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ㆍ해학적 표현 8점 ‘눈길’
| ▲ 안성 칠장사 원통전 내부 북측면에 그려져 있는 내벽화 8점. |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고찰 안성 칠장사.
벽초 홍명희 선생의 대하소설 <임꺽정>에서 일곱 도적과 병해대사 이야기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 충북대 산학협력단이 칠장사 소장 ‘꺽정불’에 대한 연대측정 결과 실제 임꺽정(?~1562)이 불상을 봉안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
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천녀봉과도ㆍ천녀타주장고도ㆍ천녀타경도 등
모두 먹 바탕에 적색ㆍ녹색ㆍ흰색 안료 사용해
이외에도 이곳은 대웅전과 원통전 등 전각 안팎을 화려하게 수놓은 벽화들이 눈여겨 볼만하다.
현재는 “박락과 탈색으로 장인들의 예술혼이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수세기 동안 법당을 지키고 있는 벽화들의
가치는 문화재 이상이다.
이 가운데 원통전 내부 북측면에 그려져 있는 천녀봉과도 천녀타주장고도, 천녀타경도 등 민화적인 요소를 가미한 8점의 벽화가
눈에 띈다.
벽화 모두 먹 바탕에 적색, 녹색, 흰색의 안료를 사용해 해학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 벽화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천녀봉과도는 먹 바탕에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기울인 채 두 손으로 과일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는 천녀를 그렸다.
장고를 치면서 왼쪽방향으로 걸어가는 천녀의 모습을 그린 천녀타장고도는 휘날리는 천의자락과 들어올린 발에서 율동감이 느껴
진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작은 경(磬)을 치고 있는 천녀를 그린 천녀타경도는 그을음 등으로 인해 뚜렷한 윤곽을 확인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과일이 담긴 쟁반을 두 손으로 받쳐 머리 위로 올린 채 걸어가고 있는 선인(仙人)을 그린 선인봉과도는 쟁반에 과일과
함께 빨간 고추를 그려 넣은 점이 이색적이다.
한삼자락을 잡고 춤을 추고 있는 천녀를 표현한 천녀무용도는 같은 형식으로 2점이 그려져 있는데 한 작품은 정적(靜的)인데 반해
다른 하나는 왼발을 들고 춤을 추고 있어 역동적이다.
쌍상투 머리의 동자가 등에 커다란 바구니를 지고 걸어가는 장면을 묘사한 천동앙람도는 뒤에서 누군가가 불러 뒤돌아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또 하얀 저고리에 주홍색 치마를 입은 천녀를 그린 천녀봉주도는 원통전에 그려진 다른 천녀와는 다르게 일반 여염집 아낙네와
같은 모습으로 표현됐다.
20세기 초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들은 촛불 그을음 등으로 인해 오염이 심하고 부분적인 채색이 박락됐다.
불탁 좌측의 빗반자에도 같은 형식으로 8점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나 최근 개채되어 원형을 잃어버린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 자료참조=〈한국의 사찰벽화〉(문화재청ㆍ성보문화재연구원)
☞ 불교신문 Vol 2518 ☜ ■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草浮 印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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