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왕실원당 이야기

22 내원당 (下)

浮萍草 2013. 5. 21. 07:00
    사랑따윈 필요없다, 권력을 달라
    
    ㆍ절색미인들 왕의 총애 다툴 때
    권력 장악과 불교 중흥에 올인
    정왕후의 남편 중종은 조선 역사상 가장 여복이 터졌던 왕이었다. 
    문정왕후가 중종의 세 번째 왕비로 책봉될 당시 궁궐 안에는 조선의 내로라하는 미인들이 기라성 같이 버티고 있었다. 
    소설 <여인천하>에서는 반정의 주역들이 중종을 여자 치마폭에 싸매놓고 정치는 자기들이 주무르기 위해 천하절색들을 왕의 지밀
    나인으로 투입시켰다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실제로 경빈 박씨, 희빈 홍씨 등 중종의 여인들은 반정공신의 딸이었고,매일 밤 중종을 사이에 두고 보이지 않는 투쟁을 벌였다. 
    “나를 조금만 더 사랑해달라”고 애원하면서.
    그런데 중종의 세 번째 왕비로 궁궐에 들어온 문정왕후는 단 한 번도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후궁들을 투기하거나 싸운 
    적이 없었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싸운 적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사랑을 독차지하려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문정왕후는 권력을 놓고 싸웠다. 
    문정왕후에게 있어서 그 여자들은 사랑의 경쟁자가 아니라 자신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데 방해되는 걸림돌에 불과했다. 
    보다 정확히 말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르는데 걸리적거리는 존재들이었다.
    중종의 총애를 받던 경빈 박씨를 제거하고,자신을 왕비로 만들어준 김안로를 제거했으며,나중에는 의붓아들 인종을 7개월 만에 
    왕위에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결국 명종의 섭정을 맡게 됨으로써 문정왕후는 조선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다. 
    문정왕후 외에도 다수의 조선 왕비들이 어린 왕을 대신해 섭정을 한 적이 있지만 문정왕후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인물은 
    전무후무했다. 
    문정왕후의 권력은 중국 최초의 여황제 ‘측천무후’에 비견될 정도였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문정왕후는 보우스님을 국사로 등용해 불교중흥책을 펼쳤다. 
    문정왕후의 불사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승과를 부활시키고 양종을 다시 세웠으며,전국의 명산대찰을 왕실의 내원당으로 삼았다. 
    그 수가 명종 5년에는 70개이다가 나중에는 300여개로 늘어났다. 
    내원당에는 유생들의 출입이 금지되었고,사원전이 지급되었으며,왕실로부터 각종 불사비용을 제공받았다. 
    이는 대다수의 명산대찰을 왕실의 보호하에 둠으로써, 조선불교계 전체를 살리고자 한 조치였다.
    또한 수많은 불상과 불화를 제작했는데 현존하는 조선시대 불화 가운데 최고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은 대부분 문정왕후가 발원한 
    그림이거나 그 시대에 제작된 작품들이다. 
    명실상부한 조선불교의 르네상스를 문정왕후가 주도한 것이다. 
    이처럼, 불교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문정왕후는 ‘보살’에 비견될 정도의 인물이지만,역사학의 입장에서 문정왕후는 결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도 받아서도 안 되는 캐릭터이다.
    문정왕후의 섭정기간 동안 모든 권력은 외척세력들에게로 집중됐고,친정 오라비와 올케인 윤원형과 정난정은 매관매직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이 시기 민생은 극도로 피폐해져 전국에 도적떼가 출몰하고 민란이 발발했다. 
    그 대표적인 도적이 임꺽정이다. 
    임꺽정이 활동한 황해도 지역은 문정왕후의 친정붙이들이 수령으로 파견된 곳으로 이 지역 백성들은 관리들의 극심한 가렴주구에 
    시달렸다. 
    중앙에서도 권신들이 토지와 경제적 이익을 독점하는 모순적인 구조가 형성됐다.
    문정왕후는 제왕의 권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권력은 주로 ‘스스로의 욕망’을 채우는데 사용됐다. 
    그리고 이 시기의 조선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문정왕후는 한 명의 여자로서 멋있는 인물임에 분명하지만,‘일개 한 여자’의 경계를 결코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탁효정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불교신문 Vol 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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