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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스타 꿈꾸는 요리사에게 하는 조언

浮萍草 2016. 4. 8. 12:38
    미쉐린 가이드 2017년 서울편 표지.
    /사진=미쉐린코리아 제공
    식을 취재하러 서울에 온 오스트리아 일간지 음식 기자를 한 식당에 데려갔다. 식당 측 대접이 융숭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 기자회견장에서 관계자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한국인이 외국인과 동행하면 눈여겨 보세요. 그 외국인, 미쉐린 인스펙터(inspector·평가원)일지도 몰라요." 소문만 떠돌던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서울편 발간이 확정됐다. 미쉐린코리아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미쉐린 가이드 2017년 서울편이 올해 말 발간될 계획이며 가이드에 실릴 식당들을 검증할 전문 평가원들이 서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미쉐린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116년 전 처음 내놓은 레스토랑 평가·안내서.미식가의 성서(聖書)'로 불릴 정도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다. 한국은 전 세계 27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홍콩&마카오·싱가포르(2016년 하반기 발간 예정)에 이어 4번째 미쉐린 가이드 발간 국가가 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프랑스어 표기법에 따라'미슐랭'가이드라고 불렀지만,미쉐린코리아 측은 프랑스어 가 아닌 그렇다고 정확하게 영어식 발음도 아닌 미쉐린으로 표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의 음식을 별점(★)으로 평가한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는'맛보러 일부러 찾아갈 만한 식당'을,2개는'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1개는 '음식이 훌륭한 식당'을 뜻한다. 별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은 '빕 그루망(Bib Gourmand)'이라고 해서 미쉐린 타이어의 마스코트인 비벤덤(Bibendum) 픽토그램이 붙는다. 미쉐린으로부터 별을 받는다는 건 요리사에게 커다란 영광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그동안 유명 요리사로 알려졌지만 별을 받지 못한다면 치욕일 수 있다. 경제적 효과도 대단하다. 별을 받은 식당의 매출이 급상승하는 것은 물론 한국 외식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과장은 아니다. 미쉐린 서울편 발간이 확정되면서 미쉐린으로부터 별을 받을 만하다고 자평하는 식당의 요리사 들은 한껏 흥분한 동시에 긴장한 상태이다. 서울 청담동의 한 프랑스 레스토랑 오너셰프(주인 겸 총주방장)는 4000만원을 투자해 식기와 테이블 장식을 교체하고 인테리어를 다시 했다고 알려졌다. 지난달 기자회견장에서 심사 기준을 들어보니 별만 받기 위해서라면 이 오너셰프는 쓸데없는 투자를 한 듯하다. 미쉐린그룹 베르나르 델마스 부사장은"서비스나 분위기는 별점 평가 항목이 아니다"면서 "분위기나 서비스는 숟가락과 포크가 X자로 겹쳐진 모양의 픽토그램 1~5개로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도쿄에서는 건물 지하상가에 있으며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하는 초밥집 '지로'에 별 셋을 주었으며, 홍콩에서는 맛은 뛰어나지만 인테리어·기물이 분식집 수준인 딤섬집 '팀호완'에 별 하나를 줌으로써 놀라움과 함께 유럽 요리사들의 공분을 샀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ㆍ별 따기 위한 셰프들의 전쟁, 오직 맛으로만 평가해, 분식점 같은 곳에서도 좋은 평가 나올 수 있어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은 최근 자리를 옮기면서 새로운 메뉴를 내놨는데,된장·간장 등 한국 토종 식재료를 예전보다 더 폭넓게 요리에 활용한 게 눈에 띄었다. 한식이 별을 받기에 유리하다"는 말이 돌던데,그래서 그런 것인가 싶었다. 지방에 있는 식당이 서울로 이전하거나 분점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있다. 미쉐린의 평가 대상이 '서울 내 음식점'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음식 맛이 아무리 훌륭해도 지방에 있으면 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급 호텔과 대기업 소속 외식업체들도 미쉐린 스타를 따려고 애쓴다. 미쉐린 평가원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평가원은 신분을 밝히지 않으며 평가는 비밀리에 이뤄지는 게 원칙이다. 한 호텔 홍보 담당자는"호텔 대표로부터 미쉐린 가이드에 호텔 내 식당이 하나라도 들어가지 못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별점을 받는 비결이 뭐냐"고 필자에게 묻기도 했다. 딱히 비결은 없지만 참고할 만한 영화가 있다. 3스타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셰프의 도전을 다룬 '더 셰프'에는 지배인이 스태프들에게 미쉐린 암행 평가원 색출 노하우를 전수하는 장면이 있다. "중년 남성 둘이 오는 팀은 일단 의심해라. 한 명이 미리 와서 바에서 음료를 마시고 다른 남성을 기다리며 식당 내부를 훑어보면 주의해라. 하나는 코스 요리를, 하나는 단품 요리를 주문하면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포크를 바닥에 살짝 내려놓는다면 당장 셰프와 지배인에게 경고하라. 서비스 수준을 보기 위한 시험이다. 평가원일 가능성 100%다." 서울에선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오면 서비스 잘해라'가 추가돼야 할까. 당분간 좋은 식당 갈 땐 외국 친구를 데려가야겠다.
    영화 '더 셰프' 리뷰. /tcast 유튜브 채널


          김성윤 조선일보 문화부 음식전문 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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