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세시풍속 담론

<7> 출가재일

浮萍草 2013. 3. 25. 18:11
    내 삶의 주체가 되다
    부모의 뜻에 따른 종속적 삶 벗어나 진정한 어른으로 태어나는 소중한 날 가모니 부처님은 인간으로 태어나 깨달음을 이룬 분이기에 생로병사가 뚜렷하다. 탄생-출가-성도-열반의 날을 불교 4대 명절로 삼고 있듯이 삶의 궤적이 남아있다는 것은 불자들에게 큰 축복이다. 이들 재일(齋日)은 서로 짝을 이루는데 탄생이 있었기에 열반을 하였듯이 출가의 발심이 있었기에 깨달음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음력 2월8일,출가재일은 다른 재일에 비해 소홀히 넘어가는 경향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불자들에게 가장 큰 가르침을 주는 날은 출가일이다. 태어남과 죽음은 자연의 일이요,깨달음의 자리는 위대하지만 멀고 아득하다. 이에 비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뇌하고 일대 발심하는 석가모니의 모습이야말로 중생의 근기에 놓인 우리를 성찰적 삶으로 이끄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뜻으로 본다면 불교에서 성년(成年)의 의미를 새기는 날은 바로 출가재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본디 민간에서 어른이 되는 관례(冠禮)란 사회적으로 혼인이 가능하고, 생물학적으로 잉태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을 인정받는 의례이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어른이 된다는 것’의 핵심은 혼인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을 인정받는 것이었다. 따라서 민간에서는 관례와 혼례를 묶어서 생각했다. 예컨대 관례의 주요의식 중 하나가 남녀 모두 길게 땋은 머리를 상투 틀거나 쪽을 찌는 것으로 어른임을 나타내는 것인데 서민들은 혼례 전날 머리를 올림으로써 관례와 혼례를 함께 치렀던 것이다. 석가모니는 태자로 태어나 유복한 유년기를 보내고 청년이 되자 나라와 부모의 바람에 따라 혼인하였다. 그러나 번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삶의 실존적 고뇌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깨달음을 찾겠다는 원을 세우기에 이른다. 석가모니의 삶에서 어른으로 진입하는 시점을 찾는다면 바로 이 순간일 것이다. 당시 풍습에 따라 이른 시기에 혼인을 하고나서야 이러한 본격적 고뇌의 시기를 겪음으로써 이전의 삶이 부모의 뜻에 따른 종속 적인 것이었다면,이때부터의 삶은 스스로의 주체적인 것에 해당하여 진정한 어른이 되었음을 뜻한다. 이는 어른이 되어야 결혼을 하고 결혼함으로써 어른이 된다고 보는 일반적 ‘어른 되기’의 담론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시점이야말로 진정한 실존적 어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찰과 고뇌의 단계를 거쳤기에 마침내 부처를 이루어 범인(凡人)에서 성인(聖人)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초기 간다라미술에서 형상화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가 사상.오상도.팔상도로 자리잡아갔으나, 우리의 팔상(四相)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인도의 팔상은 탄생을 제1도로 삼고 깨달음을 얻은 단계를 제2도로 설정함으로써 위대한 존재가 된 이후의 사건들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이에 비해 중국과 한국에서는 깨달음을 이룬 단계를 제6도로 설정하고 이전 삶에 다섯 단계를 할애하여 인간적 과정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도들의 입장에서 보자면,다른 요인은 제쳐두고 ‘한국의 팔상에서 한국적 가르침으로 받아들임’이 정답일 것이다. 내 안의 불성을 자각하기 위해서는 태어나 바로 깨닫는 부처님이 아니라 인간적 고뇌를 거친 부처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뜻에서 성도절은 내 삶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소중한 발심의 날로 삼을 만하다.
    불교신문 Vol 2899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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