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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춘과 우수 사이

浮萍草 2013. 3. 7. 07:00
    나의 생명력 되찾는 봄
    
    ㆍ물이 때로는 얼음ㆍ수증기가 되듯 
    악한 중생이라도 본성은 변함없어
    진강 자락에서 개구리가 알을 낳았다는 소식을 페이스북 벗이 전했다. 
    경칩이 멀었건만 따뜻한 남쪽에선 부지런한 개구리가 벌써 겨울잠에서 깨어나 짝짓기를 시작한 것이다. 
    계사년 24절기는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으로 일찌감치 문을 열었고 봄기운이 돌아 초목에 싹이 튼다는 우수(雨水)를 앞두고 있다.
    〈농가월령가〉정월령에서는 “정월은 이른 봄이니 입춘 우수 절기로다. 
    산속 깊은 골짜기에 눈과 얼음 남았으나 평야마을 넓은 들엔 풍경이 바뀌었네”라고 봄의 시작을 알리면서“일년 농사는 봄에 있으니 
    모든 일을 미리 하라. 
    봄에 만일 때 놓치면 한해농사 낭패 보니 농기구 정비하고 일할 소도 살펴 먹여 보리밭에 오줌 주기 작년보다 힘써하소”라며 농사일
    을 준비하도록 노래했다.
    따라서 한 해의 시작인 설과, 입춘.우수 등 봄의 절기가 들어있는 정월이면 새로운 시작의 발길.
    손길들이 분주하다. 
    아직 동장군이 물러가지 않았지만 뭇 생명이 깨어나는 기운을 타고 우리네 삶도 움츠렸던 겨우살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며 봄을 
    맞았다. 
    집안 곳곳의 먼지를 털어내고 겨우내 넣어둔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며,재거름과 두엄을 준비하고 논밭 두렁을 태워 병해충을 없애는 
    등 본격적인 농사준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입춘에 비가 내리면 만물을 소생시킨다 하여 반겼고,입춘 때 받아둔 물을 부부가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도 생겨났다. 
    ‘입춘추위가 김장독 깬다’는 말이 있듯이 입춘한파가 기승을 부릴 때도 많지만,우수 무렵이면 얼었던 땅이 녹고 본격적인 봄기운이 
    싹트게 된다.
    절기를 기록한 선인들의 관찰력은 치밀하고 탁월하다. 
    태양의 운행을 수없이 살펴 1년을 24등분해 보름마다 계절의 특징을 뽑아놓은 것은 물론,우수의 보름간을 다시 삼등분해 자연의 
    변화를 포착했다. 
    곧 우수의 초 5일에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바위에 늘어놓고,중5일이면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후 5일엔 초목에 싹이 튼다
    고 기록했다. 
    얼었던 강이 풀리자마자 수달이 물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먹이를 마련하고,추운 곳에 사는 기러기가 봄기운을 피해 다시 
    북쪽으로 날아가는 시점까지 세밀하게 관찰한 것이다.
    ‘입춘(立春)’이 봄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이라면,‘우수(雨水)’는 눈과 얼음이 빗물로 바뀜을 뜻한다. 
    생명의 근원인 물이 만물에 생명력을 공급하여 봄을 부르는 것을‘우수’라는 말에 함축시켰으리라. 
    얼음은 뭇 생명을 얼어붙게 만들지만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요, 삶의 이치이다.
    당나라의 남양혜충(南陽慧忠) 스님에게 제자가 물었다. 
    “중생과 부처는 다릅니까,다르지 않습니까?” 
    “어리석으면 다르고 깨달으면 다르지 않지.” 
    “어째서 다르지 않습니까?”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지만 녹으면 다시 물이니, 어리석으면 얼어붙은 중생이지만 녹으면 부처인 게지.” 
    물은 액체지만 때로는 얼음과 같은 고체가 되기도 하고 기체인 수증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H2O라는 물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사람 또한 어리석고 악한 중생이라 해도 그 본성에는 변함이 없다. 
    입춘과 우수 사이에서, 얼어붙은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 한마음 돌이켜 나의 생명력을 되찾는 봄을 그려본다.
    
    불교신문 Vol 2888         구미래 | 불교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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