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르핀 자르르 ~
세로토닌 몽실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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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기분이 ‘다운’됐을 때 술을 찾는다.
그러나 이도 한두 번이지 자꾸 반복되면 만족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전처럼 기분이 좋아지지 않고, 우울한 상태가 계속된다.
감정의 흥분 상태를 유발하는 도파민 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즉 만성적인 중독 행위는 결국 도파민 체계에 이상을 불러와 도파민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돼 문제가 더 커지며 나타난다.
이 때문에 우울증 환자 가운데 20∼30%는 알코올 의존(중독) 증상을 보인다.
따라서 알코올성 우울증의 경우에는 영양소 섭취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우울증처럼 도파민 분비량을
늘리는 데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중독 증상 해소에 도움을 주는 가바(GABA·Gamma Aminobutyric Acid) 성분을 함유한 식품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몽을 알코올성 우울증에 추천하는 것도 자몽의 일부 성분이 가바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자몽 같은 감귤류(Citrus) 향의 우울증에 대한 효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감귤류 과일의 향기가 뇌의 혈류를 원활하게 해주며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그러면 불난 집에 휘발유 끼얹듯 알코올 과다 섭취로 더욱 악화된 알코올성 우울증에도 효능이 있을까.
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인 도파민은 인체를 흥분 상태에 이르게 해 잠시나마 행복감에 젖어들게 한다.
그러나 가바는 도파민과 다르다.
기분을 좋게 해주는 도파민과 달리 가바는 세로토닌과 함께 불안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가바는 신경전달물질의 지나친 활성화를 억제해 신경 긴장을 완화해준다.
실제로 여러 임상 연구에서 많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이 가바 성분이 부족하거나 몸에서 합성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혀졌다.
이로 인해 엄습하는 자신감 결여 등의 비정상적 심리상태 개선을 위해 술을 찾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몽 등 감귤류의 경우 함유하고 있는 식물성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이 가바의 기능을 향상시켜
준다.
몸속의 가바 수용체와 플라보노이드의 관계는 해외의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또 알코올성 우울증 환자들의 대부분이 간 해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자몽은 그런 점에서도 추천할 만한 과일이다.
간 해독에 유익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자몽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간은 1단계, 2단계 해독 과정을 거쳐 몸의 나쁜 물질들을 걸러내는데 1단계 해독에 필요한 성분이
비타민C다.
그리고 자몽에는 1단계 해독 과정에서 발생한 활성산소 등을 걸러내는 2단계 간 해독에 필요한 성분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시스테인·글루탐산·글리신이라는 3개의 아미노산 결합체인 글루타티온이 바로 그것이다.
글루타티온은 간의 2단계 해독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코올 의존이나 과음은 고혈압과 심혈관계 이상을 유발해 뇌졸중 발생률을 높인다.
그런 점에서도 자몽은 유익한 과일이다.
외국의 한 연구에서 자몽에 풍부한 플라바논(flavanone)이라는 물질이 뇌졸중을 막는 데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플라바논이 혈관 기능을 향상시켜 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물 부작용도 있는 과일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간의 효소인 ‘사이토크롬 P450 3A4’는 사람들이 치료를 위해 먹는 약에서 독성을 걸러낸다.
그런데 자몽에서 쓴맛을 내는 나린긴, 나린게닌 성분 등이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약효를 지나치게 높인다.
특히 일부 고지혈증 치료제나 고혈압 치료 약물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의 혈중농도가 증가하면 당연히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커진다.
또 일부 우울증 치료제도 자몽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을 경우에는 충분히 상담을 받아야 한다.
우울증에 좋은 자몽이 치료제와 ‘궁합이 안 맞는다’는 것도 일종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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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경택 문화일보 문화부장 ktlee@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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