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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등과 연등의 민속

浮萍草 2013. 3. 18. 07:00
    연등 밝혀 ‘2월의 신’<영등할매> 환대
    
    ‘정월 초하루에는 나무하러 가도 2월 초하루엔 나무하러 가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이 속설은 음력2월의 세시풍속에 어두운 우리에게 그 첫날의 특별함을 말해주고 있다. 
    추위가 어느 정도 물러난 2월은 한해의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는 달이기에<동국세시기>에는 2월 초하루를 ‘머슴날’이라 하여 
    일꾼들을 배불리 먹인다고 하였다.
    따라서 초하루에 나무를 하지 않는 것은 일꾼들을 쉬게 한다는 뜻도 있지만,그보다는 이날 외지에서 마을로 찾아드는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한 뜻이 더 크다. 
    농사와 어업을 관장하는 이 신의 이름은 지역마다 매우 다양하며 주로 영등신ㆍ영등할미라 부른다. 
    그런데 몹시 까다로운 신이기 때문에 심사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신이 내려오는 날 바깥출입을 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름이나 한 달간 머물다 간다고 보아 2월 내내 조심하기도 한다.
    이 할머니 신을 둘러싼 속설도 풍성하다. 우
    선 세상에 내려올 때 딸이나 며느리를 함께 데리고 온다는 점이다. 
    딸을 데리고 올 때는 바람이 불고 며느리를 데리고 오면 비가 오는데,바람이 불면 그해 농사가 흉년이 들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고 보았다. 
    따라서 둘 중 누구를 데리고 오느냐에 따라 농사를 점칠 수 있는데,이때 딸이 아닌 며느리일 때 풍년이 든다고 한 점에 주목하게 
    된다.
    
    ㆍ연등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국민의 것 
    2월은 풍농-풍어 기약해줄 신이 필요한 달
    우선 영등할미가 딸을 데리고 올 때 바람이 부는 것은 딸의 분홍치마가 바람에 보기 좋게 나부끼도록 하기 위함이고,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 비가 오는 것은 며느리의 치마가 비에 젖어 볼품없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영등할미의 심술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농민들은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비가 오고 풍년이 들기를 바라지만 실제 영등할미는 고부관계인 며느리보다 딸을 잘 데리고 다닐 것이기에 바람이 불고 흉년이 들 가능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2월의 내방신(來訪神)을 둘러싸고 옛사람들이 구성해놓은 일련의 스토리텔링을 보노라면 영등할미를 꽤나 까다롭고 심사 사나운 신으로 여겼음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영등할미의 까다로움을 바로 2월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투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음력2월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이지만 기후변화가 심하고 ‘꽃샘추위에 중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처럼 어김없이 기습적인 추위가 닥치곤 한다. 또한 농사에 필요한 만큼 비가 오지 않는 반면 바람이 심해 고기잡이 또한 지장이 많다. 본격적인 생업을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자연환경이 순조롭지 못한 2월. 따라서 풍농과 풍어를 기약해줄 신이 필요했고 철마다 찾아오는 내방신이기에 계절의 특성을 반영하여 해학적으로 풀어나갔던 셈 이다. 그런데 이 민간의 ‘영등’이 불교의 ‘연등’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적 연등신앙의 뿌리 깊은 전승맥락을 확인하게 된다. 영등신을 맞이할 때면 집집마다 장대를 세워 등을 밝히면서 영등할미를 제석할미ㆍ연등(燃燈)이라 하는가하면 2월을 영등달ㆍ제석 달이라고도 불렀던 것이다. 불을 밝혀 신적 존재를 모시는 일,그리고 어둠을 깨고 마음을 여는 일은 모두 하나로 통하는 것이기에 연등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 도 늘 국민 전체의 것이었다.
    불교신문 Vol 2893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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