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

당뇨병으로 가는 두 가지 유산과 네 가지 습관 (4) 음식은 평범하게, 술은 적당히, 담배는 금물

浮萍草 2016. 4. 4. 11:53
    
    ㆍ절대 먹어서는 안 될 나쁜 음식은 없다
    뇨병을 진단받은 지 얼마 안 되거나 당뇨병 직전에 있는 사람들은 의욕과 공포가 앞서서 식사와 운동을 엄청나게 무리하게 조절합니다. 
    평생 할 수 있을 정도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라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마치 몇 달 안에 당뇨병과 사생결단을 낼 사람처럼 너무 열심히 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는데, 운동을 너무 무리하게 해서 고관절염이나 족저근막염이 생겨 오히려 몇 달간 운동을 못하는 우를 범합니다.
    식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탄수화물이 당뇨병의 뿌리라는 잘못된 확신으로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거의 제거하다시피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봅니다. 
    요즘은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라,옛날 같았으면 출판사에 가기도 전에 사라졌을 책들이 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버젓이 서점에 입성합니다. 
    그런 책 중에는 어떤 만성 질환을 단지 몇 개월 만에 완치할 수 있다는 비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어떤 음식은 어떤 병의 화근이므로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성분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함정이 있습니다.
    본인의 몸을 생각한다면 위에 언급한 이런 극단적인 주장은 배척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면 뭐든지 좋지 않습니다. 
    어떤 주장도 너무 치우치면 그 주장에 내포되어 있는 쌀 한 톨 정도의 진실마저도 갈아 없어집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술은 세계보건기구(WHO) 분류에 의하면 이미 발암물질입니다. 
    며칠 전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술은 조금만 마셔도 암 발생 위험이 올라간다고 천명했습니다. 
    과거에는 적당한 음주는 괜찮다는 분위기였는데, 이젠 하루에 한 잔 정도의 음주도 아예 안 마시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그렇다면 암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기 위해서 일생 동안 술을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아야 할까요? 
    친구나 친척이나 선후배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할까요?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조금 넓게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뇨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식사법은 평범하지만 지키기 쉽지 않다. 조홍근 박사는 아침식사를 건너뛰지 말고,저녁보다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혈당을 올리는
    주범으로 꼽히는 탄수화물 가운데 곱게 빻은 밀가루와 백미로 만든 면이나 떡·빵과 같은 부드러운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사진은 한정식 전문점의 웰빙
    상차림. / 경향신문 자료사진

