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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봄의 기운을 받아 꿈틀대는 3월.
산과 들에서 나는 봄나물은 향긋한 향과 쌉싸래한 맛으로 춘곤증에 달아난 입맛을 되찾아준다.
바다에서도 키조개,주꾸미 등 물이 잔뜩 오른 제철 해산물이 풍성하다.
우리 몸에 활력을 주는 보약과 같은 봄 제철 식재료가 지금 식탁에 오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ㆍ환절기 건강 지키는 파릇파릇 봄나물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 캐 오리라.
삽주,두릅,고사리며 고비,도라지,어아리를 일분은 엮어 달고 이분은 무쳐 먹세…’.
조선 후기 문인 정학유는 농민들을 위해 지은 노래 ‘농가월령가’의 ‘삼월령’에서 3월의 제철 나물을 이렇게 노래했다.
따스한 봄이 오면 우리 신체는 동면기에서 활동기로 바뀌어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한다.
김영빈 요리연구가는“봄나물에는 비타민 A·B·C나 무기질 등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기운을 돋워준다”며“또한 봄나물
의 쓴맛,신맛이 겨우내 무뎌진 입맛을 되살려줘 제철 나물을 자주 먹으면 환절기 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봄나물에는 쑥, 냉이, 달래, 씀바귀, 취 등 종류도 다양하다. 종류만큼이나 맛과 향, 효능도 제각각이다.
쑥은 소화 흡수를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여자들에게 특히 좋다.
봄볕이 강해지는 3월 말경의 쑥은 쓴맛과 향이 강해 아욱처럼 주물러 씻어 쑥물을 뺀 후 국을 끓이는데 콩가루를 넣으면 쓴맛이 돌지
않고 구수하다.
남은 쑥은 데쳐서 냉동보관하면 좋은데, 데친 쑥을 꼭 짜 깨끗한 물에 넣어 얼리면 질겨지지 않고 해동해도 색이 선명하다.
냉이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피로와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초봄의 향긋한 냉이는 생으로 국에 넣어도 좋지만 늦봄의 억센 냉이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국이나 무침으로 사용한다.
달래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이 강해 수족 냉증이 있거나 몸이 찬 사람에게 좋다.
달래에는 알리신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날것으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며 고기와 같은
산성 식품을 먹을 때 곁들이면 맛과 영양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취는 이른 봄에 너무 질기지 않고 녹색이 선명한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질긴 줄기를 잘라내고 가닥을 나눈 뒤 여린 취는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고 질긴 취는 볶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특유의 쌉싸래한 맛으로 식욕을 돋우는 두릅은 단백질과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두릅은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된장에 무쳐 나물로 먹을 수 있고 튀김이나 부침으로도 좋다.
ㆍ소량 구입해 살짝 씻어 먹어야 좋아
유채꽃의 어린 잎인 유채는 칼슘, 인,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연한 잎과 줄기로 겉절이를 담그기도 하고 살짝 데쳐서 무쳐 먹을 수 있다.
봄동은 달고 씹는 맛이 좋아 겉절이나 쌈으로 즐겨 먹는다.
속이 노랗고 크기가 작을수록 어리고 연하며 아미노산이 풍부해 씹을수록 고소한 맛과 향이 난다.
참기름과 함께 먹으면 비타민 A의 흡수를 원활히 하고 봄동의 뻣뻣한 맛이 감소해 먹기 편하다.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향으로 식욕을 돋우는 미나리는 비타민과 단백질, 철분 등을 함유하고 있으며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 예방에
도움 된다.
이른 봄에는 여린 잎을 데치거나 날것으로 먹고 늦봄부터는 데쳐서 나물이나 국, 볶음, 전 등으로 먹는다.
돈나물로도 불리는 돌나물은 자생력이 좋아 마당이나 화단 어디든 가리지 않고 잘 자라난다.
돌나물은 칼슘과 인,비타민 C가 풍부하고 톡톡 터지는 잎의 식감이 좋아 샐러드 재료로 자주 사용한다.
늦은 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돌나물은 물김치 재료로도 잘 어울린다.
대부분의 봄나물은 3월 초부터 재래시장과 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김영빈 요리연구가는“봄나물은 줄기가 연하고 색이 짙은 것을 골라 소량씩 구입하고 가급적 바로 조리해 먹는 것이 방법”이라며
“나물을 씻을 때는 살살 헹구듯이 씻어 양념한 뒤 그대로 먹어야 영양소 파괴 없이 섭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쓴맛이 강하거나 질기고 거칠어 생으로 먹을 수 없다면 끓는 물에 소금을 살짝 넣어 데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섬유질이 부드러워지고 색이 더욱 선명해진다.
쓴맛이 강한 나물은 찬물에 여러 번 헹궈 사용하면 된다.
ㆍ물 오른 봄 제철 해산물
바다에도 물이 잔뜩 오른 제철 재료들이 적지 않다.
키조개는 긴 삼각형 모양이 곡식을 까부르던 키와 닮았다 하여 키조개라 부르는 대형 패류로 관자가
특히 맛이 좋아 요리에 자주 활용 된다.
입이 벌어지지 않고 껍질 색이 진한 것이 신선하며 조갯살은 주로 샤브샤브나 볶음, 회 등으로 먹고
관자는 전이나 튀김 등에 사용한다.
서해 갯벌 일대에서 특히 많이 자라는 바지락은 조개 특유의 비린내가 적고 맛이 담백하며 특유의
감칠맛이 있어 탕이나 전골 등의 국물요리에 넣으면 국물 맛이 달고 시원해진다.
큰 것은 껍질을 벗겨 튀김이나 조림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조개는 간과 위에 도움을 주며 담즙의 배설을 도와 간장의 해독력을 높이는 효과가 탁월하다.
껍질에 광택이 있고 색이 진한 것을 고르면 좋다.
주꾸미는 3~5월이 제철로 알이 가득 차고 육질이 쫄깃해져 맛이 고소하다.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해소와 간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며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봄철 보양식
으로 그만이다.
미더덕은 울퉁불퉁한 생김새와는 달리 향미와 씹는 느낌이 독특해 된장국이나 탕,찌개,찜 등의 요리에
감초로 사용된다.
미더덕은 요리하기 전 속에 든 물을 빼야 제 맛이 나며 껍질을 깔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미더덕보다는 크고 통통한 것이 맛과 향이 더 좋다.
도움말 : 김영빈 요리연구가
☞ Danmee.Chosun Vol ☜ ■ 글 이진주 기자 / 사진 이경호 기자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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