 각별하다. <삼국유사>에는 신라풍속에 해마다 2월이 되면 경주의 남녀가 다투어 흥륜사(興輪寺)의 전탑(殿塔) 을 돌며 복을 비는 복회(福會) 풍습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그런데 이 복회를 행하는 시기를 8일부터 15일까지라 했으니 신라인들은 8일간의 성스러운 시간을 어느 시대보다 뜻있게 보냈던 것 이다. 6세기에 편찬된 중국문헌 <형초세시기>에 2월 8일을 석가탄신일이라 적었듯이 한때 이날을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난 날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따라서 당시 중국에서는 2월 8일이면 이른 새벽에 향화(香花)를 들고 성을 도는 행성(行城)의 행사가 성행하였다. 이후 반세기가 지난 다음 <형초세시기>를 주석한 두첨공이 2월 8일은 출가일이라는 설명을 덧붙인 바 있다. 복회를 행하던 신라인들이 그 날을 탄신일로 여겼는지 출가일로 여겼는지 알 수 없지만 성스러운 기간임에는 변함이 없다. 흥미로운 점은 성을 도는 의식이 중국에서 이른 시기부터 불교행사로 행해졌다는 점이다. 우리의 성 밟기 풍습도 ‘윤달에 성을 세 바퀴 돌면 저승길이 트여 극락왕생한다’는 믿음이 기반을 이루고 있다. 고창 모양성(牟陽城)의 진입로는 아예 극락문이라 설정되어 있고,여섯 곳의 치성(雉城)에 이를 때마다 저승길의 노자로써 오곡을 올리며 삼배를 올리기도 한다. 대상이 탑이든 절이든 성이든,도는 행위는 놀이이면서 종교적 기원의 의미를 담고 있어 부처님을 향한 신앙심과 밀접하게 결합된 셈이다. 그런데 불교에서 춘분을 전후한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본다는 담론이 있으나 이는 일본의 풍습 이다. 조상의 영혼을 산신으로 모셔 춘분에 맞이하고 추분에 배웅하는 일본 전통의식이 불교와 결합한 것으로,추분은 ‘가을의 피안’이라 하여 조상공양 법회를 열거나 성묘를 가기도 한다. 따라서 봄이 무르익는 춘분에 부여된 불교적 의미가 시기적으로 적절할 수 있어도 일본에 뿌리를 둔 것임을 알 필요는 있다. 인도 날씨와 책력은 우리와 달라 부처님 당시를 유추하기 힘들지만,우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가장 찬란한 계절에 열반하신 셈이다. 춘분에 초점을 둔 7일간이 아니라 부처님의 출가에서 열반에 이르는 8일간 복회를 베풀었던 신라인들의 불심 또한 찬란하다.
    불교신문 Vol 2895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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