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왕실원당 이야기

25 화장사 (호국지장사)

浮萍草 2013. 5. 30. 07:00
    현충원 꼭대기, 천하명당일까?
    
    ㆍ선조부터 순종까지 14명의 왕 배출
    명당여부, 5년 뒤 역사가 가려줄 것
    근혜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방귀 꽤나 뀐다는 풍수가들은 저마다 박정희 대통령 묘역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묘역이 왕을 배출할 자리인가 아닌가, 그것이 핵심이었다.
    이때마다 반드시 거론되는 또 한명의 인물이 있었으니,바로 중종 후궁 창빈안씨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묘가 국립현충원에서도 창빈안씨의 묘 바로 옆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창빈안씨는 살아생전 숙용안씨였다. 
    안씨가 죽은 뒤에 창빈으로 승격된 것은 그의 손자 하성군이 선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창빈의 묘는 이미 조선시대부터 ‘명당 발복(明堂發福)’이라고 소문이 난 곳이었다. 
    관악산 공작봉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한강수에 가로막혀 더 이상 기운이 나가지 못하는 지점이 국립현충원 자리인데,그 맨 꼭대기에 
    창빈안씨 묘소가 위치해 있다.
    창빈안씨의 혈통을 이어받은 왕손들이 조선후기 왕조를 계승했으니,이 자리에서 배출된 왕은 선조부터 순종에 이르기까지 14명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이 결코 명당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풍수가들은 창빈의 묘를 ‘흉지 중의 흉지’라고 설명한다. 
    청룡과 백호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다 이곳의 기운을 막아주어야 할 내당수가 한강으로 직선으로 빠지고 있어 그 영향으로 인해 임진
    왜란과 병자호란이 발발했고, 광해군은 왕위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선조는 중종의 후궁 창빈안씨의 소생인 덕흥군의 셋째 아들이었다. 
    이처럼 적통도 아니고 서열 1순위도 아닌 방계 왕손이 보위에 오른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후사가 없던 명종은 살아생전 조카들을 눈 여겨 보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총애하던 왕손이 덕흥군의 아들 하성군이었다.
    어느 날 하루는 명종이 왕친의 자제들을 궁궐에 불러 모아놓고 왕이 쓰는 익선관을 내놓았다. 
    조카들에게 익선관을 써보라고 하자 저마다 머리에 맞는지 안 맞는지 올려보고 있는데 가장 나이가 어린 하성군은 머리에 쓰려다 
    말고 익선관을 내려놓았다. 
    명종이 왜 그러냐고 묻자,“이것이 어찌 신하된 자가 쓸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하성군의 영특함을 일찌감치 알아본 명종은 임종 직전 하성군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방계 왕자로 왕위에 오른 선조는 자신의 아버지와 할머니를 추숭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위차를 중시하는 유교식 방법으로는 추숭이 거의 불가능했다. 
    종통 상으로 볼 때 선조는 덕흥군의 뒤를 이은 것이 아니라 명종의 뒤를 이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선조가 자신의 할머니와 아버지를 추숭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불교식 추숭,즉 원당의 설치였다. 
    선조는 살아생전 숙용이었던 할머니 안씨를 창빈으로 추숭하는 한편 창빈묘 부근에 위치한 갈궁사를 화장사로 개칭하고 창빈의 
    원당으로 삼았다. 이 절이 현재 국립현충원 안에 위치한 호국지장사이다.
    선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양분된다. 조선 최대의 국란을 불러온 무능한 임금, 붕당정치를 조장해 국가를 양분시킨 장본인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스스로 방계 출신이었던 만큼 훈척세력 대신 뛰어난 유학자들을 등용함으로써 사림정치를 본격화한 학자적 군
    주라는 평가 또한 받고 있다.
    그렇다면 공작봉이 배출한 또 한 명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으로 인해 국립현충원 꼭대기가 ‘왕을 배출하는 명당’임은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그러나 이 자리가 수승한 왕을 배출하는 자리인지,백성을 도탄에 빠트릴 왕을 배출하는 자리인지는 5년 뒤의 역사가 답해줄 것이다.
    
    탁효정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불교신문 Vol 2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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