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세시풍속 담론

<1> 통알<通謁>, 한국불교 독특한 새해풍습

浮萍草 2013. 3. 4. 09:00
    세뱃돈 주는 스님
    구미래불교민속학자
    ㆍ어른들은 ‘부적’ 철부지엔 ‘용돈’ ‘넙죽’ 절 받아주는 정겨운 이름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는 말처럼 첫발을 잘 내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설의 어원이‘설다,낯설다’는 말에서 유래되었고 설을‘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라 여겨 신일(愼日)이라 부른 데서 설을 맞는 마음가짐을 살필 수 있다. 따라서 새롭고 낯선 해에 들어서는 날인만큼 가족ㆍ친지 중심으로 새해맞이 인사를 나누며 비교적 차분히 근신하는 것이 우리네 설 풍습이다. 설날아침에 차례가 먼저인지 세배가 먼저인지 설왕설래하는 경우가 있는데,예(禮)를 가리자면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접 뵙는 어른들께 먼저 새해인사 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길 수 있으나 차례와 세배는 하나로 연결된 상징적 의례행위로 봐야 한다. 세배가 새해를 맞아 어른부터 순서대로 내려오며 인사 나누는 것이라면 가장 웃어른인 조상에게 올리는 세배가 바로 차례이기 때문 이다. 사찰에서 나누는 신년하례식이자 세배에 해당하는 통알(通謁) 의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처님께 먼저 삼배로써 새해인사를 올린 다음에 가장 어른인 스님부터 세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승속이 한 공간에 둘러앉아 차례로 세배를 나누는 통알의식은 한국불교의 독특한 새해풍습으로 회자되곤 한다. 통알에 참석하지 못한 신도들은 설날부터 며칠간 이어지는 정초불공이 스님께 세배를 드리기 위한 발걸음이기도 하다. 법주사 사하촌(寺下村)에서 만난 주민들은 어릴 적 떼 지어 스님들께 세배 다녔던 추억을 들려주었다. 살림살이가 어려워 마을에서는 도무지 세뱃돈이라는 게 없던 시절이었다. “오로지 현찰이 나오는 데는 법주사뿐이라. 그래 아침에 제사 끝나면 법주사로 삭 튀어 올라가. 동네 얘들이 주지 스님인지 무슨 스님인지도 모르고 방마다 아무데나 가서 넙죽 절하고 오는 거야. 세뱃돈 받는 맛에.” 절 밑 마을 아이들에게 스님은 세뱃돈을 타기 위해 뛰어올라가는 정겨운 동네어른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세뱃돈 주는 스님’은 예전의 일만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이다. 스님 형편에 따라 천 원짜리를 몇 장씩 넣어서 ‘부적’이라며 주기도 하고, 만 원짜리 한 장에 천 원짜리를 한두 장씩 넣어 천만 원 ㆍ이천만 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주기도 한다. 세뱃돈과 함께 봉투에 넣어주려고 결명주사로 쓴 다라니를 정성껏 접고 있는 스님을 만난 적도 있다. 온가족이 모이는 정초이기에 부모를 모신 내외가 자식까지 데리고 와서 3대에 걸쳐 세배하는 이들도 드물지 않다. 어느 큰절의 종무실장은, “요즘은 아이들도 천 원짜리 싫어하니까 스님들이 오천 원짜리로 준비해놓는다. 할머니도 오천원, 손자도 오천원, 똑같다”고 한다. 명절 때 신도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은 어른스님들로선 기분 좋은 일이기에 일찌감치 새 돈으로 바꾸어놓은 봉투를 수북이 쌓아놓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철없는 아이들이 받은 세뱃돈은 군것질거리로 없어지지만,대부분의 신도들은 스님의 세뱃돈을 수첩에 고이 간직해 부적처럼 여기며 한해를 보내게 된다. 스님은 법보시(法布施)를 하고 신도들은 재보시(財布施)를 하는 것이 종교의 기본구도지만,일 년에 단 한번 스님께 받는 세뱃돈은 삼보의 상징이 되어 우리를 지켜줄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세뱃돈 주는 스님, 정겹고 따뜻한 이름이다.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불교신문 Vol 2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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