    우리는 어차피 발암물질의 바다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건 일종의 자기 인생에 대한 결단인데, 언론과 학계에서 말하는 대로 장수하고 암을 예방하고 당뇨병에 안 걸리고 심장병을 피해가는 권고를 다 지키면 거의 아무것도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단지 무사히 살아 있기만 한 인생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죠. 다 지킨다고 100% 예방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것은 다 정도껏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단 담배는 예외입니다. 절대 가까이 해서는 안 됩니다. 당뇨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사를 조심하라고 해서 어떤 것을 무 자르듯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인생이 아주 피곤해집니다. 국수, 빵, 떡, 면이 당을 많이 올린다고 해서 어떻게 그걸 1년 동안 한 번도 안 먹고 살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런 분도 있습니다만 너무나 힘들고 생활에 제약이 되어 인생의 목표가 당뇨병 치료가 되어 버리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옵니다. 우리 인생의 목표는 당뇨병 치료가 아니라 당뇨병을 잘 관리해서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수단이 목표가 되고 종이 주인 노릇을 하는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걱정되어서 다시 말씀드리는데, 그렇다고 일반적으로 해롭다고 하는 음식을 맘껏 먹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그걸 너무 심하게 멀리하려는 의도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ㆍ평범함이 편하고 오래갑니다
    당뇨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식사는 그렇게 유별나지 않습니다. 진료실과 교육실에서 교육을 받고 나서 ‘이렇게 당뇨식이 평범해도 되나요’ 하고 질문하는 분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당뇨식이라니까 뭔가 좀 다르고 배 고파야 하고 어려울 것처럼 우려하지만 몇 가지 원칙만 잘 지키면 그렇게 유별나지 않게 잘 해낼 수 있습니다. 평범해야 오래갑니다. 유별난 것은 당장은 확 좋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편하지 않고 그래서 힘들고, 따라서 오래갈 수 없습니다.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귀를 확 잡아 끌고 화끈하지만 나중에 가면 빌헬름 켐프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연주가 좋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아주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지키기 쉽지 않은 당뇨병 식사 원칙을 보겠습니다. 1. 아침을 건너 뛰지 말자 아침을 영어로 ‘breakfast’라고 합니다. 단어를 쪼개보면 굶다라는 뜻의 fast와 멈추다라는 break라는 뜻이 합쳐져 있습니다. ‘굶는 것을 멈추는’ 행위가 바로 아침 먹기입니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우리 몸은 12시간 이상을 금식하게 됩니다. 많은 임상시험은 아침을 먹지 않을 때 당뇨병과 비만과 집중력 저하가 발생함을 증명합니다. 몇십 년간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 괜찮았다더라 하는 말을 일반화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처칠은 시가를 매일 그렇게 피우고도 90세 이상 살았습니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가상의 평균적·평범한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아침을 많이 저녁은 적게 아침을 먹게 되면 점심과 저녁 혈당까지 덩달아 떨어집니다. 일종의 마중물 효과입니다. 저녁을 많이 먹는 것보다 아침을 많이 먹는 것이 혈당과 체중 유지에 유리합니다. 아침엔 모든 몸이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 있기 때문에 인슐린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반면에 저녁은 자연스럽게 인슐린 저항성이 올라가는 시간이라 많이 먹게 되면 혈당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에게는 저녁은 먹는 시간이 아니라 조용히 쉬고 자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3. 식사는 즐겁게 그리고 느리게 아침 먹는 것까지는 참아 주었지만 이 부분에서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학생 때부터 시간이 없어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마구 몸에 집어넣는 데 익숙한 우리 한국인이라 식사를 늦게 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학생 때 도시락 빨리 먹기부터 시작해서 수련의 때 시간이 너무 없어 짬나는 대로 먹느라고 식사가 식사가 아니라 폭풍 흡입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습관을 고쳐야 위장에도 좋고 당뇨병도 예방되고 조절됩니다. 남의 몸이 아니라 내 몸이기 때문에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편법이지만 밥 한 숟갈 뜨고 스마트폰 보고 한 숟갈 뜨고 신문 보시라고 권합니다. 밥 먹고 뭐 할 생각 마시고 밥 시간을 충분히 쓰세요. 갈아 먹거나(죽, 주스) 말아먹는 것도 식사를 빨리 하는 것과 같은 영향이 있으니 되도록 삼가세요. 4. 거친 탄수화물을 먹자 탄수화물이 혈당의 주범이라고 하니까, 그럼 탄수화물을 아예 먹지 않으면 되겠네 하면서 탄수화물을 끊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탄수화물이 안 들어가니까 일단 혈당은 떨어지겠지만 세포는 죽을 맛입니다. 인체의 2대 에너지원이 탄수화물과 지방이고, 클린 에너지가 탄수화물인데 그걸 끊으면 지방을 많이 써서 세포가 동면에 들어갑니다. 혹시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몰아낼 생각이라면 지금 단념하세요. 탄수화물 중에 부드러운 탄수화물만 피하세요. 곱게 빻은 흰 밀가루와 백미,그리고 그것으로 만든 면·떡·빵은 혈당을 빨리 올립니다. 소화가 잘 되고 흡수가 잘 되기 때문입니다. 파스타와 스파게티는 신기하게도 혈당을 빨리 올리지 않습니다. 재료가 되는 밀에 단백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국수 없이는 못살아 하는 사람인데, 혈당이 높거나 위험하면 스파게티를 드시면 됩니다. 그러나 소스에 당이 많이 들어 갔는지는 살피셔야 합니다. 다음 편에는 당뇨병 식사의 원칙 후반부를 소개하겠습니다.
    Vol 1170 ☜      조홍근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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