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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다도의 화(和)·중(中)사상

浮萍草 2013. 9. 17. 07:00
    1970년대 말 일본 NHK 방송사의 한 기자가 당시 조계종 종정인 서옹스님을 찾아 대흥사를 방문했다. 
    그 기자는 서옹스님에게,“한국에 다도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서옹스님은 원효스님에서 초의스님에 이어지는 한국다도의 역사와 사상에도 불구하고,“없소”라고 짧게 답했다. 
    쌍계사 조실 고산스님이 저술한 ‘다도의범’에서 스님은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고산스님은“서옹스님은 일본기자의 의도를 꿰뚫어본 뒤,다도가 일본 것이라고 망상에 가득 찬 그들을 일깨워주었다”며“오직 차를 
    돌려 마시면서 허구에 찬 인사치레를 하는 것이 일본의 다도이며,한국에는 일본에서 생각하는 바와 같은 다도가 없음을 (서옹스님
    은)갈파하셨던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다도가 다례에 그치지 않고 심오한 도(道)의 경지로 가기 위해서는 참선수행을 하면서 차의 마음을 담은 시문학을 터득하는 
    등 차정신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법 차원 넘어 수행하며 
    본성 찾는 차원 승화돼야
    
    초의스님의 ‘동다송(東茶頌)’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실려 있다. ‘다도 가운데 현미(玄微)함은 묘하게 드러내기 어려우니 참다운 정기는 체(體)와 신(神)이 잘 어우러져야 하네 체와 신이 온전하더라도 중정을 잃을까 두려우니 중정을 잃지 않아야 건(健)과 영(靈)이 어우러진다네…’ 여기서 체(體)는 물이요, 신(神)은 차를 뜻한다. 물을 끓여 차를 우려내어 마시는 데에는 현묘한 이치가 있어,몸과 마음이 하나가 됨으로써 참다운 정기가 존재하듯이 물과 차가 조 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다도의범’에서 고산스님은“초의선사는‘수체(水體)와 다신(茶神)이 열리어 정기가 들어오니 곧 대도(大道)를 이루게 된다’고 하였으니 올바른 다법안에는 차의 물신성과 정신성이 동시에 투과되어야 한다는 다도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부처와 중생을 별개로 보지 않는 대승의 관점과 ‘평상심이 곧 도(平常心是道)’라는 선종의 관점을 아우르고 있다. 본래부터 있는 그 마음의 근원을 되찾는 도의 경지로 향하는 길과 다법이 추구하는 화(和)와 중(中)의 세계관이 무관하지 않다. 초의스님이 말하는 중정(中正)은 단순히 ‘물과 차의 절묘한 조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차생활을 하는 이가 지닌 ‘현묘한 마음의 조화’를 의미한다. 초의스님이‘차를 딸 때는 그 현묘함을 다해야 하고 만들 때는 그 정성을 다해야 하며,물을 그 참된 것을 얻어야 하며,차를 끓일 때는 중정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체와 신이 서로 어울리고 건과 영이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 이에 이르면 다도는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듯,온전한 음다(飮茶)에 있어 지극한 정성과 현묘한 이치가 따라야 마땅하다. 차의 참모습을 찾는 것이 곧 자신의 본성을 찾는 수행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 초의스님은 “차의 성품이 삿됨이 없어서 어떠한 욕심 에도 사로잡히지 않으며 때묻지 않은 본래의 원천과도 같은 것이라 하여 무착바라밀(無着波羅蜜)”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차의 진예(塵穢)없는 정기를 마시거늘, 어찌 큰 도를 이룰 날이 멀다고만 하겠는가”라고 일갈했다.
    불교신문 Vol 2483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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